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테보리 쌍쌍바 작가정신 소설락 小說樂 5
박상 지음 / 작가정신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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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 예테보리 쌍쌍바, 작가정신 출판사, 초판1쇄 발행: 2014년 6월 10일, 235페이지

 

 

 

주인공의 이름은 신광택. 이름부터 반짝반짝한 그가 첫 직업으로 삼은 것은 바로 '세차장 선수'. 이렇게 설명하면 책을 읽지 않은 독자에게는 어색할 수 있으므로 좀 더 친절하게 설명해보도록 한다. 그는 남들과 똑같은 건 싫다는 이유로 수능장으로 가는 발걸음을 돌린다. 차 한 대를 5분 안에 닦아내는 세차장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지만 그 스스로 '선수'라고 생각하며 좀 더 빠르고 깨끗하게 차를 닦아내는 자신의 모습이 프로페셔널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팔을 다친 후 더 이상 세차 일을 할 수 없게 되자 세차장에서 나와 두 번째 직업을 찾았으니, 바로 중화요리집.

그는 중화요리집 배달부 일을 하면서 곧 '말죽거리 날벼락'이라 불리며 배달계의 '선수'가 되기로 결심하지만 2인자로 떨어지며 중화요리집에서도 잘리게 된다. 세 번째 직장인 주류도매상과 네 번째 직장인 도서총판에서도 '선수'의 길을 찾으며 열심히 일하지만 오래 정착하지 못하고 나오게 되는데, 마지막으로 정착한 예테보리 상상 식당에서 결국 설거지 '선수'로 거듭난다는 스토리를 담은 책이 바로 박상 작가의 <예테보리 쌍쌍바>이다.

 

 

 

141p
인생이 재미가 없으면 아저씨가 되고 마는 거구나. 멋진 걸 귀찮아하게 되는 거구나. 아름다움을 멸시하게 되는 거구나. 재미를 찾지 못해 힘 빠지고 귀찮아지면 한 방에 훅 가서 추한 곳에 갇히는 거구나. 나는 그러지 말아야겠다는 강한 경계심을 곧추세웠다.

 

 

 

 

광택이라는 인물이 살아가며, 그리고 어떤 일을 함에 있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바로 '즐겁게 미친다'는 것이다. 책을 읽다 보면 직업의 귀천이 그에게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그의 행적을 살펴 보자. 광택은 수능 시험장으로 가는 발길을 돌려 세차장 아르바이트를 선택했다. 프로야구 한국 시리즈를 관람하기 위해 와글와글 모여들었던 군중 사이를 파고들지 못했던 어린 날의 기억과, 수능 시험 당일 똑같은 시험을 보기 위해 와글와글 모여들었던 학생들의 모습을 보며 아무 생각 없이 그저 남들 하는대로 움직이는 인생에 신물이 난 것 같기도 하다. 작가 박상은 이런 모습을 '진입장벽'이라는 한 단어로 표현하는데, 이 단어 하나로 그 면면이 잘 표현된 것 같다고 생각한다. 살아가며 평이하게 반복되는 하루하루는 어쩌면 정말 '진입장벽'이지 않을까. 나 자신을 어느 한계에 가둬버린 채 무심하게 새는 시간, 시간.

 

 

 

173p
한마디로 즐겁게 미치는 거죠.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이 모든 과정에 역동성이 있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역동성, 사랑에 빠진 자의 심장처럼 쿵쿵 뛰는.

 

 

 

그렇다. 바로 이 책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즐겁게 미치는 거'다. 광택이 말하는 '스뽀오츠 정신'이라는 것도 이와 연결되는 지점인데, 그러한 정신에 대해 주인공이 지각하면 그의 머리와 가슴속에서는 '쁭쁭쁭쁭' 하는 소리가 난다. 이 소리는 주인공이 그 일에 미칠 때 나는 소리이기도 하고, 분야를 가리지 않고 누군가의 열정을 접했을 때 자극을 받은 소리이기도 하며, 사랑하는 사람(현희)을 생각할 때 나는 소리이기도 하다.

다시 말해 주인공의 마음에 긍정적 동요가 있을 때 나는 소리를 이렇게 표현한 것인데, (개인적 소견으로는) 이 책 전체가 주인공이 '선수'가 되어가는 과정을 다루고 있기에 빠질 수 없는 효과음이라고 생각했다. 책을 읽으며 '삶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내가 원하는 방향을 포기하지 말라'는 작가의 고민과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싶어 눈에 띄는 이 효과음(쁭쁭쁭쁭)을 반복해 드러내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140페이지에서는 반복이 주는 능숙함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좋게 말하면 관록이고, 바꿔 말하면 인습이라고도 할 수 있다. 142페이지에서는 월급과 맞바꾼 모멸감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데, 주된 화자는 광택의 아버지이다. "다른 사람들은 잘만 참아내는데 왜 너는 참지 못하냐?"

그런데 그 누구든 어딘가에 정착해 일할 때 이 문제에 맞닥뜨리지 않을 방법은 없다고 생각한다. 적응해야 하고, 적응하면 반복되는 일상에 지루함을 느낄 수도 있고, 부당한 상황에 맞닥뜨려 내적 갈등을 겪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일할 때 무엇에 집중해야 하는가? 그 생각을 책을 읽는 내내 했던 나. 요즘의 고민과 어우러져 답은 한 방향으로 간추려졌다. 바로 '내가 진정으로 바라왔던,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한다'는 것.

 

 

 

204p
한계를 극복하고 조금이라도 나은 존재가 되기 위해 사람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태엽을 감고 있는 게 느껴졌다. 절망과 부조리와 천박함과 추접함에 반대하는 행위였다. 또한 그 모습은 인간만이 지속할 수 있는, 인간에게만 부여된 의미였고, 인생만이 보여줄 수 있는 아름다움이었다.

 

 

 

이렇게 열심히 태엽을 감으며 앞으로 나가기 위해, 그리고 나는 어떻게 살고 싶은지에 대해 자문해 봤다. 나는 아름답게 살고 싶다. 겉으로 치장하는 아름다움이 아니라 내가 행복해서 반짝반짝 빛나는 아름다움. 내가 재미있어 하는 것을 찾고, 한계를 극복하고, 조금 더 나은 자신이 되기 위해 즐겁게 노력하고 싶다. 그런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겪어 나가는 요즘, 나의 마음을 두드려준 그 톡톡 튀는 필력에 즐거웠다고, 이렇게 소극적으로나마 작가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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