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스타 슈퍼맨 All-Star Superman 1 시공그래픽노블
그랜트 모리슨 지음, 임태현 옮김, 프랭크 콰이틀리 그림 / 시공사(만화)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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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맨에게는 슈퍼맨의 매력이 있고 배트맨에게는 배트맨의 매력이 있다.  

배트맨이 어둠에 서 있다면 슈퍼맨은 빛에 서 있고, 좋은 배트맨 만화가 그 ‘어둠’을 제대로 그려낸다면 좋은 슈퍼맨 만화는 그 ‘빛’을 제대로 그려낸다.

이 작품에 감히 ‘지난 30년간 최고의 슈퍼맨 만화’라는 추천문구가 들어간 것은 과장이 아니다. ‘올스타 슈퍼맨’은 슈퍼맨을 평행우주에 넣거나 정신병을 일으키거나 독재자나 파괴자가 되게 하지 않고, 슈퍼맨의 가장 근원적인 지점에 서서 훌륭한 이야기를 만들어내었다. 렉스의 해석도 독특하지만 본질에 접근해 있다는 점에서 박수를 주고 싶다. 배트맨의 ‘조커’의 광기와는 다른 면에 서 있는, ‘인류로서의 자부심을 갖고 있는’ 엘리트주의자의 광기를 제대로 표현하고 있으니까.

이 작품은 죽음에 이른 슈퍼맨이 ‘인생을 정리하면서’ 겪게 되는 몇 가지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죽음을 맞이한 슈퍼맨은 조급해하지도 피하지도 누구를 원망하지도 않는다. 그저 여유롭게 살아온 날들을 정리한다. 마치 ‘도를 닦는 듯한’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결말은 내 생각 이상이었으니, 나중에 나올 2편에서 1편에 나타난 복선이 어떻게 어우러지고 결말을 맺는지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단지 익숙하지 않은 적들이 많이 나온다는 점은 한국인에게는 어려운 점일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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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 타워 1 - 최후의 총잡이 다크 타워
스티븐 킹 지음, 장성주 옮김 / 황금가지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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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 시작한 뒤 몹시 놀랐다. 뭐야, 스티븐 킹이 아니야! 누구냐 이 <젊은이>는! 이건 젤라즈니잖아! 강한 남자, 그보다 더 강한 적, 설명해주지 않는 세계관, 신화와 현실이 결합된 세계, 상징을 쓰는 기법, 닥치고 늘어놓는 설정. 저자해설에서 스티븐 킹이 “나는 그때 어렸고, 애매하게 쓰는 게 좋은 줄 알았고,”하고 땀을 뻘뻘 흘리며 변명하는 걸 보니, 킹도 이 소설이 자기답지 않은 줄 아는 모양. 하지만 맙소사, ‘그 자기답지 않은 면’이 정확히 내 취향이야!

언더 더 돔과 정반대의 감상을 말하자면, 어디가 스티븐 킹이야! 스티븐 킹 아냐! 누구야, 이 SF작가는!

내 생각에, 이 책은 킹의 안에 자리 잡고 있는 <소년>이 쓴 글이다. 
훨씬 거칠고, 젊고, 힘 있다.
급격하게 역사를 겪은 평행차원, 아니면 미래일까. 과거는 우리의 현대 문명이었고 주인공은 어린 시절에 중세에 살았고 어른이 되었을 때에는 서부시대를 닮은, 기형종이 가득한 종말시대로 들어간다. 이 시대의 ‘총잡이’는 총잡이와 기사 사이쯤에 있고 기독교문화에 민간신앙을 합친 듯한 신화적인 분위기가 결합되어 있다.

연작소설의 구조를 갖고 있지만 이야기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제 1권은 정체불명의 총잡이가 정체불명의 사나이와 정체불명의 탑을 쫓아 정체불명의 적과 싸울 것을 다짐하며 정체불명의 운명과 정체불명의 세 사람(아마도 우리 세계의 사람들)을 만날 것을 예고하며 끝난다. 오오 속편 아무거나 써도 되게 1권을 썼어, 천재야.


30년 전 판타지 소설 한 권이 이 정도로 현대적인 충족감을 준다는 것에 괜히 슬퍼졌다. 현대에서 죽을동살동 뭔가 새로운 것을 찾고 있는데 이미 그런 거 30년 전에 다 완성하고도 한참 지났다는... 걸 느낄 때의 망연한 기분이려나. 그런 경험 많이 하지만. 아무튼 이 책은 스티븐 킹 팬 말고 젤라즈니 팬에게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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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 더 돔 3 - 완결 밀리언셀러 클럽 113
스티븐 킹 지음, 장성주 옮김 / 황금가지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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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언셀러 클럽 카페에 올라간 웹툰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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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연 위의 불길 1 - 휴고상 수상작 행복한책읽기 SF 총서 18
버너 빈지 지음, 김상훈 옮김 / 행복한책읽기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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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이 녀석 쩐다.

집단 지성은 몇 SF에서 표면적으로 나온 적은 있지만 이렇게 생생하게 체험해주는 책은 처음 봤다. 집단 지성인으로 구성된 세상의 종교, 사상, 생활방식, 대립구조, 싸움, 결혼과 임신, 육아, 죽음과 삶, 완전히 다른 ‘자아인식’까지.

지구에 사는 인류로서 경험할 수 없는 체험. ‘인식의 확장’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준다. 집단지성체와 1인지성체의 퍼스트 조우를! 무려 각자의 시각에서!
인간, 다인족 뿐 아니라 외계인, 초우주적 지성체, 그 지성체의 파편(...)의 시점을 다 체험한다. 스케일 쩐다.

전반적으로 '다중자아'의 체험의 장을 열어주는 소설이다. 등장하는 다인족들은 이야기가 전개되는 와중에 변화하고 교체되고, 다시 태어나고 새로운 자아로 자신을 이어간다. 이런 체험이라니. (약간 스포 마우스 드래그) (신의 파편이었던 사람이 신이 떨어져 나간 뒤 '남은 것으로서의 자아를' 확립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은 다인족이 개체 하나가 죽거나 교체, 추가되었을 때 겪는 자아혼란과 비슷하다. 주인공이 성인이 아니라 어린 아이들인 것도, 책 시작에 등장하는 어른들의 '모두 부서졌어도 아이들이 있으니 괜찮아' 하는 의식, 자손과 자손으로 이어지는 인간의 다중자아의식을 대변하는 설정이 아닐까 하고 혼자 상상함.)


단지 전개가 급속도라 오오, 이제부터 갈등이! 하면 그 문제는 지나가고 다음 전개로 휘딱 넘어가며 매력적인 인물이 등장해서 오오, 이제부터 이들의 활약이! 하면 죽어나간다. 뭐 스케일 쩌니 괜찮아. 스케일 쩐다고 했지만 사건은 하나에 집중되어 있는 관계로 난잡하지 않다.

The tines를 그냥 옮기지 않고 ‘다인족’으로 해서 ‘많은 손톱’ + ‘많은 인간’ 이라는 이중의 의미를 가진 음차번역을 한 센스에 감탄. 다른 번역자들이라면 그냥 ‘스틸’로 불렀을 사람을 ‘강철자’ 등으로 번역하여 한국적이고 한자문화권 분위기를 낸 센스도 좋았다. 용어설명이 충실함. 
 

우주 전체와 신과 (신과는 분명 개념이 좀 다르고 저자는 '신선'으로 번역했지만 느낌상...) 인류와 소년소녀와 강아지들에게 위기가 닥친 채로 1권 종결. 다음호에 계속.


(웹툰 귀엽게 그렸다고 분위기 오해하지 마세요. 우주급 재앙과 음모와 암투, 전쟁 가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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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계승자
제임스 P. 호건 지음, 이동진 옮김 / 오멜라스(웅진)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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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을 쫓는 자 이후로 맞이하는 심장 마구 뜀. 제목도 비슷하군. 아, 지금도 심장이 뛴다.

책을 덮으며 몹시 슬펐다. 아으, 나는 왜 이 책을 2009년에 읽어야 하는 걸까. 우리는 뭐가 부족해서 이 책을 30년이나 지나서 봐야 했던 걸까. 이 책을 1977년에 볼 수 있었던 전 세계의 사람들이 다 부럽다. 1977년작이라고 믿어지지 않는 수준의 소설이다.

Z건담과 이상한 바다의 나디아의 모티브가 되었다는 말에 아니 이런 대형 스포일러를 해도 되는가 싶었는데 다행히 둘 다 내용상의 모티브가 아니라 에피소드 제목 하나를 이 책 제목을 땄다는 것이었음. 오히려 저 홍보문구 때문에 중간에 예상을 잘못했다. 교묘한 흐리기인가 혹시.

달 탐사선이 달에서 시체 하나를 발견한다. 그리고 전 세계의 과학자들이 모여서 시체의 분자 하나하나까지 분석을 시작한다.

헐리우드에서 무슨 일 터질 때마다 전 세계의 과학자들 모아 놓고 수다 떠는 거야 전통이지만 대부분 모여서 ‘신께서 세상을 창조하시고 멸망시키나니’라든가 ‘세상에는 과학적으로 해명할 수 없는 일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피라미드…….’ 등등으로 과학자 아니라 일반인 모아 놔도 그 정도 소리는 하겠다 싶은 개수다를 떨다가 결국 그 수다는 무용지물이고 과학적으로 해명 불가능한 외계인의 문명이 강림하시거나 세상은 러브 앤 피스 인간은 바이러스 어쩌고 두리뭉실 끝나는 반면에, 이 책에 모인 과학자들은 놀랍게도 진짜 과학자들이다. 와, 진짜 과학자들 모인 거 처음 봤다. 게다가 자기들 아는 것 많다고 이런 것쯤 설명 안 해도 교양 있고 과학지식 풍부한 일반인은 다 알죠. 하고 넘어가는 게 아니라 기초과학부터 모두 차근차근 논리적으로 설명해준다. 생물학 물리학 역사학 진화학 언어학 천문학 다 나온다. 만세만세만세. 만세 삼창. 시체 하나가 태양계의 역사 전체를 밝힌다. 마치 세상에서 처음 발견된 공룡화석 하나가 지구 연대기를 완전히 바꾸어 놓듯이.

주로 화석분석으로 진행되는 이야기지만 새로운 증거가 나타날 때마다 가설이 뒤집어지고 다시 뒤집어지고 수정되고 보완되는 바람에 반전에 반전을 반복하는 액션영화를 방불케 한다. 책의 90%가 회의로 진행되는데도 불구하고!

계속 가설을 뒤집는(혹은 보완하는) 증거가 등장하는 바람에, 책을 읽는 내내 세상에 존재하는 온갖 인류문명기원설을 다 떠올려 볼 수 있었다는 것도 즐거운 경험이었다.

* 코리엘을 주인공으로 하는 이야기가 있으면 보고 싶다. 자료로만 슬쩍 나타나는 인간이 이토록 매력적일 수가. 혹시 4부작 중에 없나요.
* 콜드웰이라는 사람이 나오는 바람에 뭐 관련 있는 사람인가 했다.
* 중간에 헌트 승진한 거 아무리 봐도 ‘부하 여직원이 한 일 은근슬쩍 자기가 한 일처럼 만들어놓고 입 싹 씻고 승진 및 이직’ ……아니었나. 너 그래도 되는 거냐. 숨은 인재였으나 역사의 뒤안길로 묻힌 린 갈런드에게 애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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