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들
김중혁 지음 / 창비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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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들>

  죽어도 죽지 않는 기억의 단편들..






책 속으로..


안테나감식 일로 세상과 단절된채, 전파의 체크만 하며 살아가던 지훈. 

어느 날, 그는 죽은 형의 LP에서 스톤플라워의 앨범을 발견하고, 그 밴드에 관해 조사를 하다가 

도서관에서 뚱보 130이라는 유쾌한 친구를 만나게 된다. 


지훈은 뚱보 130과 함게 스톤플라워에 관한 번역일을 했던 홍혜정이란 인물을 찾게 되고, 

스톤플라워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홍혜정이 살고 있는 '고리오 마을' 로 찾아가게 된다.

하지만 고리오마을은 세상의 전파가 모두 차단된 그들만의 마을이었다. 


지훈과 뚱보130은 그러한 고리오마을에서 홍혜정을 만나지만,

셋의 즐거운 한때는 홍혜정의 죽음으로 급히 끝나고 마는데...





소설 <좀비들> 은 <펭귄뉴스>, <악기들의 도서관> 등의 단편소설로 더 잘 알려진 김중혁 작가의 장편 소설이다.

사 실 난 김중혁작가의 소설은 한 편도 읽어보지 않아서 <좀비들> 을 읽을땐 별 다른 편견을 가지지 않고 읽어 내려갈 수 있었는데, 오늘은 <좀비들> 에 관해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좋았던 점도, 그래서 인지 아쉬웠던 점도 확실히 눈에 보였던 <좀비들>.. 지금 부터 시작해보자!



좀비들..??


제목인 <좀비들>. 어떻게보면 조금 무성의 한 것 같아 보이기도 하고, 짧아서 그런지 어떤 이야기가 함축되어 있는지 궁금해 지기도 한다.

일단 책의 제목이자, 소재이고, 주제를 드러내고 있는 좀비에 대해 이야기 해보도록 하자.


일 반적으로 '좀비' 라고 하면 잘 알려진 영화인 <레지던트 이블> 등의 공포영화 이미지를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소설 <좀비들> 에서는 그런 일반적인 좀비들의 이미지는 등장하지 않는다. 물론 모두가 알고 있는 좀비의 외형적 이미지나, 행동의 모습들은 등장하지만 그것이 주인공들에게 특별히 위해를 가하거나 하는 행동은 하지 않는다. 오히려 소설이라는 큰 집에 데코레이션 되어 있는 인테리어 느낌이 강하다고 볼 수 있다. 


소설을 읽어가다보면 작가가 왜 <좀비들> 이라는 제목을 달았을까 하는 의문이 들때가 있었다. 

그것은 앞서 말했듯이 좀비라는 소재가 이야기를 위한 소재일뿐, 이야기를 이끌어가진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 스토리를 살펴보아도, 좀비들은 주인공들의 행동과,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메세지를 위해 등장하고, 그 때문에 존재하다가 슬그머니 사라진다. 

다시 말하자면 제목으로 써도 충분할 정도로 등장은 하는데, 그것의 일반적인 이미지만 머릿속에 가지고 소설을 보면 어느정도 갭이 생긴다는 것이다. 


이런 느낌보다는..

이런 느낌의 소설 속 좀비들과 고리오 마을



뒤 에도 말하겠지만 일단 소설을 읽지 않은 분들에게 내 의견을 말해주자면, 읽기 전에 기존의 좀비에 관한 이미지는 모두 지우고 소설을 읽길 바란다는 말을 하고 싶다. 작가의 메세지에서도 드러났듯이 이 소설은 좀비들의 이야기가 아닌 좀비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는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 이다. 좀비들은 그 인물들의 이야기에 살을 붙여주는 역할을 할 뿐이다. 그러므로 조금은 유연한 마인드로 책장을 넘기는 것을 추천하는 바이다.





좀비들.. 독자들이 느끼는 위기를 대처하는 방법


언 제나 그랬지만, 지금부터 써내려가는 의견들은 모두 내 개인적인 의견임을 미리 밝혀두는 바이다. 책을 안읽으신 분들은 내 의견을 보고 그 부분에 주목을 하며 보면 더 좋을 것 같다.. 라는 생각을 전제로 쓰는 것이기 때문에 나와 성향이 안맞는 분들이라면 오히려 독서의 방해가 될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난 개인적으로 지극히 대중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한 번쯤 훑어 본다고 해서 손해 볼 일은 없을 것이다.


자! 그럼 시작해 보자. 

이 책에서 독자들에게 찾아오는 위기는 크게 두 가지가 있을 것이다

하나는 스토리 전개에서 느껴지는 위기,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소재에서 느껴지는 위기이다. 

어 떤 소설이나 독자들이 책장을 넘기기에 부담이 되는 그런 순간들이 한 두가지 쯤은 있는 법이다. <좀비들> 역시 마찬가지지만, 다른 작품과 달리 생각보단 대중적으로 쓰여진 작품이 아니고, 밋밋한 전개가 길게 이어지기 때문에 독자들은 책을 완독하기에 몇 번의 위기를 맞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그런 위기들에서 찾아야 할 재미와 집중해야 할 부분은 어떤 것이 있을지 내 나름대로의 의견을 적어 보도록 하겠다. 




첫 번째 위기..

이 야기의 시작부터, 고리오 마을을 찾아가고, 홍혜정의 죽음에 이르기 까지.. 그리고 좀비와 만나는 시점까진 전개가 괜찮은 편이다. 좀비들이란 제목에 어울리는 우울한 톤도 그렇고, 호기심을 자아내기에도 충분했다. 하지만 초반을 넘어가면 갈수록 소설의 이야기는 조금 지지부진 해진다. 새로운 인물인 홍이안이 등장하고, 다른 좀비들 역시 등장하고, 악역이라 볼 수 있는 장군도 등장하지만 그 모든 것이 너무 긴장감 없이 흐르는 느낌이 강하다. 


그런 늘어지는 전개에 원인에는 뜨겁지 않은 인물들의 성격 탓이 강하다 라고 볼 수 있다.

무 슨 말인고 하니, 이 책에 나오는 주인공인 지훈과, 이안, 그리고 뚱보 까지.. 모두들 소설 전체의 분위기와 마찬가지로 조금 어둡고 행동력 역시 인간의 그것보단 좀비들의 그것과 어울린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활발한 느낌이나 사건을 전개해가는 힘과 행동력이 부족하다고 볼 수 있겠다. 이 부분은 분명 아쉬운 점이 될 수 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책을 읽어나가면서 초반부를 넘긴 독자들이라면 이제 스토리에 집중하기 보다는 메세지에 집중해야 재미를 찾을 수 있는 것이다. 

소 설의 초반을 지났다면 이제 처음 책을 넘겼을때 가졌던 긴장감이나 흥미진진한 이야기 전개는 머릿 속에서 지우도록 하자. 지금부터 독자들이 찾아야 하는 것은 이야기 전개 부분이 아닌 작가가 하고자 하는 말을 찾아 내는 것이다. 느릿한 전개, 위협이 되지 않는 좀비들의 존재, 그리고 그 속에서 이야기를 만들어가고 있는 주인공 지훈과 이안의 이야기.. 이런 것들이 상당히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부분인데, 이 부분에서 고집스럽게 자극적이고 새로운 뭔가를 바라며 책을 보는 것은 어리석은 일인 것이다.


일 단 초반을 재밌게 읽어 내려간 독자들이라면 이제부턴 지훈과 이안, 특히 지훈이 하는 말과 지훈의 행동들에서 좀비들의 모습을 찾아 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예를 들면 시끄러운 음악을 틀면 그것을 감상이라도 하듯 다가와 음악을 듣는 좀비들의 행동들과, 안테나 감식일등을 통해 혼자 살아가는 익숙한 지훈이 스톤플라워의 음악에 이상하게 집착하며 행동력을 보이는 모습들을 대비해보며 읽다보면 누가 좀비이고, 누가 사람인지 햇갈릴때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지훈의 행동을 통해 인간과 좀비들의 경계가 모호해짐을 느끼게 되면,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메세지를 보다 선명하게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분명 더디다고 말할 수 있는 스토리 전개와 어둡고 칙칙한 분위기 역시 주인공인 지훈이 좀비와 별반 다를 것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 그런 주인공의 모습에 아이러니한 재미를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소설의 중반의 위기를 나름대로의 재미를 느끼며 넘어간다면 후반엔 초반에 느꼈던 긴장감이 조금씩 돌아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방심은 하지 말자.. 두 번째 위기는 바로 그 곳에 있으니 말이다..



두 번째 위기..

다시 말하지만 이 리뷰에서 말하는 위기는 주인공들이 맞는 위기가 아니다. 책을 보면서 독자들이 맞는 위기인 것이다. 

그럼 두 번째 위기를 살펴보도록 하겠다.


자, 이 책의 두 번째 위기는 중반부를 잘 넘겨온 독자들에겐 그리 큰 위기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마무리가 좋아야 책 한 권을 맛있게 먹은 느낌이 받을 수 있을 것이므로 두 번째 위기에 대해 적어보도록 하겠다.


책 은 앞서 말했듯이 상당히 주변의 이야기를 많이 나눠서인지 분량은 많지만 그 어던 것도 확실히 이야기 해주는 것이 없다. 고리오마을에 대한 이야기라거나, 케켈과 제로, 그리고 군대와 좀비에 대한 이야기. 마지막으로 홍혜정과 이경무에 관한 이야기까지.. 원인과 결과 를 보여주는 것도 결과를 보여주고 원인을 설명해주는 친절함도 없다. 그저 이건 원래 이런 이야기 니까.. 하는 식으로 이야기를 흐려가며 전달하는 느낌이 강하다.


이 점이 책을 읽다보면, 그리고 모두 읽고 나서도 상당히 찝찝하게 느껴지는 부분이다. 

길고 긴 소설을 다 읽었는데 누군가 물어오면 확실한 원인도, 확실한 결과도 전해주지 못하는 상황 자체가 조금 이상한 것이다.

그 정도로 소설은 뭔가 확실한 이야기를 전달해주고 있지 않는다.그렇다면 그런 위기의 이야기 전개 속에서 우리가 재미를 느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 답은 이번에도 메세지에 있다. 작가의 마지막 말인 "이 책은 좀비들에 이야기가 아닌, 잊고 있던 기억에 대한 이야기 이다." 라는 말을 염두에 두고 책을 읽어보자. 이런 작가의 말은 다시 말하면 이 소설에 나오는 좀비라는 존재는 사람들이 잊고 있기도 하지만, 절대 잊지 못하고 살아있는 지난 기억에 대한 이야기 인 것이다. 


그런 기억들을 작가는 절대로 죽지 않는 좀비라는 소재로 드러내고 있는데, 소설의 마지막에 나오는 지훈의 모습이나, 좀비들이 살고 있는 마을인 고리오 마을의 이야기, 그리고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좀비들을 대하는 각자의 태도와 생각을 보고 있으면, 지금의 사람들이 기억에 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한 점을 간접적으로나마 알 수 있고, 다소 지루한 스토리 전개에도 뭔가를 얻어갈 수 있을 것이다.




마치며..


지 금가지 소설 <좀비들> 에 관해 나름대로의 이야기를 적어 내려와 봤다. 이 리뷰가 <좀비들> 을 보려고 하는 독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지만, 모두가 이 소설을 읽었을 때, 나처럼 받아들이지는 않을테니, 언제나 그렇듯, 참고만 하길 바란다. 하지만 이번 리뷰에서 알아본 이 책의 두 가지 위기에서 해결방안으로 제시되었던 스토리보단 메세지에 집중하면서 책을 읽어가는 것은 나쁘지 않은 방법이 될 것 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 물론 스토리에서 재미를 잔뜩 찾는 독자들도 계시겠지만, 그렇다하더라도 이 책은 장편을 읽어가는 방식보다는 단편을 읽는 방식으로 메세지에 집중한다면 보다 소설이 말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확실히 전달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끝으로 이 책을 볼땐 장편이란 긴 이야기에 집중하지 말고 단편이 전달하려는 짧은 메세지에 집중해라 라는 개인적 의견을 남기며 리뷰를 마치도록 하겠다.  



★ 달문‘s 추천 지수 ★


 

★ 독서를 추천 드립니다.


새로운 좀비들을 만나고 싶으신 분
단편 소설의 진행에 익숙하신 분

 

★ 독서을 자제해 주세요.


지루한 전개를 견디기 어려우신 분

레지던트이블의 그것을 상상하고 책을 선택하신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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