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1 - 제1부 격랑시대
조정래 지음 / 해냄 / 2001년 11월
평점 :
절판


반공 이데올로기 - 반세기의 역사는 다시 회귀하는가?

박수를 치기 위해서는 오른손과 왼손이 모두 있어야 한다. 한쪽이 기형적으로 크거나 혹은 작거나 또는 없다면 우리는 영영 박수를 못 치고 만다. 그러나 기형의 손으로 박수를 칠 수 없음이 분명함에도 우리사회는 끊임없이 오른손으로만 박수를 치라고 강요한다. 그래서 항상 박자가 안 맞고 소리가 작게 난다. 우리는 이런 터무니없는 일들을 무려 반세기가 넘도록 강요받아오고 있다.

우리 사회의 여론은 통일을 원하고 있다. 통일이란 오른손과 왼손이 만드는 박수처럼 남과 북이 하나되는 모습이다. 그러나 우리는 반공이데올로기라는 이름으로 역사의 장대한 흐름을 거스르고 있다. 용공, 반공, 국가보안법, 간첩 등과 같은 수많은 용어들은 지난 우리의 삶의 단편들을 보여주는 구실을 한다. 수많은 이들이 이데올로기라는 허상에 의해 끊임없이 그들의 삶을 침탈 당하고 사회 안에서 소외되는 아픔을 겪어왔다. 소설 '한강'의 유일민처럼 능력이 있어도 삶을 살아갈 기반을 마련하지 못하고 늘 감시 받아야만 했던 삶의 모습들...마치 조지 오웰의 ' 1984 '의 빅브라더가 우리 사회에 현신한 모습이 반공이데올로기인 것 같다. 우리의 파쇼정권의 이데올로기는 그렇게 평가받아 마땅하다. 내가 생각하는 이데올로기란 인간의 삶을 더 고양된 위치로 끌어올리기 위한 도구이다. 그러나 이데올로기가 도구에서 벗어나 우리를 지배할 때 그것은 우리 가슴에 비수가 되어 돌아온다. 반공이데올로기는 인간을 자신의 삶에서 소외시키고, 인간을 사회 안에서 소외시킨다.

박하사탕의 영호가 고문을 할 때 나체를 들어낸 사내를 가혹하게 때리는 행위를 통해 자신의 순수함을 잃어 가고 고문당하는 이의 인권을 짓밟듯이 우리는 국가가 행하는 이데올로기의 제약들에 의해 국가의 진정한 모습을 잃어버리고 우리 삶의 진정성을 잃어버린다.

작가는 우리에게 과제를 던져준다. 지금의 우리는 어떤 이데올로기 속에 묻혀 살아가는 것인가. 사회 안에는 여전히 보수, 우익으로 대표되는 반공이데올로기의 신봉자들이 잔존하고 있다. 물론 건전한 보수는 건전한 진보와 함께 사회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다. 그러나 반공을 강요하는 극우파적 성향의 잔존은 우리로 하여금 다시 역사를 회귀하게 만드는 극악한 존재가 아닐 수 없다. 이미 세상은 이데올로기의 종말이라고 불릴 만큼 급변해 가고 있다. 그러나 우리만이 여전히 50년 전의 극한 대립속에서 발버둥치고 있다. 역사는 점점 지쳐간다. 돌이킬 수 있는 힘이 남아있을 때 역사를 올바른 궤도에 올려놓는 시도를 해보자. 기회는 다시 오지 않는다. 이제는 너무 커져버린 오른손을 줄일 때가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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