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손잡이 (양장)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2
니콜라이 레스코프 지음, 이상훈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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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손잡이」「분장예술가」「봉인된 천사」
세 가지 단편으로 구성된 소설집이다.

책 자체도 300페이지에 불과할 정도로 짧고(해설이나 작가 연보를 빼면 그보다 더 짧다) 읽기 쉽게 단 문장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비교적 빠른 속도로 읽을 수 있었다.

「왼손잡이」라는 제목 밑에 툴라 출신의 사팔뜨기 왼손잡이와 강철 벼룩 이야기라는 부제가 붙는데 여기에서부터 어쩐지 유쾌한 기분이 들어 책을 읽기도 전에 기대감이 증폭했다.
사실 이 책이 단편집인 걸 안 건 왼손잡이를 끝까지 읽고 난 뒤였다. 장수는 아직 많이 남아 있는데 어쩐지 이야기는 점점 끝을 향해 달려가는 것 같고……. 다음 이야기인 「분장예술가」로 넘어가서야 단편집인 걸 알았다.

「왼손잡이」는 읽는 내내 웃음을 멈출 수 없었다. 황제를 비롯해서 황제의 수행원인 플라토크, 영국의 기술자들, 러시아의 기술자들…… 일부러 이러는 건가 싶을 정도로 어딘가 모자라 보이는 사람들이 대거 등장해서 나를 웃게 만들었다. 다음 이야기인 「분장예술가」는 내 마음에 가장 크게 와 닿는 이야기였다. 결코 이루어질 수 없는 한 연인. 사랑해서는 안 되는 두 사람이 만나 애타게 서로를 그리다가 결국 도망치지만 마지막에는 비극으로 끝을 맺는다. 마지막 이야기인 「봉인된 천사」는 다른 두 이야기보다 훨씬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 이야기도 재미있었지만 종교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로서는 썩 기분 좋게 읽히지는 않았다. 재미있는 것과는 별개로 뭔가 짜증이 났다고 해야 하나…….

「분장예술가」는 한 여인이 과거에 있었던 슬픈 일을 자신이 돌보는 도련님에게 말해주는 식인데 예전에 읽었던 조지프 콘래드의 「어둠의 심연」을 떠오르게 만들었다.

등장인물들의 바보 같은 행동에 웃으면서 읽었지만 마냥 즐거울 수만은 없었다. 해학 속에 감춰진 시대에 대한 비판이 강렬하게 나를 찔러 왔다. 당시에 서민들이 겪어야 했던 억울함과 분노. 갑판장은 살아남았는데 왼손잡이는 왜 그렇게 죽어야만 했을까. 이름 한 자도 남기지 못하고.
슬픔을 웃음 속에 갈무리 하고 담담하게 이야기를 펼쳐 나가는 것이 우리의 민담과 많이 닮아 있다고 느꼈다.

그는 제 머리카락 한 올을 말고는
입김을 불기 위해 제 쪽으로 몸을 굽히면서
이렇게 제게 속삭였지요.
"두려워 하지 말아요. 내가 데려갈 테니."
<분장예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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