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라의 사생활
조중연 지음 / 삶창(삶이보이는창)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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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제주도에 살면서 지금까지 제주도가 배경인 책은 단 한 권도 읽어본 적이 없다. 여행기를 제외하고는.
이 책도 아는 분이 빌려주시지 않았더라면 아마 펴생 읽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이상할 정도로 제주도 배경의 책을 안 읽는 이유는 어쩌면 너무 익숙하기 때문이 아닐까.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내가 책을 읽는 이유는 색다른 세상을 경험해보고 싶어서이다. 그런데 나는 태어나서 지금까지 거의 한 곳에서만 살았고 현재도 제주도에서 살고 있다. 그런데 굳이 익숙한 풍경을 책에서까지 느껴야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책을 읽고 나서는, 화북이라던가 제주대라던가 익숙한 풍경 덕분에 더욱 실감나게 읽을 수가 있었다.

별도의 묘사가 없어도 제주대 캠퍼스의 넓이나 환경이 상상이 되었고 다른 책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특유의 편안함까지 느낄 수가 있었다. 그래서 더욱 이 책에 빠져들었던 것은 아닌가 싶다.

액자식 구성에 음모론, 추리까지 한데 합쳐져서 읽으면 읽을수록 설레는 긴장감을 선사해 준 책.

솔직히 말하자면 제주도에서 태어나 제주도에 살면서도 김만덕이라는 사람은 업적만 대충 알지 별로 신경도 쓰지 않고 살았다. 대단하다고 생각은 했지만 나에게는 그렇다 할 감동을 주지 않았었다. 하나 확실한 건, 내가 이 책을 읽고 오히려 김만덕에게 호감이 생겼다는 것이다.

제주도에 전설처럼 내려오던 김만덕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소설 속에 등장하는 김만덕이 더 인간다워서 마음에 들었다. 평범한 사람들처럼 이기적이고 사랑에 빠지기도 하고 자신이 한 일에 대해 후회를 하고 그 일을 올바르게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

제주도 출신이 아닌 사람을 내세워서 제주도의 오랜 과오에 대해 파헤치는 내용은 어쩌면 제주도 사람들 입장에서는 불쾌하기 짝이 없는 이야기일 수도 있다. 그러나 나는 불쾌한 진실은 외면하려 할수록 침전물이 쌓이듯 마음을 더욱 불편하게 만든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진실을 파헤쳐서 자신의 과오는 깨끗이 인정하는 한 편 그것을 고치려고 노력하는 것이 더욱 인간다운 삶이 아닐까. 소설 속에서 김만덕이 그러려고 했던 것처럼 말이다.

홍보를 잘 안했기 때문인지 제주 신인상을 받은 작가가 썼기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렇게 재미있는 책이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았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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