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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아, 다시는 평발을 내밀지 마라
김훈 지음 / 생각의나무 / 2002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세상을 보는 눈
세상에 대하여 글을 쓴다는 것은 자신이 살고 있는 세상에 끊임없는 관심과 관찰이 없이는 불가능한 작업이다. 특히 우리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이라는 공간은 그 어떤 공간 보다 변화무쌍하여 한 순간 자신의 작업에 소홀하게 되면 그 실체를 정확히 볼 수 없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많은 이들이 자신의 눈을 통해 세상을 조명해 보고 그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작업을 진행중이다. 지난번에는 박노자라는 귀화한 외국인(실재로는 더 한국인에 가까운)이 세상을 바라보던 것을 같이 엿보았던 적이 있다. 이번에는 김훈이라는 신문기자 출신의 작가가 보고있던 우리 세상을 함께 들여다보았다.
정당하게 살자
올해 MBC가 내걸고 있는 슬로건은 한번쯤 들어보았겠지만 ' 정정당당 KOREA'다.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한국을 이루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그들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그들을 얼마나 정정당당하지 못하다고 생각했으면 이 나라의 공영방송중에 하나인 MBC의 목표가 정정당당이겠는가...이러한 표제를 통해서 절실히 느낄 수 있듯이 이 한국 사회는 온갖 부 정의와 부 정직이라는 말로 얼룩져 있다.
많은 이들은 군대를 안가기 위해 별별 수작을 다 부리고, 한 나라의 대통령은 나라가 망해가도 자기 자식 생각에 여념이 없고, 이데올로기가 대립하던 20세기를 지난 이 시점에도 색깔론과 이념 논쟁으로 시간을 허비하는 이 사회...막댄 말로 미쳐 돌아가고 있는 사회속에 우리는 이렇게 놓여져 있다. 누군가 말했던... R.O.T.C republic of total corruption 총체적 부패 공화국 ...우리 사회를 단적으로 말해주는 명제가 아닐 수 없다..(개인적으로 학군단인 나는 안 좋아 하는 말이지만...) 이 책의 저자인 김훈은 이와 같은 우리 사회를 따뜻하지만 이성적인 눈으로 고찰해 보고 있다.
자신의 아들이 평발을 내밀며 군대에 안 갈 수 없냐고 물을 때의 가난하고 권력없는 아비의 심정과 올바른 국가관을 말하고 참됨만을 말해야 하는 자신의 모순된 위치(이 책의 저자)...많은 대한민국의 아버지들과 남성들이 겪어야 할 멍에이다. 이 나라는 반세기가 넘도록 남과 북으로 나뉘어 있고, 그에 따라 건전하지 못한 정신이 사회에 팽배하게 펼쳐져 있다. 우리들, 이 땅에 살고 있는 우리들의 슬픈 초상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결코 이런 세상에 살고 있다고 해서 절망하지는 않는다. 저자는 절망하라고 말하지 않는다. 우리는 이와 같은 여러 가지 패악들을 극복하고 정당한 위치에서 정당한 방법으로 살아가야 한다. 사회를 고찰하고 사회 속의 패단을 들추어내는 것이 많은 작가(이 책의 저자와 같이)들의 몫이 라면 그것을 수용하여 고쳐나가고, 개선시키는 것은 우리 모두의 몫인 까닭이다.
우리라는 말을 돌려 달라.
우리 사회가 직면한 커다란 문제점 또 하나는 이분법적 사고에 있다. ' 우리 '라는 말은 나와 타아간의 상호협력적인 관계가 성립될 때 인정될 수 있는 말이다. 그렇다면 이 사회, 대한민국 안에는 우리라는 말은 없을 것이다. 한국 사회는 나만 있지 너는 없다. 모든 일의 기준은 나에서 비롯되고 너의 존재는 잊혀지기 마련이다.
지난 언론사태는 이러한 현실을 직시하게 하는 중요한 재료가 되어 주었다. 정부는 조세정의라는 입장에서 언론에 대대적인 수사를 펼쳤고, 결국에는 거대한 과징금을 부과했다. 그러나 이러한 정부의 처사는 조세정의라는 대의적 명분을 가지고 있음에도 시기의 부적절성과 그 의도의 불명확성에 의해 그 순수한 의도가 의심받기에 충분했다. 한편 언론은 사회의 공기로서 스스로 자정하고 권력을 감시하는 자신의 의무를 망각한 채 자신 스스로 권력화하는 오류를 범하고 말았다. 또 자신의 잘못을 시인하기보다는 강력하게 저항함으로서 스스로 그물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를 박탈당하고 말았다. 이러한 정부와 언론간의 투쟁에 있어서도 우리는 사회의 많은 지인들에게 어느 한 쪽 편에 설 것을 강요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