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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을 향해 달리다 - 기억과 대면한 기록들
세라 폴리 지음, 이재경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3월
평점 :
세라 폴리, 위험을 향해 달리다
위즈덤하우스
#논픽션 #상처 #용기 #캐나다 #그레이스 #🚶♀️
인간인 것을 축하해
요즈음의 나는 상대를 웃기고 싶다는 생각이 자주 든다. 가볍고 덜 중요한 이야기들을 해 주고 싶다는 생각, 저 사람을 편안하게 해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어릴 때는 제법 진지한 아이였기에, 나는 요즈음 사람들과 허튼 소리와 웃음, 잡담 같은 것을 나눌 수도 있었다는 사실을 인생에서 처음 깨달은 사람처럼 살고 있다. 내가 상대를 재미있게 해 줄 수 있을 때가 간혹 있고, 상대가 이 순간을 즐거워하고 있다는 기분이 들 때마다, 나는 아주 기쁘다. 개그의 기쁨을 알아가는 중이랄까?
그러나 가끔은, 엄청난 딴청을 피우고 있는 것만 같은 기분을 느낀다. 내 무릎은 주욱 찢어져 피가 철철 흐르고 있는데, 그 상처를 없는 척 감추고 사람들을 웃기려 드는 것 같은 그런 기분. 나는 상처에게 조용히 하라며 상처를 틀어막고, 그리하여 실없고 초라해진 나의 상처는, 영영 이해받지 못할 것 같은 기분을 느낀다.
어떤 이야기는 무겁지만 어떤 이야기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해 왔다. 어떤 이야기는 중요하지만 어떤 이야기는 그렇지 않다고.
그러나 세라 폴리에게는 그런 구분이 무의미해 보인다. 이 작가는 가벼워 보이는 이야기로 시작하지만, 결국 스스로에게 가장 중요한 상처 위로 나를 데리고 가고, 절대 딴청을 피우지 못하게 만든다. 이 작가의 실력을 눈치챈 이후로는 페이지 넘기기가 무서워졌다. 뼈가 욱신대고 힘이 들어서, 나는 이 책을 보드라운 이불 속에서 읽어야만 했다. 읽다가 쉬어야 하는 순간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숨을 고르고 잠깐 책을 덮는 시간이 너무도 필요한 책이어서.
읽으며 많이 울었다. 그러나 내가 여전히 어떤 책을 읽고, 이런 고통에 감화될 수 있다는 사실이 기쁘다.
내가 고통받을 수 있고, 위로하고 싶어지는 인간이라는 사실을 확인 받는 기분이 들었다.
당신이 당신 인생의 중요한 상처를 알면서도 목도하지 않고 있다면, 자꾸만 딴청을 피우고 있는 기분을 느끼는 인간이라면, 이 책은 하나의 방법을 제안할 것이다. 이 책은 그 위험의 한가운데로 달려가고, 그래서 그것을 다시 보게 도와줄 것이다. 어쩌면 우리는 이런 경험을 통해 우리 스스로의 상처를 드러낼 수 있게 되는지도 모른다. 타인을 즐겁게 하면서도, 타인의 앞에 나의 상처를 꺼내놓을 수 있게 되는지도.
많은 사람들이 세라 폴리의 용기를 전해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세라 폴리의 <위험을 향해 달리다>, 이 아름다운 책은 출판사 위즈덤하우스에서 제공받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