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리뷰] 내 아내와 결혼해 주세요

내 아내와 결혼해 주세요
히구치 타쿠지 지음, 김해용 옮김 / 예담 / 2013년 11월

자칫하면 신파적일 수 있는 소재를 일본 특유의 독특하고 따뜻한 분위기로 풀어낸 소설. 죽어가는 자신을 대신해 아내를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사람을 찾는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다가오진 않았지만 그래서 더욱 따뜻한 눈으로 볼 수 있었다.

스토리는 비교적 간단하다. 췌장암으로 6개월의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은 미무라가 자신이 죽은 뒤에 남겨질 아내와 아들을 위해 남편감을 찾는다는 이야기다.
미무라는 좋은 남편, 아빠 감을 찾기 위해 여러 사람을 찾아다닌다. 기본 스토리 라인으로 따라가면서 과연 결혼이란 무엇일까. 남편과 아내의 의무란 무엇일까. 어떻게 하면 더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하는 질문들의 답을 등장인물의 대사에서 찾게 만든다.

1인칭 시점이라 미무라보다는 그의 눈을 통해 주변 상황을 더 상세하게 볼 수가 있는데 이야기를 거듭할수록,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점점 주인공, 미무라의 빈칸이 채워져 가는 느낌을 받았다.
처음에는 그저 죽어가는 프로그램의 피디정도로만 기억됐던 미무라가 사실 여기저기서 생각지도 못하게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쳤다는 것을 알고 가슴 가득히 울컹이는 게 차올랐다.
마지막 순간으로 다가가고 있지만 그래도 어떤 사람에게는 좋은 이미지로 기억될 수 있다는 것이…….

거의 대부분이 미무라의 1인칭 시점으로 전개되기는 하지만 중간 중간 아내인 아야코의 상황과 심정 등을 비춰주어서 좋았다. 미무라가 일 때문에 집을 자주 비워서 쓸쓸하기도 하고, 서운하기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살고 있는 모습에 든든하기도 하고……. 미무라에게는 톡 쏘듯이 말을 해도 아야코가 마음 깊이 그를 사랑하고 의지하고 있다는 것이 보였다.

한없이 유쾌하면서도 순간순간 마음이 짠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나 보다. 어쨌든 처음 시작할 때부터 그의 마지막을 예상할 수 있는 문제였으니까.
미무라가 남겨질 사람들을 위해 애쓰고 있다는 것이 나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져 와서 눈물이 났다.

마지막에 가서는 결국 책을 붙잡고 펑펑 오열을 할 정도로.
아무리 기분 좋게, 나름 쾌활하게 흘러간다 하더라도 누군가가 죽고 사는 문제는 왜 이리도 먹먹한지.
열심히 발버둥을 치면 칠수록, 밝게 타오를 수록, 안타까움과 슬픔의 깊이는 더 깊어지는 것 같다. 당사자가 원하든 원하지 않던.

미무라 슈지의 마지막처럼, 나는 인생을 열심히 잘 살고 갑니다. 다음 이 시간에 봐요, 비슷한 말이라도 내뱉으려면 나 또한 하루하루를 열심히 발버둥 치며 살아가야겠다.

"네가 태어난 날은……."
"어땠어?"
"오늘처럼 화창했지."
아들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어떤 식으로 배에서 나왔는지는
엄마밖에 모르겠지만,
아무튼 기뻤어.
어쨌거나 아빠가 제일 좋아하는 사람이
너를 안고 환하게 웃었거든.
너도 장차 그런 날이 올 거야.
그때 방금 내가 한 말을 아내에게 해줘.
기뻐할 거야.
엄마도 그랬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