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애하는 나의 집에게 (리커버) - 지나온 집들에 관한 기록
하재영 지음 / 라이프앤페이지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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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많이 울었어요, 작가님의 집들과 제가 통과해온 집들의 기억이 쏟아져서... 슬픔 안에 희망을 이야기해주셔서 감사해요. 앞으로 소설도 많이 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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댈러웨이 부인 열린책들 세계문학 8
버지니아 울프 지음, 최애리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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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일어나는 일이 일어난 것뿐이었다.---그들의 삶에서 매일 저녁 일어나는 일이(165)

 

어느 날씨 좋은 1920년대 유월 중순, 런던의 어느 하루. 클라리사 댈러웨이 부인은 꽃은 자기가 사오겠노라고말하고 집을 나선다. 그녀의 눈에 비친 런던의 풍경과 파티에 온 사람들의 모습이 이 소설 서사의 전부라고도 할 수 있다. <댈러웨이 부인>은 버지니아 울프가 마흔 살의 나이에 쓴 감정소설(흔히들 의식의 흐름이라 일컫는 소설 기법으로 쓰인 작품)로 마음먹고 읽으면 더 이해하기 힘든 소설이다. 클라리사의 산책길을 따라 런던과 그곳에 살고 있는(혹은 살았던) 사람들을 만나러 간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떠나보자. 그녀처럼 나도 거리를 걷는 것을 지나칠 정도로 사랑하므로.

 

그녀는 빅토리아 스트리트를 건너며 생각했다. 왜 그렇게 삶을 사랑하는지, 어떻게 삶을 그렇게 보는지, 삶을 꿈꾸고 자기 둘레에 쌓아 올렸다가는 뒤엎어 버리고 매 순간 새로 창조하는지, 하늘이나 아실 일이다. 더없이 누추한 여인을, 남의 집 문간에 앉아 있는, 비참하기 짝이 없는 이들도 마찬가지야. 저 사람들도 인생을 사랑하거든. 바로 그 때문에 의회 법으로도 다스릴 수 없는 거야.(6면)

소설은 오십 대의 안방마님 클라리사, 전쟁 후유증으로 환각 상태에 빠져 끝내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셉티머스, 클라리사의 옛 구혼자 피터 월시 이야기가 나란히 삼각구도로 진행된다. 처음엔 빅벤의 종소리를 기준점으로 세 인물의 인상(印象)을 쫓아다니기 바빴다. 시계가 시간을 알린다. 한 점, 두 점, 석 점……. 점점 소설에 빠져들수록 인생의 순간순간을 기억하고 연결하려는 버지니아 울프, 그녀 자신이 보였다. 그녀가 사랑하는 것, 삶이, 런던이, 유월의 이 순간.”

 

젊은 시절의 열정을 그리워하는 클라리사는 왜 그렇게 무의미해 보이는 파티를 열려고 하는 것일까? (이 질문은 소설을 읽는 내내 따라다닌다.) 그녀는 자기 파티가 정말로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지루하게 되어 간다는 것을 견딜 수 없어 했다. 그녀는 파티에 온 사람들의 면면을 관찰하고 심리를 꿰뚫어본다. 매번 파티를 열 때마다 그녀는 이렇게 자기 자신이 아닌 무엇인가가 되는 듯한 느낌, 어찌 보면 모든 사람이 비현실적이고 어찌 보면 훨씬 더 현실적인 듯한 느낌이 들곤 했다. 그런 그녀를 버지니아 울프가 피터의 목소리를 빌려 우아하게 묘사한다.

 

파도 위를 노닐며 머리채를 땋는 듯이 보이는, 그녀는 여전히 그 재능을 가지고 있다. 그저 거기 존재하는 재능, 지나가는 순간 삶 전체를 집약하는 재능을. () 거물처럼 보이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는 (부디 그에게 행운이 있기를) 저 금줄 두른 사내에게 작별 인사를 하는 그녀에게는 뭐라 말하기 힘든 위엄이 있다. 극히 섬세한 따사로움이 담겨 있다. 마치 온 세상에 복을 빌면서, 이제 모든 것의 막바지에서, 작별을 고하기라도 하는 것처럼.(198)

 

이 책에 밑줄 그은 문장들을 따라가 보면, “지나가는 순간 삶 전체를 집약하는버지니아 울프의 집요함에 지칠 때도 있다. 온갖 소리와 색깔, 대화와 웃음소리, 지나가는 차의 경적 소리, 노신사가 신은 양말까지 그녀는 세세히 묘사하고, 풍부한 표현으로 그 순간순간을 소설에 아로새긴다. 놀랄 만큼 많은 수의 재능 있는 사람들과 교류했던 작가 자신의 경험은 파티를 묘사하는 후반부에 더욱 빛을 발한다. 클라리사가 바라보는 리처드, 피터가 바라보는 클라리사, 샐리가 바라보는 피터, 여자들이 바라보는 여자들, 남자들이 바라보는 남자들 등 다양한 시선이 겹치고 겹쳐서 하나의 파티를 완성시킨다. 그리고 결정적인 셉티머스의 자살. 같은 시간 다른 장소에서 이루어지는 사건이 파티장을 덮친다. 마치, 버지니아 울프의 극적인 자살이 소설에서 예견이라도 된다는 듯이.

 

인생이란 참을 수 없다. () 그런데(바로 오늘 아침 그녀 자신도 그랬지만) 두려움이라는 것도 있다. 부모가 손에 쥐어 준 이 인생이라는 것을 끝까지 살아야 한다는 것, 평온하게 지니고 가야 한다는 것에 덮쳐 오는 무력감. 그녀의 마음속 깊은 곳에도 끔찍한 두려움이 자리 잡고 있었다.(210)

 

이런 두려움에서 클라리사는 벗어났다. 하지만 그 청년은 자살했다. 그녀는 그가 자살은 했지만 불쌍하다고 느끼진 않는다고 말한다. 동시에 그녀는 자신의 나이들어감을 찬양한다. 이런 과정을 여러 번 겪었으리라. 밤마다 불면증에 시달리면서도 해가 뜨는 것과 날이 저무는 것을 바라보며 기쁨에 떠는 끔찍하게 예민한 작가의 한숨……. 쉽지 않은 책이다. 쉽게 읽고 싶은 않은 책이다. 나의 젊은 날과 연관되는 사람들을 한 자리에 모아놓고 천천히 감상하고 싶어진다. 결혼식을 치렀지만, 그 때 나를 찾아왔던 많은 사람들을 돌보지 못했다. 언제나 결혼식의 주인공은 신랑신부가 아니라 그날의 음식이라는 진실만이 남았다. 그날의 풍경을 하나하나 묘사해보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

 

<만일 지금 죽어야 한다면, 지금이야말로 가장 행복한 때이리>하고 언젠가 그녀는 중얼거린 적이 있었다. 새하얀 옷을 입고 계단을 내려오면서.(210)

 

작가는 대단히 매력적인 클라리사에게 뭔가가 결여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질투심이 강한 샐리의 시선대로 그녀는 자신보다 신분이 낮은 광부의 아들과 결혼했기 때문일까. 속물근성이 묘하게 섞인 그 친절함은 정말 거짓일까. 하지만 나이가 들어 좀 더 성숙해진 피터는 안다. 이제 그녀는 늙었지만, 바라보고 이해하면서 느끼는 힘은 더 강해졌다고. 클라리사에게 정원, 나무들, 응접실 벽지, 브람스를 노래하던 남자, 깔개들의 냄새와 같이 샐리와 피터는 언제까지나 젊은 시절의 일부일 것이다. 정말 싫은 사람들도 만나야 하는 지금과 달리, 그 때는 그렇게 그립고 살가운 것들이 넘쳐났다. 지난날을 생각하며 기쁨으로 온몸에 생기가 돌았던 댈러웨이 부인은 그렇게 하루를 조용히 마감할 것이다. 그녀는 아주 젊은, 그러면서도 말할 수 없이 나이가 든 기분이 들었다. “단 하루라도 산다는 것은 아주, 아주 위험한 일이라는 느낌이 떠나지 않았다.” 그녀를 둘러싼 죽음의 냄새는 강하다. 그러나 적어도, 오늘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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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아름다운
제프 다이어 지음, 한유주 옮김 / 사흘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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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에는 다른 예술 장르에서는 결코 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난다고 한다.

누구나 자신만의 소리를 가질 수 있는 것.

<지속의 순간들>의 작가 제프 다이어의 신간 <그러나 아름다운>은

이런 재즈 속성을 담아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쓰여진 책이다.

<워싱턴 포스트>는 "다이어는 재즈로 시를 썼다. 아름답고 슬픈 음악에 대한 시를."이라고 평했다.

 

 

특별하거나 유별난 점들을 다리미로 쫙쫙 펴 없애며

슬퍼도 기쁜 척, 기뻐도 덜 기쁜 척 보이도록 살아가는 이들에게

'재즈'는 그저 우주의 미녀처럼 수억 광년 멀리 떨어진 존재인지도 모른다.

 

저자는 남과 다른 자신만의 생각을 한 번도 표현할 기회를 가져본 적이 없는 이들과

자신만의 생각조차 없는 사람들은 설령 재즈를 한다고 하더라도 한낱 은행원이나 배관공보다도 못하다고 말한다.

(은행원과 배관공 앞에 '한낱'이란 수식어를 달아도 될지 모르겠지만...)

끝없이 찾아오는 고통과 통증들이 예술가에게 약이 되는 이야기는 넘치고 넘친다.

그러나, 제프 다이어가 연주하는 '재즈'란 예술은 "자기 분열 일등급"으로 분류된다.

몽롱한 기분으로 이 책을 읽다보면, 앞서 나왔던 인물이 지금 페이지에 또다시 존재하는 착각이 수없이 일어난다.

그래서 문장을 다시 읽으며 타이핑하고 있다.

이러다 보면 재즈가, 제프 다이어가, 궁극엔 이 책이 나에게 어떤 상처를 요구하고 있는지 알 수 있을지도 모른다.

 

 

 

"몇 년 전, 그는 자신이 무엇을 연주하고 있는지를 계속 생각하려고 노력했다.

그는 자신만의 테크닉을 의식하게 되었고, 이에 안심하면서도 방만해지는 자기 분열이 일어났는데,

그 까닭은 단순히 자신이 연주하고 있다는 사실을 의식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자신이 무엇을 연주하고 있는지를 거의 의식하지 않을 때 가장 훌륭한 연주를 들려주었다.

어떤 지점에 이르러 그의 연주는 테크닉 따위는 모조리 잊어버리는 상태에 도달했다.

자신의 지나온 삶을 알고 있은 그는 지금, 음악에 완전히 몰입하여, 자신에 대한 감각들을 송두리째 잃어버린 채로,

거의 자동적으로 자신을 넘어선 연주를 들려준다. 모든 음들은 블루스의 위안을 전달하고,

가장 단순한 선율조차 장엄한 레퀴엠처럼 당신의 심장을 찢어놓는다. 그도 이를 알고 있다.

그는 오랫동안 궁금해 했고, 의심했으며, 희망해왔던 그 무엇을 감각한다.

자신이 탕친 삶으로 인해 자신의 재능이 낭비되지 않았다는 것, 그는 예술가이며 유약함이란 그에게 본질적이었다는 것을.

약함은 그의 연주에서 강함의 원천이 되어주었다."(278)

 

 

 

약함이 강함의 원천이 되어주었다는 희망.

테크닉과 별개로 이루어지는 천재성.

무조건적으로 다른 연주자들을 재해석하게 되는 운명.

그들과 다른 자신만의 방식으로 해석하게 될 때 전통의 일부가 되는 지속성.

듀크 엘링턴, 빌 에반스, 키스 자렛, 쳇 베이커 등 선배들을 따라 비오는 날마다 듣던 재즈 선율은

그렇게 살아있는 '비평 그 자체'였던 것이다. (무식이 '죄'가 되던 시절이었다)

책은 듀엣, 트리오, 퀘텟, 빅 밴드처럼 서로 다른 재즈 포맷들과 용어들을 자세히 설명해주지 않지만

그 어떤 재즈 입문서(설명서)보다 재즈에 대한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일화들을 많이 소개하고 있다.

 

 

고주망태, 폐물, 감옥생활, 인종차별, 정신분열, 헤로인 중독...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즈 뮤지션들은 일찍 죽지 않았다.

"그들은 그저 남들보다 빨리 늙을 뿐이었다"

실제 요절한 뮤지션도 많지만, 음악으로 불멸한다고 믿는 이들이다.

그리고 재즈가 빠른 속도로 발전할 수 있었던 요인으로 제프 다이어는 '궁핍함'을 꼽는다.

뮤지션들은 일주일에 여섯 번에서 일곱 번이나 밤을 새워가며 공연했고,

즉흥 연주도 수없이 시도하며 돈을 벌어야만 했다.

영감이 떠오르기만을 기다릴 수 없었기에, 직업적으로 재즈를 연주했다.

그러면 갑자기 '새로운 음악'이 일어나는 순간도 온다. 그 순간이 모여 재즈 페이지를 채운다.

 

나같은 재즈 문외한에게도 이 책은 충분히 (글쓰기적으로) 매력적이다.

즉흥 연주로 자신만의 연주를 완성해가는 재즈 뮤지션만큼 부러운 작가이다.

똑같은 에피소드도 제프 다이어란 '재즈 라이터'를 통해서 전혀 다른 이야기로 변하는 과정이 놀랍다.

부록처럼 느껴지는 이 책의 역자이자 소설가인 한유주의 '옮긴이의 글'도 예술이다.

거친 음색과 불안한 눈빛도 이들을 통한다면, "정오의 황혼"처럼 황홀할 것이다.

('한낮의 섹스'라 적고 '정오의 황혼'으로 바꾼 나는 재인용에 적잖이 목숨 걸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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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딩으로 리드하라 - 세상을 지배하는 0.1퍼센트의 인문고전 독서법
이지성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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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니깐 '리딩'은 없고 '리드'만 있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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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베일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37
서머셋 모옴 지음, 황소연 옮김 / 민음사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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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베일>, 이 소설은 읽을 때마다 ‘여자의 인생은 결혼으로 완성된다.’는 것을 느끼게 해준다. 나오미 왓츠, 에드워드 노튼 주연의 영화 <페인티드 베일>의 원작으로도 유명한 <인생의 베일>은 300페이지가 넘는 책두께가 무색할 만큼 놀라운 가독성과 재미를 보장해주기도 한다. 



키티라는 여성이 한 여자로서, 엄마로서 성장하기까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인생의 베일>은 서머싯 몸판 ‘사랑과 전쟁’이다. ‘마담 보바리’는 끝내 가질 수 없었던 슬픈 통찰력을 갖게 되는 ‘바람난 여자의 성장기’라고도 할 수 있다. 키티는 고지식하지만 성실하게 사랑하고 일하는 ‘월터 페인’을 만나 쫓기듯 결혼을 하고, 하루하루를 지루하게 흘려보낸다. 기름기 좔좔 흐르는 ‘찰스’라는 정부를 만나기전까지 사실, 그녀는 남편의 무던함에 큰 불만이 없었다. 자신보다 못생긴 동생 도리스의 화려한 결혼식을 미혼인 상태로 지켜보는 것보단 생기 없는 월터랑 사는 것이 백배는 나았기 때문이다. 통속적인 이야기 같지만 그것을 통해 ‘인생의 베일’을 벗기는 작가의 기가 막힌 필력은 지금까지 내가 읽은 모든 현대 소설을 시시하게 만들었다.


그럼, 복숭앗빛 피부를 가진 유쾌 상쾌 발랄한 여자가 하루에도 백 명은 족히 사람들이 죽어 나가고 한번 병마에게 덜미가 잡히면 회복되는 사람이 거의 없는 오지로 남편을 따라가게 된 이유가 무얼까? 부부금실이 너무 좋아서 동반 자살과도 같은 원정길을 떠나게 되었을까? 다음은 불륜의 현장을 목격한 후 월터가 키티를 콜레라가 있는 메이탄푸로 데려가기 전에 분노에 차서 내뱉었던 대사이다.


"나는 당신에 대해 환상이 없어. 나는 당신이 어리석고 경박한 데다 머리가 텅 비었다는 걸 알고 있었어. 하지만 당신을 사랑했어. 당신이 이류라는 것도 알고 있었어. 하지만 당신을 사랑했어. 내가 천박하지 않다는 걸, 남의 험담을 일삼지 않는다는 걸, 그리고 멍청하지 않다는 걸 당신에게 숨기기 위해 얼마나 애썼는지 생각하면 한 편의 코미디야. 당신이 지성에 얼마나 겁을 먹는지 알고 있었기 때문에 나도 당신이 아는 다른 남자들처럼 당신에게 바보처럼 보이려고 별짓을 다했어. 당신이 나와 결혼한 건 편해지기 위해서라는 걸 아니까. 그래도 나는 당신을 너무나 사랑했기 때문에 개의치 않았어. “(p96)


순애보 남자의 진심이 무너지는 소리가 들리는가. 나는 이 부분을 읽을 때마다 내가 마치 키티가 된 것처럼 화끈거리는 얼굴을 주체할 수가 없다. 아마도 말이 없어 지루하다는 이유로 월터를 무시했기 때문일 것이다. 상대방이 나를 더 사랑한다는 것을 아는 순간 생긴 자신감만 갖고 서서히 망가져 가는 한 여자와 붓다와 같은 자제력으로 그 여자를 벌하는 남자의 신경전은 김수현 작가의 복수극을 방불케 한다.


1920년대의 시대배경에도 불구하고 가장 보편적인 결혼과 사랑의 방정식을 보여주는 이 지적인 불륜 소설을 읽고 기억해야할 사랑의 법칙 하나! ‘장식이 많으면 본질이 약해진다. ‘는 것. “내 사랑.”이란 말을 연방 외치는 달콤한 혓바닥과 믿음직한 구릿빛 근육질 몸매를 가진, 또 그 몸매를 유지하기 위해 빵이나 감자 또는 버터는 입에도 대지 않는 만능 스포츠맨이 이상형이라면 일찌감치 ’본처와 첩‘이라는 본질에 대한 집착은 버리는 것이 좋다. 남자의 장식은 여자의 그것보다 생각보다 많은 것을 희생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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