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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판본 크리스마스 캐럴 - 1843년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디자인 ㅣ 더스토리 초판본 시리즈
찰스 디킨스 지음, 황금진 옮김 / 더스토리 / 2020년 12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찰스 디킨스의 <크리스마스 캐럴>을, 크리스마스를 맞아 읽으니 감회가 새롭다. 이 책을 다 읽고, 영화 <크리스마스 캐롤>을 연이어 보았다. 역시 원작을 어떻게 영화로 살렸을까, 환상성이 어떻게 두드러질까 기대하는 마음도 있지만 원작과 영화가 어떤 부분에서 다르게 표현이 되었을까, 어느 부분을 생략했을까 궁금한 마음도 있었다.
짐 캐리라는 명배우가 나와 주어서 더 친근감 있기도 하지만, 작품 자체가 주는 감동이 크기에 고3 때 보았던 이 작품의 여운이 아직도 진하게 남아 있는 것 같다. 스크루지 영감의 미간에 짙게 드리워진 그늘이 걷히고, 삶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는지 반짝이던 표정에서 나의 마음까지 환하게 밝아 오는 듯했는데, 책을 읽고 영화를 함께 보니 그 감동이 2배로 밀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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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고전들을 보거나 외서들을 보다 보면, 이런 삽화들을 보는 묘미가 있어 즐겁다. (문득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동화들이나 나니아 연대기를 볼 때에도 이런 삽화들 덕분에 한층 즐거웠던 청소년기의 내가 떠올랐다) 각 유령은 모두 넷. 영화에서는 말리 할아버지, (미녀와 야수에서 나오는 촛불이 떠오르기도 했던) 촛불 아저씨, 호쾌하고 풍채 좋은 호랑나무가시 장식을 머리에 한 남자, 검은 베일을 온몸에 뒤집어 쓴 자의 모습이 각각 묘사되었는데, 책에서는 그들의 인상이 영화와는 제법 다르게 나와서 의외였다고 할까. 물론 비슷한 점도 많았지만 맨 처음에 나왔던 말리의 유령과 그 다음 나왔던 과거의 크리스마스 유령이 책의 묘사가 더 디테일하고, 표현해 내기에도 어려웠을 듯했다. (특히 과거의 크리스마스 유령이 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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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작품을 읽다 보면 역자주로 그 시대상이나 왜 이런 표현을 썼는지에 대한 배경을 설명하고 있는데, 이런 지점들도 읽는 데 즐거움을 더했다. 공중에 떠돌았던 석탄의 재로 그때 바닥이며 공기가 부옇더라는 점, 부엌으로도 쓰였던 세탁실 안에서 만들었던 푸딩에서는 세탁실의 냄새가 물씬 났다는 점, 서기 밥 크래칫의 이름인 '밥'이 실링이라는 화폐 단위와 동일했다는 점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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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 팀 이야기. 스크루지의 가게에서 서기로 일하는 밥 크래칫의 아들 팀은 따듯한 마음을 불러일으키는 사랑스러운 존재이다. 맑고 경쾌한. 조용하지만 깊은. 영화에서는 밥 크래칫의 어깨에서 내려온 꼬마 팀이 푸딩을 보러 갔을 때 부모의 대화가 이어진다. 이 꼬마가, 교회에서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지켜보았으면 좋겠다고 하더라고. 아버지 밥의 말에 가슴 아픈 표정을 짓는 엄마의 표정이 이어지지만, 푸딩으로 신이 난 꼬마 팀이 세탁실에서 나오자 금세 환하게 웃으며 크리스마스 파티를 준비한다. 책에서는 부모의 대화 부분이 더 자세히 묘사된다. 영화를 보며 이전에 처음 영화를 볼 때에는 잘 느끼지 못했던 부분이 보였다. 이런 마음이었구나, 내가 이해하지 못했던 감정들이 이런 것이었구나 하며 마음이 이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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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크리스마스 유령과의 마지막. 영화에서는 깊은 구덩이로 빨려들어갈 듯, 지옥 아래로 끌어내려갈 듯 긴박한 감정들을 다루고 있고, 그 구덩이에 빠지자마자 침대에서 떨어질랑말랑 매달려 있는 스크루지의 모습으로 이어진다. (악몽을 꾸었다는 설정) 그리고 행복에 휩싸여 방방 뛰어다니는 스크루지의 모습을 보며 절로 행복해진다. 이 부분이 책에서는 이렇게 다루어진다. 아주 간결한 느낌으로. 유령의 감정이 세밀하게 느껴진다는 점에서 개인적으로는 책의 묘사가 더 강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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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에 읽는 크리스마스 이야기. 꽤 운치 있고 낭만적인 일이다. (그래도... 스크루지 아저씨, 크리스마스마다 고생이 많아서 어째요.) 친구 하나가 했던 말도 기억에 남는다. 이 작품 보면 뭔가 반성해야 할 것 같다고.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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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결 편안해 보이는 스크루지의 표정이 이 책의 가장 큰 묘미 아닌가 싶다.
찰스 디킨스의 작품과 함께 서른 번째 크리스마스의 밤이 간다.
이 글은 컬쳐블룸 카페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