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득 (양장)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44
제인 오스틴 지음, 원영선.전신화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8월
평점 :
절판


전에 오만과 편견을 읽은 적이 있다. 다아시가 엘리자베스에게 첫눈에 반하는 장면까지만 보고 책을 덮었지만.
설득을 보고 그 때 왜 오만과 편견을 끝까지 읽지 않았나 무척 후회했다. 그 때는 로맨스를 좋아하지 않았던 때였나?

설득은 제인 오스틴의 마지막 소설이지만 나는 이 책을 읽고 제인 오스틴에게 흠뻑 취해버렸다. 확실히, 로맨스의 여왕이라 할 만하다. 제인 오스틴.
예전 같으면 제인 오스틴? 그냥 소설 작가 아니야? 했을 테지만 지금 내게 제인 오스틴=로맨스라고 할 정도로 강하게 각인되었다.

일단, 내용부터가 너무 내 취향이란 말이지.

주인공인 앤은 거의 30에 가까운 노처녀다. 과거의 아름다웠던 외모도 빛이 바래고 가족들에게 무시를 당하면서도 현명함과 상냥한 성격을 잃지 않고 살아간다.
이런 앤에게 과거에 영원할 것 같던 사랑이 하나 있었다. 그는 바로 웬트워스. 당시 그와 결혼하려고 하였으나 주변의 설득에 의해 앤은 그를 포기한다. 그 이후로 그만큼 사랑한 사람이 없어 결혼도 하지 않은 채 혼자 살고 있는데 어느 날 웬트워스가 대령이 되어 앤이 있는 곳으로 돌아온다. 앤은 그를 만날 생각에 두려움과 설렘을 동시에 느끼지만 그는 앤에게는 관심도 보이지 않는다.

한 마디로 정의내리자면 두 남녀의 엇갈리고 엇갈리는 로맨스이다. 그렇다고 기타 다른 소설처럼 유치하지도 않은.
사회배경이다 여성의 사랑과 결혼이다 뭐다 많은 칭송이 들려오지만 그저 로맨스의 관점에서 놓고 봐도 상당히 흥미로운 소설임이 틀림없다.

애초에, 과거 두 남녀가 열렬히 사랑했다가 오해 때문에 헤어지고 다시 만났는데 여전히 오해를 풀지 못한 채 서로 엇갈리기만 한다는 내용이 너무너무 내 취향이었다. 주인공을 심각할 정도로 굴리는 것도 안 좋아하지만 그렇다고 편안할 정도로 안 굴리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적당히 가슴이 아리고 안타까울 정도로는 굴려줘야지.
그래야 마지막에 서로의 마음을 확인했을 때 카타르시스와 엔돌핀이 마구마구 솟구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문득 예전에 봤던 러브, 로지 랑 살짝 닮았다는 생각을 했다. 남녀 주인공이 서로의 마음을 알지 못한 채 얽히고 설킨다는 점에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 영화 쪽이 더 답답했지만.

곧, 제인 오스틴의 이성과 감성이 도착할 텐데 그것도 이 책만큼 혹은 그보다 더 재미있을 거라 확신한다.
제인 오스틴...... 진짜 마성의 이름같으니.

앤은 그를 이해했다.
그녀를 용서하지 못하면서도 냉담하게 대할 수도
없었으리라.
지난 일로 그녀를 탓하고 부당할 만큼
크게 분노하고 있으면서도,
그녀는 안중에도 없고 다른 사람에게 애정을
갖게 되었으면서도,
여전히 그녀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며
도움을 주고 싶어하는 것이다.
그것은 지난날 가졌던 감정의 편린이었고,
대놓고 인정하지 못하는 순수한 우정이었으며,
그가 지닌 따뜻하고 친절한 마음의 증거였다.
이런 생각을 하는 동안 그녀의 마음은 온통
뒤죽박죽이 되어,
자신이 기쁜 건지 고통스러운 건지
분간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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