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의 나라에서
히샴 마타르 지음, 왕은철 옮김 / 현대문학 / 2009년 10월
절판


마마와 나는 대부분의 시간을 함께 보냈다. 그녀는 혼자였고, 나는 그녀의 곁을 떠날 수가 없었다. 내가 잠시라도 눈길을 돌리고 방심을 하면 무슨 일이 일어날 것만 같았다. 나는 내가 방심하지 않고 관심을 기울이면, 재앙이 닥치지 않고 그녀가 제자리로 고스란히 돌아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녀의 예측 불가능한 행동과 절박한 이야기들이 나를 괴롭혔지만 그로 인한 나의 경계심과 당시에는 그녀의 병이라고밖에 설명할 수 없었던 것이 우리 두 사람을 친밀감 속으로 묶어줬다. 그 후로 내가 사랑에 대해 갖고 있는 가장 깊숙한 기억의 자리를 차지하게 된 그 친밀감 속으로 말이다. 사랑이 어딘가에서 시작한다면, 그리고 그것이 거울에 반짝이는 빛처럼 어떤 한 사람에 의해 끌어내지는 숨겨진 힘이라면, 내게는 그 사람이 바로 그녀였다. 분노도 있었고 연민도 있었고 미움의 어둡고 따뜻한 포옹도 있었다. 하지만 언제나 사랑이 있었고, 사랑의 시작을 에워싸는 기쁨이 있었다.-35쪽

"네가 그 아이의 슬픔에 너무 가까이 있는 건 좋지 않다는 말이다. 슬픔은 우묵한 곳을 좋아하는 법이다. 그것이 원하는 건 자신의 메아리를 듣는 것뿐이다. 조심해라."-65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조선 지식인의 글쓰기 노트 - 글쓰기에 대한 사유와 기록 조선 지식인 시리즈
고전연구회 사암, 한정주, 엄윤숙 지음 / 포럼 / 2007년 4월
구판절판


글이란 자신의 마음과 뜻을 다른 사람에게 제대로 전할 수 있도록 쉽고 간략하게 짓는 것뿐이다.-123쪽

여행이나 생활 속에서 배우지 않는 글은 곧 부패하거나 낡아버리기 쉽다.-148쪽

처음 글을 지을 때에는 마음속에 사사로운 뜻이 있기 때문에 스스로 글의 결점과 병폐를 보기 어렵다. 시간이 흐르고 난 다음에야 처음 글을 지을 때 가졌던 사사로운 마음이 없어지고 공정한 마음이 생기므로 좋은 문장과 함께 그 글의 결점과 허물을 분명하게 알 수 있는 법이다. -177-178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조선 지식인의 독서 노트 - 책 읽기에 대한 사유와 기록 조선 지식인 시리즈
고전연구회 사암, 한정주.엄윤숙 엮고 씀 / 포럼 / 2007년 3월
구판절판


또 고반룡은 "재주가 없다고 근심하지 마라. 앎으로 나아가면 재주 역시 발전하기 때문이다. 생각이 넓지 못하다고 근심하지 마라. 보고 듣는 것이 넓어지면 생각 역시 넓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독서를 통해서만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39쪽

오직 독서만은 사람에게 이로움을 주고 해로움을 주지 않으며, 오직 자연만은 사람에게 이로움을 주고 해로움을 주지 않는다. 오직 바람과 달, 꽃과 대나무만은 사람에게 이로움을 주고 해로움을 주지 않으며, 오직 단정하게 앉아 말없이 고요하게 지내는 생활이 사람에게 이로움을 주고 해로움을 주지 않는다. 이와 같은 네 가지를 ‘지극한 즐거움’이라고 말한다.-247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채링크로스 84번지
헬렌 한프 지음, 이민아 옮김 / 궁리 / 2004년 1월
구판절판


채링크로스가 84번지의 친구 여러분에게
아름다운 책, 고맙습니다. 책장 전체가 금테두리로 된 책은 가져보지 못했어요.
이 책이 제 생일에 도착했다는 사실, 믿어지세요?
여러분이 덜 조심하여 카드를 쓰는 대신 속표지에다 글을 남기셨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행여나 책의 가치가 떨어질세라 노심초사하는, 서적상의 본분이 거기서 발휘된 거겠죠?
현재의 소유자에게는 가치를 높이는 일이었을 텐데 말이에요
(그리고 미래의 소유자에게도 그랬을 거에요.
저는 속표지에 남긴 글이나 책장 귀퉁이에 적은 글을 참 좋아해요.
누군가 넘겼던 책장을 넘길 때의 그 동지애가 좋고,
오래 전에 세상을 떠난 누군가의 글은 언제나 제 마음을 사로잡는답니다.)-50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위험한 책 일루저니스트 illusionist 세계의 작가 4
카를로스 마리아 도밍게스 지음, 조원규 옮김 / 들녘 / 2006년 2월
품절


책 한 권을 버리기가 얻기보다 훨씬 힘겨울 때가 많다. 우리는 궁핍과 망각 때문에 책들과 계약을 맺고, 그것들은 다시는 되돌아오지 않을 지난 삶에 대한 증인처럼 우리와 결속되어 있다. 책들이 자리를 잡고 있는 동안 우리는 축적의 환상을 가질 수 있다. 어떤 이들은 책을 읽을 때마다 정신적인 소득을 기입하듯 해와 달과 날을 기록하곤 한다. 또 어떤 이들은 첫장에 자기 이름을, 공책에 빌려갈 사람의 이름을 적고 난 연후에야 책을 빌려주곤 한다. 공공도서관처럼 도장을 찍고 소유자의 카드를 꽂아놓은 책들도 본 적이 있다. 책을 잃어버리는 걸 달가워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차라리 반지나 시계, 우산 따위를 잃는 편이, 다시는 읽지 않더라도 낯익은 제목만으로도 우리가 과거에 누렸던 감정을 일깨워주는 책 한 권을 잃는 것보다 훨씬 낫다. -17쪽

이를테면 나는 괴테를 읽을 때 스테레오에 바그너의 음악을 틀어놓지요. 보들레르를 읽을 때는 드뷔시를 틀고요. 독서라는 여행에 늘 함께하는 것들이지요. 선생께 자신 있게 말하건대, 그렇게 하면 즐거움이 더욱 커진답니다. 어떠면 아실지 모르겠지만, 사람들은 책을 읽을 때 거의 진동이 감지되지 않을 정도로 철자들을 발음하곤 합니다. 책읽기란 완전한 침묵에 잠기는 일이 아니지요. 우리의 목소리가 언제나 함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악기가 악보를 연주하듯이 목소리는 읽는 행들을 연주합니다. 그리고 이런 읽기는 눈으로 읽는 것만큼 중요하다고 확신합니다. 단어와 문장들에서 음과 멜로디를 이끌어내는 거지요. 그래서 낮게 음악을 깔아주면 고막 안 깊은 곳에서 자신의 목소리와 스피커에서 나온 음악의 조화로운 화성이 이루어집니다. 이때 음악이 몇 데시벨만 더 커져도 목소리를 압도해 텍스트를 침묵하게 만들거나 망가뜨리고 맙니다. 조악한 산문을 읽을 때도 좋은 음악을 곁들이면 느낌이 좀 괜찮아지지요.-60-61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