무뎌진다는 것 - 삶에 사람에 지친 당신에게 전하는 진솔한 위로, 5주년 기념 전면 개정판
투에고 지음 / 로즈북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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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는 한 발 물러나서 자신을 바라보라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삶인데 어떻게 한 발 물러서서 볼 수 있냐고 따지고 싶었었다. 내 삶인데 누구보다도 적극적이고 열정적으로 살아야 하는데 왜 물러나서 보라는지 도통 이해가 되지 않았다. 늘 사람에 치이고, 일에 치이다보니 마음이 지쳐갔다. 아무것도 하기 싫고, 움직이는 것 조차귀찮아 졌다. 쉬고 싶고 위로받고 싶고 멍 때리고 싶었다. 마음이 지치니 생각하는 폭이 좁아졌고, 생각의 감각이 무뎌져갔고 나에게 벌어지는 모든 일들이 나와는 상관없는 것처럼 슬로우 모션처럼 느껴졌다.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의 수용소 안에는 아주 사소한 실수 하나가 죽음으로 직결된다. 그리고 매일같이 그렇게 죽어가는 사람들을 지켜보며 시간이 흐를수록 남아 있는 수용소 안의 사람들은 죽음에 대해 무감각해진다. 빅터 프랭클은 이 무감각을 자신을 지키기 위한 방어수단이라고 표현했다. 이런 상황과 비교하며 지금의 내가 처한 상황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스스로 체면을 걸며 괜찮아 질거라고 다독였다.

 

 

시간이 흐르고 어려웠던 상황을 그냥 흘러가는대로 둘 수 밖에 없는 시간이 지속되면서 무뎌지는 것이 오히려 나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서 왜 한 발 물러서라고 했는지 어렴풋이나마 그 느낌을 알 것 같다. 하지만 여전히 다람쥐 챗바퀴 돌 듯 한걸음 물러났다고 생각하면 또 제자리. 다시 물러났다가 또 제자리 이게 무한 반복되는 느낌 역시 든다.

 

 

일면식도 없는 사람이 아파하면 위로해주고 싶고 안아주고 싶은데 정작 내 자신에게는 왜그리 혹독했는지 책을 읽으며 되돌아 볼 수 있었다. 같은 글을 읽는대도 읽을 때의 기분에 따라 다르게 느껴졌다. 아무 생각없이 책을 읽을 때는 단순히 글에 불과했지만, 위로가 필요할 때, 혹은 힘들 때 읽었을 때는 생각을 하게 만들고 고민을 하게 되고 글을 음미하게 된다. 몇 백페이지에 이르는 방대한 책보다도 짧은 글 한편이 마음의 위안이 될 수 있음에 놀랐고 천천히 슬픔도 아픔도 누그러져버렸다.

 

 

본인 스스로 바뀌어야 될 필요성을 느낄 때 변화도 동반된다. “마음이 없으면 보아도 보이지 않고, 들어도 들리지 않으며, 먹어도 그 맛을 모른다”는 문구가 책을 읽는 내내 떠나지 않았다. 좋은 책을 좋은 시기에 만나 많은 것을 보고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어차피 변화될 수 없는 현실이라면 그대로 흘러가게 두는 것. 현 상황을 인정하고 무뎌지는 것이 에너지를 가장 적게 소모하는 현명한 방법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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