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의 날 그후 - SF거장 14인이 그린 핵전쟁 그 이후의 세상
노먼 스핀래드 외 지음, 마틴 H. 그린버그 외 엮음, 김상온 옮김 / 에코의서재 / 2007년 7월
평점 :
품절


멸망물만 모은 만족스러운 선집! 이 책은 '판타스틱'에서 '번역 다 해 놓고 오랫동안 묻혀놓은 채 출판이 안 되고 있었다'는 소개를 보고 더 관심을 갖게 되었다. 정말 기대 이상의 선집!
아주 만족스러웠고, 그 중 특히 마음에 들었던 이야기들은.

1. 세상을 파는 가게 - 로버트 셰클리
반전을 예측할 수 있었어야 했는데도 예측하지 못했다. 이 단편이 제일 처음에 나왔기 때문이다. (훌륭한 배치다!) 결말을 보는 순간 '아, 이 책이 그런 책이었지.'하고 깨닫게 된다. 멋진 시작이다.

3. 현대판 롯 - 워드 무어
최고! 마지막 순간까지도 전혀 예상치 못한 반전! 세상이 멸망직전인데 '거의 아무런 생명력도 없이' 멍청한 문명인의 사고방식에 찌들어 끊임없이 재잘거리고 있는(어머나 전화도 안 했네 어머나 불 안 끄고 왔어요) 아내와 아이들의 묘사는 멋지다.

4. 바퀴 - 존 윈덤
메가 워 뒤에 문명과 과학을 악마적인 것으로 거부하는 이야기는 많은 편이다. 상투적이지만 감동적인 결말이랄까.

7. 누가 상속자인가 - 로버트 애버나시
공산주의에 대한 고전적인 적대심과 자본주의에 대한 고전적인 찬양심이 다소 드러나지만, 나온 시기를 생각하면 혁신적이라고 해야겠다. 세상이 멸망했는데도 체제를 유지하려는 사람들의 신랄한 풍자. 멸망한 세상에서의 '공산주의자'와 '자본주의자'의 티격태격이 재미있다.

9. 부드러운 비가 올 거야 - 레이 브래드버리
화성연대기의 한 작품. 이것을 골라낸 편집자의 눈썰미도 놀랍다. 평화롭고 가정적인 세상의 모습이 그 본질을 깨닫는 순간 세상에서 가장 슬픈 모습이 된다. 으아, 다시 봐도 멋지다.

12. 동쪽으로 출발! - 윌리엄 텐
으하, 으하하하... 배를 잡고 웃었다. 멋진 역전 발상! 메가워 이후, 뭔가가 뒤바뀌었다! 키득키득. 하지만 인디언은 이렇게 변하지 않을 거라는 데 ... 많은 것을 걸겠다.

15. 소년과 개 - 할란 앨리슨
이 글을 마지막으로 배치한 편집진에 다시 박수를. 길이가 길기도 하지만, 아주 강렬하다. 19금(?)이기도 하고. 개는 말을 하지만 여전히 보통의 개처럼 보인다. 말을 하는 트랜스포머가 여전히 보통의 차 같은 것처럼. 그리고 아주 사랑스럽다.

핵전쟁이나 세계전쟁을 다룬 작품은 '진부해질 수' 없다.
핵전쟁이나 환경파괴나 인류종말에 관한 이야기가 줄어들고 있는 것에 관해서는, 꽤 옛날 만화인 '세피로트'에 나왔던 문구에 여러가지로 동감한다. - <문제가 해결되어서 이야기하지 않는 게 아니라, 이미 너무 늦어버렸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냥 눈과 귀를 막고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 핵전쟁도 세계전쟁도 그것이 초래할 종말의 가능성도 모두 우리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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