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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자 - 상
오타 아이 지음, 김은모 옮김 / 엘릭시르 / 2018년 3월
평점 :

범죄자, 오타 아이 지음, 김은모 옮김, 엘릭시르(문학동네), 초판 1쇄 발행: 2018.03.28,
241페이지(티저북이므로 상/하편 구분 없는 미완결판)
2005년 3월 25일, 금요일. 누군가를 만나기 참 좋을 햇살 가득한 오후 2시. 어느 역전.
저마다 약속이 있어 조용히 기다리던 다섯 명의 사람들.
그런데 어디에선가 다스베이더 차림을 한 남자가 나타나 약속 상대를 기다리던 그들에게 칼부림하기 시작한다.
흩뿌려지는 빨간 비명. 범인은 하나 하나 차례대로 한 번씩 칼을 휘둘러 숨을 끊어 놓고는 '나'에게 다가온다.
옆구리에 그어지는 칼의 느낌에 '나'는 그의 헬멧을 깨서 정체를 밝히기 위해
길에 버려진 갈색 영양드링크제 빈 병을 달려가 주우려 한다.
범인은 '나'를 제지하기 위해 왼손에 든 칼을 휘두르는 것을 멈춘 채 오른손으로 '나'의 관자놀이를 세차게 내려친다.
그리고 그 충격으로 분수에 내리 꽂힌 나를 질질 끌어 옮기는데......
칼날에 반사되는 빛을 바라보며 '나'는 정신을 잃는다.
그 날 칼에 맞은 피해자는 다섯. 그중 생존자는 하나.
바로 그 생존자는 '나', 시게토 슈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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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병원에서 정신을 차린 슈지.
경찰과 떨어져 있던 슈지에게 다가와 말을 건 의문의 남자.
무테 안경을 쓰고 있다.
“딱 열흘이면 돼. 열흘만 버티면 살 수 있어.”
이 남자는 누구일까.
아직 뉴스기사도 나지 않아 내가 피해자인지도,
피해자 다섯 중 유일하게 살아남은 사람인지도 모를텐데
곧장 나에게 와서 서늘한 경고만 남기고 간 사람.
섬뜩한 느낌이 오감을 스치고 지나간다.
85p
사망한 네 사람의 부검 소견이 팩스로 왔다.
부검 소견을 읽어본 소마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것이 처음으로 사람을 죽인 남자의 범행이란 말인가.
오른쪽 등을 찔린 구보 다다시는 오른쪽 폐동맥을 찔려 실혈,
왼쪽 가슴 위편을 찔린 다케시타 미사토는 왼쪽 쇄골 아래 정맥과 동맥이...
이마이 기요코는...
마미야 유코는...
그런데 그 한 번이 죄다 치명상이다. 어디를 찌르면 사람이 죽는지 미리 알고 있던 것처럼 정확한 솜씨였다.
소마 료스케는 이번 사건의 담당 형사이다.
친구인 야리미즈의 도움을 받아 슈지의 신변을 보호하는 동시에 정보를 얻기 위해 노력하는 소마.
그런데 이 사건, 아무래도 이상하다.
범인은 약을 들이마시고 자살했고, 흉기도 복장도 시간 정황도 목격자도 정확하게 확보된 상태.
그런데 왜 이렇게 빠른 시간 내에 모든 것이 딱딱 들어맞는 것일까.
의심을 떨치지 못하는 소마.
'약을 들이마신 후 살인 충동으로 칼을 휘두른 사람이 한 번에 치명상을 입혔다?'
'전에 절도로 잡혀 들어간 이력이 있긴 하지만... 그런 사람이 이렇게 교묘한 방식으로 단숨에 사람을 죽인다고?'
'왜 생존자인 시게토 슈지는 범인이 제정신이었다고 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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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9p
"아니, '멜트페이스증후군'이라는 기이한 병, 몰라?"
그러고 보니 야리미즈도 작년에 몇몇 잡지에서 이 병명을 본 적이 있었다.
분명 재작년 말에 유유아 사이에 갑자기 퍼진 기병으로, 전국적으로 상당수의 환자가 나왔다.
멜트페이스증후군은 원인 불명의 고열이 나다가 안구를 포함한 안면 조직이 차례차례 괴사하는 무서운 병으로...
갓난아이에게 심각한 피해를 주는 이 병은 신기하게도 재작년 말부터 작년 초까지 한 달 사이에 집중적으로 발생했고,
그 후로는 피해 사례가 보고되지 않았다.
77p
요즘 한창 인기가 좋은 총리가 함빡 웃는 얼굴로 아기를 높이 안아 올린 사진 아래
"스마일 키즈 캠페인"이라는 글자가 춤추고 있었다.
출생률이 계속 떨어져 속병을 앓던 정부가 요란하게 내놓은 저출산화 대책을 선전하는 포스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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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그렇고 아까 애도의 꽃을 든 남자는 어째서 스마일 키즈 캠페인 포스터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던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