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가 있어요
요시타케 신스케 지음, 권남희 옮김 / 주니어김영사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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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요시타케 신스케 하면 그림책에서는 워낙 유명한 사람이다. 작가 특유의 아이덴티티가 담긴 경쾌한 그림체도 그렇지만, 기존의 책들 '신스케 시리즈'가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왜? 아이들의 마음을 사랑스럽게 읽어냈으니까. 왜? 아이들의 간지러운 부분을 북북 시원하게 긁어 주니까. 왜? 잘 모르겠는 아이들 마음을 어른들이 이렇게 저렇게, 참신하게 읽을 수 있도록 도와주니까!

<이유가 있어요>에서 다루는 핵심 주제는 바로 '이유'와 '이해'이다. 왜 그런지 아래에서 계속 살펴보자.


버릇없고 지저분해서

그런 게 아니에요.

나도 나름대로 고생이 많다고요.


책은 엄마와 아이가 나누는 대화로만 이루어진다. 집에서 아이가 자주 취하는 행동을 엄마가 목격한다. 그리고 아이에게 왜 그러느냐고 묻는다. 아이는 합당한 이유가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엄마에게 하나씩 일목요연하게 이야기를 한다. 엄마는 (귀여워서) 납득한다. 아이가 되레 엄마의 행동에 대해 되묻는다. 엄마는 당황하지만, 아이의 시선에 맞춰 대답해 준다. 그리고 은연중 아이의 마음을 이해한다. <이유가 있어요>의 내용은 이것이 전부이다.

그런데 읽고 난 이후에는 마음 한 편이 사랑스러움으로 가득 찬다. 왜 그럴까? 아래는 아이가 묻는 질문과 그 답을 간단하게 정리한 것이다. 찬찬히 하나씩 살펴보자.


코를 파는 그럴 듯한 이유는 뭐니?

(스위치를 누르려고요.)

다리를 떠는 이유는 뭐니?

(두더지하고 이야기하려고요!)

밥을 왜 흘리니?

(조그마한 생물들과 나눠 먹을 거니까요!)

복도에서 뛰는 건 왜 그런 거야?

(통통 튀는 길이 생긴다면 멋지게 걸어 보려고 그래요.)

:


아이는 엄마의 질문에 하나하나 대답을 한다. 물론 엄마의 꾸지람을 피하기 위한 임시방편이지만 그 상상력이 사랑스럽지 않은가? 아이라서 할 수 있고, 아이라서 받아들여지는 대답이기도 하다. 엄마는 아이가 되묻는 질문을 통해 아이가 취하는 버릇, 습관이 엄마 자신에게도 있다는 것과 동시에 그 행동이 아이에게 어떻게 비칠지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결국 아이와 엄마는 진정으로 소통하게 된다. 아이의 귀여운 상상력이 말대답하는 비뚤어진 아이가 아니라 저만의 생각을 지닌 아이로 보이도록 만든 것이다. 대화는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그에 맞는 대답을 하는 것이지만, 진정한 대화는 바로 이렇게 서로의 마음을 읽어 내고 그에 맞춰 행동하고 공감하는 것까지 다다라야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해 보게 되는 책이었다.

동화책은 단순하고 짧아서 보지 않는 독자들도 있겠지만, 오히려 이런 짧은 책일수록 삶을 관통하는 이야기를 더 많이 다루는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신스케 시리즈가 더욱 인기 있는지도?



표지에 숨겨진 또 하나의 재미는 바로 북커버를 컬러링 페이지로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전체적으로 펼치면 채색이 되지 않은 그림들이 요모조모 숨어 있고, 그 사이를 아이들이 직접 칠할 수도 있고, 쭈욱 펼쳐 선으로만 구성된 그림을 즐길 수도 있다. 이런 센스 아주아주 마음에 든다. 신스케가 의도한 것일까? 아니면 편집자와 디자이너가 의도적으로 배치한 페이지일까? 궁금해진다.



본 서평은 컬처블룸 카페에서 제공된 책을 기반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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