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 타워 1 - 최후의 총잡이 다크 타워
스티븐 킹 지음, 장성주 옮김 / 황금가지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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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 시작한 뒤 몹시 놀랐다. 뭐야, 스티븐 킹이 아니야! 누구냐 이 <젊은이>는! 이건 젤라즈니잖아! 강한 남자, 그보다 더 강한 적, 설명해주지 않는 세계관, 신화와 현실이 결합된 세계, 상징을 쓰는 기법, 닥치고 늘어놓는 설정. 저자해설에서 스티븐 킹이 “나는 그때 어렸고, 애매하게 쓰는 게 좋은 줄 알았고,”하고 땀을 뻘뻘 흘리며 변명하는 걸 보니, 킹도 이 소설이 자기답지 않은 줄 아는 모양. 하지만 맙소사, ‘그 자기답지 않은 면’이 정확히 내 취향이야!

언더 더 돔과 정반대의 감상을 말하자면, 어디가 스티븐 킹이야! 스티븐 킹 아냐! 누구야, 이 SF작가는!

내 생각에, 이 책은 킹의 안에 자리 잡고 있는 <소년>이 쓴 글이다. 
훨씬 거칠고, 젊고, 힘 있다.
급격하게 역사를 겪은 평행차원, 아니면 미래일까. 과거는 우리의 현대 문명이었고 주인공은 어린 시절에 중세에 살았고 어른이 되었을 때에는 서부시대를 닮은, 기형종이 가득한 종말시대로 들어간다. 이 시대의 ‘총잡이’는 총잡이와 기사 사이쯤에 있고 기독교문화에 민간신앙을 합친 듯한 신화적인 분위기가 결합되어 있다.

연작소설의 구조를 갖고 있지만 이야기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제 1권은 정체불명의 총잡이가 정체불명의 사나이와 정체불명의 탑을 쫓아 정체불명의 적과 싸울 것을 다짐하며 정체불명의 운명과 정체불명의 세 사람(아마도 우리 세계의 사람들)을 만날 것을 예고하며 끝난다. 오오 속편 아무거나 써도 되게 1권을 썼어, 천재야.


30년 전 판타지 소설 한 권이 이 정도로 현대적인 충족감을 준다는 것에 괜히 슬퍼졌다. 현대에서 죽을동살동 뭔가 새로운 것을 찾고 있는데 이미 그런 거 30년 전에 다 완성하고도 한참 지났다는... 걸 느낄 때의 망연한 기분이려나. 그런 경험 많이 하지만. 아무튼 이 책은 스티븐 킹 팬 말고 젤라즈니 팬에게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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