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박민규 지음 / 한겨레출판 / 2003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요즘 젊은 세대는 과연 '삼미 슈퍼스타즈' 를 알고 있을까? 한국이 WBC 준우승을 거머쥐고 프로야구 관객동원이 사상최대치를 기록한 2009년이지만 과연 '삼미 슈퍼스타즈' 를 알고 있는사람들은 몇이나 될까? (이 질문은 물 론 80년대 이후 출생자들에게 묻는 질문이다.) 아무튼, 이렇게 묻는다면 40퍼센트 정도는 "몰라요!" 라고 대답할 것이고, 20퍼센트 정도는 "이범수 있던 팀 아냐?" 라고 대답할 것이고, 또 20퍼센트 정도는 "무슨 스포츠 팀 같긴 한데.." 라고 대답할 것이며, 15퍼센트 정도는 "조미료 만드는 회사 이름 아니에요?" 라고 대답할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나머지 4퍼센트는 "북한 축구 팀 이름 같은데.." 라고 말끝을 흐릴 것이며 마지막 1퍼센트는 "1982년 2월 5일에 창단한 프로야구팀이며, 현재는 청보 핀토스, 태평양 돌핀스 를 거쳐 현대 유니콘스가 되어있는 팀의 전신이죠." 라고 99퍼센트의 사람들을 어이없게 만들것이 분명하다.

 

 그 렇다면 <삼미..> 의 저자 박민규씨는 나머지 99퍼센트의 사람들에게 정답을 말한 1퍼센트의 대답을 심어주고 싶어서 이 책을 쓴 것일까? 그건 아니다. 아직까지 제목만 보고 이 책을 야구 팀에 대한 다큐나, 소개 책자 정도로 생각 한다면 어서 생각을 고쳐 먹기 바란다. 이 책은 '삼미 슈퍼스타즈' 가 탄생했던 80년대를 산 한 남자의 이야기 이며, 80년대라는 사회의 이야기이자, 그 시대의 혼란을 이야기 하는 책이니까 말이다.

 이렇게 써 놓고나니, 읽기도 전에 너무 어렵게 생각하거나 정색하고 계신 분들이 계실지도 모르지만, 이 책은 표지를 보면 아시겠지만 그렇게 어려운 책이 아니다. 뭔가 시작부터 앞뒤가 안맞는것 같지만 점차 설명해 나가도록 하겠다.

 

 

 

1. 박민규를 말하다..

 

 이 책은 잘 아시다시피 2003년 한겨레 문학상 수상작이다. 그 전에 문학동네 수상작인<지구영웅전설> 이 있지만 박민규의 소설하면 가장먼저 떠오르는 것이 이 <삼미..> 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어쨌든 이런 얘기를 하는 이유는 작가의 대표작. 그것에는 작가의 스타일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어서이다.

 

 < 삼미..> 를 읽다보면 "이거 소설이 아니라, 누가 옆에서 얘기 하고 있는 거 아냐?" 라는 생각이 들때가 많다. 이 말의 의미는 장점이 될수도 있고, 단점이 될 수도 있다. 단점을 먼저 생각해본다면, 소설 치고는 너무 가볍다. 라는 점이 가장 먼저 지적 될 수 있다. 그리고 그 지적에 탄력을 줄 수 있는 또 하나의 단점, 형식을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을 생각해볼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은 바꿔 말하면 쉽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며, 너무나 자연스러움에 더 친근한 느낌을 준다는 장점으로 생각해 볼 수도 있다.

 

 소 설의 이미지는 드라마나 영화와 달리, 어떤 메뉴얼에 정해져 있고, 문법 하나까지 맞춰야 한다는 왠지 모를 딱딱한 기분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활자로 전달되는 문학이니만큼 지켜야 할 것은 지키는 게 당연한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삼미..> 를 보면 만담에서 나올법한 대사들, 수 없이 이어지는 ..그리고 의 연속 등, 기존 소설에선 찾아 보기 힘들었던 독특한 모습이 보인다. 처음에는 적응이 안되서 이걸 이렇게 읽는 게 맞나? 라는 의문이 들정도엿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정말 박민규 라는 작가가 자신의 옛이야기를 내 앞에서 직접 들려주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정도로 굉장히 편하고 재밌게 읽혔다.

 장 점이 크면 단점이 가려지기 마련이다. 난 이 책이 문학상을 타고, 대중들에게 인기 있는 이유도 그것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기존과 다르긴 하지만, 자신의 스타일을 소설의 재미로 이끌어낸 점! 말이다. 게다가 '삼미 슈퍼스타즈' 라는 해체된 야구팀의 소재를 통해, 과거와 현재를 돌아볼 수 있게 하는 메세지의 전달을 기가막히게 성공한 것도 장점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그리고 하나 더하자면 꽤 무거운 메세지일수도 있는 주제를 이런 소재를 통해, 그리고 이런 가벼운 문체를 통해 정확히 전달했다는 것은 작가의 역량이라고 밖에는 표현할 방법이 없어 보인다.  

 

 아 무튼 박민규라는 작가는 <삼미..> 를 통해 무겁고 중요한 메세지와 형식을 깬 신선함을 독자들에게 알렸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그가 직접 독자들에게 "난 이런 사람이오!" 라고 말했다는 점이 이 책의 가장 중요한 점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2.  삼미 슈퍼스타즈를 말하다..

 

 < 삼미..> 는 분명 장편소설이지만 특별히 줄거리를 설명할 수 있는 소설은 아니다. 왜냐하면 주인공이 '삼미슈퍼스타즈' 가 탄생한 시기에서부터 성장하는 모습을 그린 소설이기 때문이다. 물론 소설에선 성장중에 겪는 여러가지 사건들(삼미에 관한 사건, 7명의 섹스파트너를 가진 여자와 만나는 일, 결혼, 실직, 이혼 등등) 이 나온다. 하지만 이런 사건들은 책을 직접 읽는 것이 훨씬 재밌기 때문에 특별히 설명을 하지 않겠다.

 아 무튼, 소설은 주인공의 시간들을 서술해 나가는 형식이다. 그런데 왜 책의 제목이 <삼미..> 일까? 라고 묻는다면 주인공의 생에서 가장 아랫쪽에 기본적인 베이스를 형성하고 있는것이 바로 '삼미 슈퍼스타즈' 이기 때문이다.

 

 프 로 야구, 농구, 배구, 축구 등등.. 다양한 프로 스포츠를 태어나면서 부터 이미 갖고 시작한 젊은 세대와 달리 주인공의 세대인 82년에는 한국에서 프로 야구라는 최초의 프로 스포츠가 생겨났다. 지금에서야 '프로' 라는 단어가 아무것도 아닌 일상적인 용어로 쓰이지만, 그 당시 야구 선수들과, 전 국민들에게 '프로' 라는 단어는 멍한 충격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물론 아픔을 야기하는 충격은 아니지만 말이다.

 주 인공도 그랬다. 처음 만들어진 프로 야구라는 것에 어리둥절해 할 시간도 없이 자신이 사는 인천을 대표하는 팀인 '삼미 슈퍼스타즈' 가 생겼다는 것은 그야말로 그 나이에 꼬마에게는 해외여행을 하는 것보다 더 신기하고 놀라운 일이었고, 그때문에 광적으로 '삼미 슈퍼스타즈' 에 빠져들고 만다. 그것은 실력이 좋고 나쁨을 떠난 일이었다. '삼미 슈퍼스타즈'는 '프로' 라는 새로운 세상을 접하게 해주는 창구 같은 것이었기 때문이다. 

 주 인공은 그렇게 '삼미 수퍼스타즈' 에 흥분하고, 열광한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삼미 수퍼스타즈' 는 최악의 성적을 기록하며 책에도 자세히 서술되어 있는 다시 나오기 힘든 최악의 기록들을 마구마구 기록하게 된다. 물론 주인공은 그때까지도 'OB' 나 '삼성' 으로 옮긴 다른 친구들과 달리 '삼미 수퍼스타즈' 를 배신하지 않는다. 그것은 어쩌면 객기였을 것이고, 어쩌면 아직 프로가 되지 못한 주인공의 순수함 때문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주인공은 '프로' 라는 세계를 깨닫게 되고 만다.

 


 "큰일이었다. 세상은 이미 프로였고, 프로의 꼴찌는 확실히 평범한 삶을 사는 것이었다."

 

 책 의 이 문장처럼 주인공은 야구에서의 프로가 아닌, 자신이 살아가는 세상에서의 프로를 깨닫고 만다. 프로야구가 생기기전, 아마추어 시절의 평범함은 프로의 시대인 지금에서는 꼴찌라는 의미라는 것을 말이다. 그 이후, 주인공은 '삼미 슈퍼스타즈' 에 대한 관심도, 야구의 대한 관심도 덮어둔 채, 현실의 승자가 되기 위한.. 즉, 프로가 되기 위해 프로처럼 살기 시작한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주인공이 프로가 되가는 과정에서는 이미 프로였던 '삼미 슈퍼스타즈' 는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하지만 더 신기한 것은 주인공이 다시 프로의 삶에서 내려와 아마추어가 되려 하는 과정에선 자연스럽게 다시 '삼미 슈퍼스타즈' 가 떠오른다는 것이었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프로의 삶을 살때는 진짜 프로였던 삼미가 등장하지 않고, 아마추어의 삶을 살때는 '삼미' 가 쉴새 없이 등장한다는 것.. 이것이 바로 작가가 말하고자 했던 메세지이자 '삼미 슈퍼스타즈' 는 아닐까?

 이 것은 무슨 말이냐 하면.. 일단 잠시 책의 후반에 주인공이 정의 내린 것을 빌려보자면 '삼미 슈퍼스타즈' 는 프로가 될 준비 없이 프로에 뛰어든 아마추어 였다. 그것은 다시말하자면, 아무런 준비 없이 프로라는 세계에 뛰어들 수 밖에 없었던 그 시대의 사람들을 뜻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82년을 살아간 한국의 모든 사람들이 프로야구라는 이름에 빠져들어 자신도 모르게 프로의 세계에 뛰어든 것이었다. 하지만 프로란 세계란 어떤 세계인가? 주인공처럼 그것을 인지하고 죽어라 노력을 한다해도 결코 1등이 되기는 쉽지 않은 곳이었다. 왜냐하면 그들은 아마추어였고, 아마추어에서 평범했던 그들은 프로에선 꼴찌일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나는 이것이 이 책의 제목이 <삼미..> 인 이유고, 삼미를 통해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메세지인 것이라고 생각한다.

 

 

 
3. 박민규.. '삼미' 그리고 '프로' 를 말하다.

 

 지 금까지 <삼미..> 에 대한 작가와 책의 내용에 대한 내 느낌을 끄적여 봤다. 물론 내 의견과 다른 분들도 많을테고, 읽기도 전에 이 글을 보고 흥미가 떨어졌을 분도 분명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박민규가 프로에 대해 말했듯이, 내가 <삼미..> 에 대해 말한다면 난 이렇게 말하고 싶다.

 

 

 "누군가 아마추어란 이름의 내 집을 어느 날 갑자기, 프로로 만들었어.

어색하고 어리둥절했지.

그런데 왜사냐고? 어쩌겠어..

내 집은 그 집 뿐이니까 그냥 사는 수 밖에..

세상을 변하게 하는것보단 내가 변하는게 쉬운 일이니까 말이야.."

 

 

 이 글이 책 선택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지는 모르지만 생각보다 쉬운 겉 모습과, 생각보다 진지한 머리를 가진 책이니 기회가 된다면 한 번 만나보는 것을 권하며 리뷰를 마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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