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수업
엘리자베스 퀴블러-로스 외 지음, 류시화 옮김 / 이레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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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모든 것들에는 적절한 시기라는 것이 있지만, 특히 책을 읽을 때에는 당시 상황이나 생각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매일매일 반복되는, 그리고 끝이 보이지 않는 육아와 가사에 지쳐서 시들시들 살아가는 나 자신이 안타까워서...

 죽음을 앞두고 있는 사람들이 남겨준 가르침으로 새로운 삶의 활력을 찾아볼까 해서 구입한 인생수업.

 하지만 막상 책을 받아든 순간, 이런 걸 읽는다고 달라지겠어... 하는 생각에 책장에 그대로 꽂아두고 말았다.

 

그리고, 부산으로 긴휴가를 떠났는데...

 언니가 그 책을 사려고 하는 걸 보고 (언니에게 팔아야 겠다는 생각에..ㅋㅋ) 동환에게 책을 갖다달라고 부탁했다.

 언니에게 주기전에 한 번 읽어나보자 싶어서 읽기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꽤나 재미있는 내용이었다.

 부산에 있으면서 가족과의 관계, 내 인생의 중심에 대해 더 자주 생각하게 되었는데.. 어렵게 생각하고 있던 그부분들을 제법 명쾌하게 짚어주어 읽은 후에 후련함을 느끼게 해주었다.

 책이 요지는 이렇다. 

다른 사람을 위해서가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해서, 내가 살고 있는 지금을 낭비하지 말라. 는 것이다.

 가족들을 위해서, 더 나은 삶을 위해서...라는 멀리 있는 목적, 이루어지지 않을 목표를 위해서 자신을 희생하거나 가족들을 바꾸려는 노력으로 지금 내 손에 주어진 행복한 시간들을 낭비하지 말라. 는 것.

 남들이 아니라, 내가 어떻게 살고 싶은지를 생각하고 그것을 위해 살아가라는 것.

 나의 장점은 물론 단점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완전한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느라 나의 장점까지도 잃어버리지 않도록 자신을 사랑하라는 것.

 책속의 내용들이 모두 나의 생활과 연관되어 읽혀져서 마지막장을 넘긴 후에는 세시간짜리 만찬을 먹고난 후 처럼 속이 꽉차서 든든한 것이 그야말로 '충만' 그 자체가 되어 있었다.

 책을 읽고 난 후

결혼을 하고, 귀여운 아기들을 돌보며 살고 있는 것이 너무나 잘 한 선택이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결혼을 하지 않고, 아기를 낳지 않고, 아기를 키우지 않았더라면 절대로 알지 못했을 인생의 희노애락들.

그것을 이렇게 느끼고 배우며 살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나를 성숙하게 키워냈는지...

 물론 이와같은 깨달음에도 불구하고 일상에서는 평소와 다름없이 

가온이의 말대답에 울컥울컥 화가 치밀고,

씽크대에 쌓여가는 설겆이 거리들이 귀찮고 짜증스럽게 느껴진다.

 하지만, 그런 사사로운 감정들의 기저에는 나를 사랑하고, 내 아이들을 사랑하고, 내 가족을 사랑하는 더 큰 감정이 뚜렷하게 자리하고 있어 우울한 감정들이 나를 침식하지 못하도록 막아준다.

 바닷가에서 보면 늘 파도가 넘실넘실 육지로 넘어올 듯 위태로와보여도 바다는 언제나 그 자리에 있는 것 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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