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항 막걸리집의 안주는 사람 씹는 맛이제 - 찰지고 맛있는 사람들 이야기 1
박형진 지음 / 디새집(열림원) / 2003년 8월
평점 :
절판


농사꾼 박형진,

그의 욕망의 상향선은

빚 안지고 농사 지으며

지나가는 길손에게 막걸리나 대접하며

이 나라 산천을 자기 발로 밟아 여행하는 것이란다.

 

초등학교 겨우 졸업, 중학 1년을 다니다 만

촌무지랭이라 할 수 있다.

그의 시와 이력만을 보았을 때는 그저

농민운동하면서 시쓰는 이인가보다 싶었는데,

그의 산문을 읽다가 두어번 인용된 싯귀를 보니

그는 삶이 시인 사람인 것 같다.

 

농사만 지어도 힘든데,

바닷일만 해도 힘들텐데

그 두가지를 병행해야하는 모항에서

(허긴 우리나라 어느 어촌이 안 그러랴.

자원 빈약한 나라에서 태어난 설움이겠지.)

그가 만난 사람들 하나하나 성격에 옹이지지

않은 곳 없는듯 한데, 날이 서지는 않았다.

따뜻하다. 진짜진짜 따뜻하다.

맺힌 게 많은 사람들이 오히려 더 여유있게 살고 있구나.

 

읽을수록 내 자신이 초라해졌다.

무에 그리 대단한 것을 한다고,

여기저기 큰소리치며 아둥바둥 살아왔는가.

지금 또 무에 그리 대단하게 산다고 피곤하고 우울하고 날카로워지는가.

나는 정말 글을 쓰고 싶어하기는 하는가?

나는 정말 소설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은가?

그의 글은 참 솔직하다.

자기 아들이 똥싸는 사진도 책에 박아넣고

술만 마시면 오줌을 싸는 흰머리가 희끗할 형 얘기부터

농사의 7할은 막걸리집에서 짓는다는 자신의 얘기까지

참으로 솔직하다. 꾸밈이 없다.

그가 거짓이 없다고 말하는 땅처럼 그의 글도 솔직하다.

그런데 그간 내가 써온 몇 안되는 소설(그나마 학교다닐 때 쓴)은 모두 꾸며쓰고 거짓말한 것이었다.

 

정말로 내가 글을 쓰고 싶다면

생활과 일과 공부에 대한 눈높이를 대폭 낮추고

생활비와 부모님께 선물할 정도의 돈만 벌면서

잠뱅이나 입고 살겠다는 박형진처럼 청빈하게

그렇지만 읽고 쓰는 것에는 정말로 정직하게, 치열하게 살아야겠지.

아~

욕심많고 변덕스런 나로써는 정말 어려운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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