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로 1~4 세트 - 테츠카 오사무 시리즈
테츠카 오사무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7년 12월
평점 :
품절


영화가 좋기는 좋구나. 나올 가망성이 없을 거라고 믿었던 만화가 출간되었다.
나왔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바로 구입했다. 데스카 오사무 전집은 때를 놓치면 다시는 구할 수 없다는 것을 뼈저리게 경험해 왔기 때문에...

일본 역사에 등장하는 '다이고'가 천하를 얻게 된 것이 자신의 아들을 요괴에게 바친 대가라는  설정에서 시작, 48마리의 요괴에게 48군데의 몸을 빼앗긴 소년이 자신의 몸을 찾아가는 이야기다.  사람들이 파리처럼 죽어가는 비참한 시대는 요괴가 성행하는 세상으로 대변된다. 눈을 얻고 처음 밝은 세상을 보고, 귀를 얻고 처음 사람의 목소리를 듣고, 성대를 얻고 처음 자신의 목소리로 말을 하는 과정은 자기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대장정이다.

책을 보기 전에 PS2게임으로 접했었는데, 꽤 원작의 스토리를 잘 살렸으면서 또 괜찮은 결말을 끌어내었다는 것에 감탄했다. 이 책은 사실 중도에 단절되듯이 끝나버려서, 48요괴 중 반도 못 만나고 결말을 낸다. 개인적으로 상당히 아쉬운 점이다. 게임은 48부위를 모두 찾는 이야기를 넣어 준 데다, '도로로'와 '하키마루'의 관계에도 재미있는 설정을 추가한다. 관심이 있으신 분은 한번 해 보시길. (영화보다 나을 것이다!)

3,4등신의 옛 그림체여서 잘 인식이 안 될뿐이지, 내용을 뜯어보면 엄청 고어하고 잔인하다.

그림체만 현대식으로 바꿔서 이 장면을 연상해 보시라.

천하를 얻기 위해 자기 아들을 판 것에서부터, 48부위가 없는 사실상 절대기형아인 주인공에서부터(의안, 의수, 의족, 인공심장, 인공뼈 등등...), 등장하는 인물들의 이야기가 어느 것 하나 편안한 것이 없다. 도로로 같은 어린애를 고문하고 때리는 장면은 예사다.

옆 장면도 현대식으로 바꿔보면... (야한가?)
주인공들이 옛 그림체여서 그렇지 벗기도 훌떡훌떡 잘도 벗는다.

이 만화는 '사파이어 왕자'가 순정만화의 시작이었듯이, 요괴물의 시작점이라는 점에서 역사적 의의가 있다. 현대의 요괴물이 도로로를 벗어나지 못한다는 말도 있으니까. '도로로' 를 본 누군가가 '이누야사 베꼈네!' 하는 말을 살짝 들었는데, 반지의 제왕을 보고 '리니지 베꼈네!' 하는 말과 비슷하다 하겠다.

일본에서는 신으로 섬겨지는 데스카 오사무건만, 한국에서는 '너무 늦게 소개되었다'는 것이 땅을 칠 일이니, 요즘의 화려한 그림체에 길들여진 사람들에게 인기를 끌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데스카 오사무의 스토리텔링은 현대에 접해도, '과연 신이었구나'하고 감탄할만한 것이다. SF와 시대물에서 의학스릴러를 넘나드는 그의 세계는 한 번 빠져들면 헤어날 수가 없다.

학산은 그래도 꾸준히 데스카 오사무를 내 주는 편인데, 데스카오사무의 인물 희화화에 대한 양해는 계속 하면서 뭔가 해설이나 비평을 넣어주지 않는 것이 아쉽다. 한국에 늦게 소개되는 작품군인 만큼, 이런 저런 인터뷰나 기사, 비평, 역사적 의의, 그 작품이 이후 어떤 식으로 일본 만화에 영향을 끼쳤는가를 부록으로 넣어주면 판매량에도 조금 도움이 되지 않을까. 마지막에 데스카오사무의 변이 들어가 있지만 약한 느낌이다. 어차피 아이들에게 어필할 수 없다 치면 매니아층과 나이든 사람들에게 어필할만한 뭔가를.

그래도 내 주는 게 어딘가. 그저 감사할 뿐이다. 아톰도 실사 영화화 된다는 소문이 있는데, 그 때에 아톰 만화도 다시 출시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파사드 14
시노하라 우도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7년 8월
평점 :
절판


12권 리뷰 바로 가기 -> http://blog.aladin.co.kr/demianbo/1550574

멋질 거라고 단단히 예상했지만 예상을 뛰어넘게 멋있었다. 읽다가 가슴이 꽉 막히면서 눈물이 핑 돌았다. 우앵. 이번 에피소드는 파사드 시리즈 중에서도 최고다. 파사드의 정체도 조금 드러났고

모든 무장을 해제한 채 절대 비폭력무저항의 가치관을 고수하고 있는 이 작은 나라에 미사일이 날아오기 시작한다. 미친 군인이 지시없이 깔깔 웃으며 발사 버튼을 누르고, 어차피 저 나라는 무기 없다고 뻥치고 있는데 보복해오면 잘 됐지 하고 있고, 각국 정치가들은 이제부터 시작될 전쟁에 팔아먹을 무기 계산에 신이 난다. 아이들은 에이 씨 남의 생일에 전쟁 나고 난리야 하면서 놀고, 남자들은 앉아서 어느 나라가 참가할까 하면서 게임을 하듯 신이 난다. (너무나 현실적이라 무섭다.) 이 나라 사람들도 혼란에 빠진다. 그러게 비폭력따위는 이상론에 불과했어, 이제 어쩔거야. 하면서.

이야기는 이상론을 포기하지 않은 채, 또한 가장 이상적인 결말을 맺는다. 프란체스카는 마지막 결단을 내린다. 한 국가가 행할 수 있는 숙연해질 정도의 이상.

이 이상적인 결말의 이유는 파사드의 입을 통해 밝혀진다. 파사드는 무수히 많은 프란체스카를 만났고 이 차원의 무한한 버전을 경험했었다. 결국 전쟁을 일으킨 세계도 있고 파국으로 끝이 난 세계도 있고, 또는 계속 소규모 사회의 이상을 유지하며 전쟁이 벌어지는 세계속에서 몇 사람들이 조용히 살아가는 세계도 있다. 그러나 파사드는 그 어떤 세계도 지금의 이 세계만큼 빛나지는 않았다.'하고 말한다. 이 결말은 파사드가 경험한 가장 아름다운 결말인 셈이다.
단지, 파사드는 프란체스카가 행복해지는 세계만은 볼 수가 없다. 그 이유도 밝혀진다.

이 세계의 여러 다른 엔딩을 준비한 까닭은 저자 자신도 '완전한 비폭력'이 진정한 평화를 이룰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었던 까닭이라고 생각된다. 이 이야기에는 파사드의 다른 자아들 - 늑대, 백조, 용 ... 등이 전혀 등장하지 않는데, 때문에 파사드는 이 세계를 구하기 위해 그 어떤 폭력도 신비스런 힘도 행사할 수가 없었다(그 이유도 밝혀진다). 이야기의 주제에 맞는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이 이야기는 파사드 4,5,6권 중국 에피소드에서 등장했던, <파사드가 기억과 자아를 잃을 정도였던 슬픈 경험> 에 관한 이야기다. 파사드 4권이 한국에 나온 게 1997년이다. 10년만에 밝히다니, 이 나쁜 작가야.

이번 12,13,14권은 따로 양장본으로 나와도 좋을만큼 멋진 에피소드다. 멋진 SF이고. 파사드는 앞편을 보지 않아도 에피소드식 구성이라 상관없이 읽을 수 있으니 관심가는 분은 읽어보시길. 파사드에 평행차원에 관한 언급은 자주 등장했지만, 이번 에피소드에서 우도 시노하라는 이 평행우주론을 감탄이 나올 정도로 아름답고 세련되게 굴리고 있다.

예찬이 과한가... ^^ 이번 에피소드 취향에 너무 맞아서 환장하겠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파사드 12
시노하라 우도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5년 11월
평점 :
절판


14권 리뷰 바로 가기->http://blog.aladin.co.kr/demianbo/1550580

7,8,9권에서는 우주로 가더니 11권에선 다시 소품 이야기로 돌아왔다고 투덜거렸더니, 이번 에피소드에선 제대로 차원여행을 해주신다. 실체가 없는 듯한 상태로 눈을 뜬 파사드. 첫 대사가 인상깊다.
"내가 없는 건가? 아니면 사실은 이것들이 여기에 없는 건가. 그도 아님 그저 이런게 당연한 세계인가?"

'어린 여자'를 대표자(말 그대로 그냥 '대표자')로 한다는 것이 헌법 제 1조인 나라. 지도자가 전쟁과 폭력이 아니라 평화를 이상적 가치로 여기기를 바라는 가치관에서 정해진 규칙이다. 이 나라에는 무기도 없고 군대도 없다. 모든 생산품을 자국에서 충당하며 어느 나라에도 적대하지 않는다. 미국의 약소국 무장해제 강요를 은근슬쩍 비꼬면서도, 불가능해 보이는 이상주의를 실현하려 애쓰는 국가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자신의 안에 있는 다중인격들(늑대, 백조, 용, 교수... )이 모두 자신의 환상은 아닐까 하고 고민하는 점에서 파사드는 제대로 정체성고민을 하고 있다. 다음권이 기대된다.

파사드는 한 몸에 여섯 개의 인격을 갖고 있는 존재다. '파사드'는 'facade'대표하는 얼굴이라는 의미로, 지금은 인간이 맡고 있다(... 라고 해야겠지?), 그의 몸에는 날개가 두개인 백조(트윈), 늑대(울프), 용(너크), 교수(무감정. 형체가 없음), 그리고 아직 등장하지 않은 한 개의 인격이 더 공존한다.

이들은 자신들도 알 수 없는 이유로 시공간을 넘나들며 여행하고 있는데, 언제 어느 상황에 떨어질지 알 수 없는 인생이라 여러 상황에서 이 육해공군이 적절하게 활용된다. 가끔은 바다 한 가운데, 공중, 숲속, 사막에 떨어지기도 하니까. 파사드는 그때마다 상황에 적절한 '인격+형태'로 교체하여 상황에 적응한다. 재미있는 것은 이 인격과 형체가 완전히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서로 섞이거나 중간정도 상태에 놓이기 때문에, 그리하여 신화에 등장하는 온갖 환상 생물의 모습으로 나타나 전설의 일부가 된다는 점이다.

평행우주론에 더해, 전 세계의 신화와 설화, 역사를 SF적인 감각으로 해석하는 멋진 책이다. 모든 에피소드가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각 권이 따로이므로 중간부터 보아도 무리는 없을 것이다.

(정리하는 겸 해서 예전에 개인 블로그에 올렸던 글을 올립니다. 7,8,9권 에피소드도 참 멋진데 7,8권이 품절이라...)


댓글(1)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램프의바바 2007-09-27 2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파사드 좋아해요. ^^ 멋진 책인데 요새 애들에겐 별 인기가 없는 듯하여 슬픈..ㅠㅠ 이러다 절판되고 안 나오면 우짜지. 흑.
 
땅끝에서 - 알려지지 않은 남극과 북극의 역사
키어런 멀바니 지음, 이상헌 옮김 / 솔출판사 / 2005년 7월
평점 :
절판


아래에 리뷰 쓰신 분은 아무래도... 기대를 잘못 하셨던 모양입니다.
남극을 정복한 불굴의 영웅들의 멋진 영웅담과 스릴넘치는 모험을 기대하셨던가보네요.

남극을 정복한 <위대한 모험자>에 초점을 맞춘 책이 아니라,
그런 사람들에 의해 정복당해버린 <불쌍한 남극>에 초점을 맞춘 책입니다.
남극에 대한 깊은 애정으로 쓰여진 책으로, 개인적으로 첫 페이지부터 끝까지 많이 감동받았습니다. 남극을 사랑하는 사람만이 쓸 수 있는 책입니다.

환경에 대해 썼다고 분명히 소개하고 있는 책에 환경 이야기했다고 불평하는 건 뭔가 억울한 일이잖습니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최후의 날 그후 - SF거장 14인이 그린 핵전쟁 그 이후의 세상
노먼 스핀래드 외 지음, 마틴 H. 그린버그 외 엮음, 김상온 옮김 / 에코의서재 / 2007년 7월
평점 :
품절


멸망물만 모은 만족스러운 선집! 이 책은 '판타스틱'에서 '번역 다 해 놓고 오랫동안 묻혀놓은 채 출판이 안 되고 있었다'는 소개를 보고 더 관심을 갖게 되었다. 정말 기대 이상의 선집!
아주 만족스러웠고, 그 중 특히 마음에 들었던 이야기들은.

1. 세상을 파는 가게 - 로버트 셰클리
반전을 예측할 수 있었어야 했는데도 예측하지 못했다. 이 단편이 제일 처음에 나왔기 때문이다. (훌륭한 배치다!) 결말을 보는 순간 '아, 이 책이 그런 책이었지.'하고 깨닫게 된다. 멋진 시작이다.

3. 현대판 롯 - 워드 무어
최고! 마지막 순간까지도 전혀 예상치 못한 반전! 세상이 멸망직전인데 '거의 아무런 생명력도 없이' 멍청한 문명인의 사고방식에 찌들어 끊임없이 재잘거리고 있는(어머나 전화도 안 했네 어머나 불 안 끄고 왔어요) 아내와 아이들의 묘사는 멋지다.

4. 바퀴 - 존 윈덤
메가 워 뒤에 문명과 과학을 악마적인 것으로 거부하는 이야기는 많은 편이다. 상투적이지만 감동적인 결말이랄까.

7. 누가 상속자인가 - 로버트 애버나시
공산주의에 대한 고전적인 적대심과 자본주의에 대한 고전적인 찬양심이 다소 드러나지만, 나온 시기를 생각하면 혁신적이라고 해야겠다. 세상이 멸망했는데도 체제를 유지하려는 사람들의 신랄한 풍자. 멸망한 세상에서의 '공산주의자'와 '자본주의자'의 티격태격이 재미있다.

9. 부드러운 비가 올 거야 - 레이 브래드버리
화성연대기의 한 작품. 이것을 골라낸 편집자의 눈썰미도 놀랍다. 평화롭고 가정적인 세상의 모습이 그 본질을 깨닫는 순간 세상에서 가장 슬픈 모습이 된다. 으아, 다시 봐도 멋지다.

12. 동쪽으로 출발! - 윌리엄 텐
으하, 으하하하... 배를 잡고 웃었다. 멋진 역전 발상! 메가워 이후, 뭔가가 뒤바뀌었다! 키득키득. 하지만 인디언은 이렇게 변하지 않을 거라는 데 ... 많은 것을 걸겠다.

15. 소년과 개 - 할란 앨리슨
이 글을 마지막으로 배치한 편집진에 다시 박수를. 길이가 길기도 하지만, 아주 강렬하다. 19금(?)이기도 하고. 개는 말을 하지만 여전히 보통의 개처럼 보인다. 말을 하는 트랜스포머가 여전히 보통의 차 같은 것처럼. 그리고 아주 사랑스럽다.

핵전쟁이나 세계전쟁을 다룬 작품은 '진부해질 수' 없다.
핵전쟁이나 환경파괴나 인류종말에 관한 이야기가 줄어들고 있는 것에 관해서는, 꽤 옛날 만화인 '세피로트'에 나왔던 문구에 여러가지로 동감한다. - <문제가 해결되어서 이야기하지 않는 게 아니라, 이미 너무 늦어버렸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냥 눈과 귀를 막고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 핵전쟁도 세계전쟁도 그것이 초래할 종말의 가능성도 모두 우리의 현실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