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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연 위의 불길 1 - 휴고상 수상작 ㅣ 행복한책읽기 SF 총서 18
버너 빈지 지음, 김상훈 옮김 / 행복한책읽기 / 2011년 1월
평점 :
절판
오 이 녀석 쩐다.
집단 지성은 몇 SF에서 표면적으로 나온 적은 있지만 이렇게 생생하게 체험해주는 책은 처음 봤다. 집단 지성인으로 구성된 세상의 종교, 사상, 생활방식, 대립구조, 싸움, 결혼과 임신, 육아, 죽음과 삶, 완전히 다른 ‘자아인식’까지.
지구에 사는 인류로서 경험할 수 없는 체험. ‘인식의 확장’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준다. 집단지성체와 1인지성체의 퍼스트 조우를! 무려 각자의 시각에서!
인간, 다인족 뿐 아니라 외계인, 초우주적 지성체, 그 지성체의 파편(...)의 시점을 다 체험한다. 스케일 쩐다.
전반적으로 '다중자아'의 체험의 장을 열어주는 소설이다. 등장하는 다인족들은 이야기가 전개되는 와중에 변화하고 교체되고, 다시 태어나고 새로운 자아로 자신을 이어간다. 이런 체험이라니. (약간 스포 마우스 드래그) (신의 파편이었던 사람이 신이 떨어져 나간 뒤 '남은 것으로서의 자아를' 확립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은 다인족이 개체 하나가 죽거나 교체, 추가되었을 때 겪는 자아혼란과 비슷하다. 주인공이 성인이 아니라 어린 아이들인 것도, 책 시작에 등장하는 어른들의 '모두 부서졌어도 아이들이 있으니 괜찮아' 하는 의식, 자손과 자손으로 이어지는 인간의 다중자아의식을 대변하는 설정이 아닐까 하고 혼자 상상함.)
단지 전개가 급속도라 오오, 이제부터 갈등이! 하면 그 문제는 지나가고 다음 전개로 휘딱 넘어가며 매력적인 인물이 등장해서 오오, 이제부터 이들의 활약이! 하면 죽어나간다. 뭐 스케일 쩌니 괜찮아. 스케일 쩐다고 했지만 사건은 하나에 집중되어 있는 관계로 난잡하지 않다.
The tines를 그냥 옮기지 않고 ‘다인족’으로 해서 ‘많은 손톱’ + ‘많은 인간’ 이라는 이중의 의미를 가진 음차번역을 한 센스에 감탄. 다른 번역자들이라면 그냥 ‘스틸’로 불렀을 사람을 ‘강철자’ 등으로 번역하여 한국적이고 한자문화권 분위기를 낸 센스도 좋았다. 용어설명이 충실함.
우주 전체와 신과 (신과는 분명 개념이 좀 다르고 저자는 '신선'으로 번역했지만 느낌상...) 인류와 소년소녀와 강아지들에게 위기가 닥친 채로 1권 종결. 다음호에 계속.
(웹툰 귀엽게 그렸다고 분위기 오해하지 마세요. 우주급 재앙과 음모와 암투, 전쟁 가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