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ulo Coelho


역시나 이름만 보고 무조건 사는 작가되겠다.
(나도 이렇게 네임밸류있는 작가가 되면 좋겠다.
무조건 지갑을 열게 만드는.. ㅋㅋ
역시 돈이 좋아좋아^^)

작년 여름에 이 사람 책을 처음 읽었는데,
그 후 번역된 코엘료 책은 다 사고
또 번역이 되는 족족 샀으니
코엘료는 나의 이런 충성심을 알아줘야 한다!!!
내가 이러는거 흔치 않다구요 ㅋㅋ

 
그의 코드에 깊이깊이 공감한다.
특히 신에 대한 관점과 여성심리..
어찌나 세심하게 여자들의 심리를 이해하고 있는지..
멋진 작가들 중에는, 소설가도 그렇지만 특히 영화감독들중에는 마초들도 참 낳은데 코엘료는 참 다르다.
나는 그가 좋다. 참 좋다. 무조건 좋다.

 
<11분>
"당신 책은 날 꿈꾸게 한답니다"라는 찬사를
듣곤하는 그가 '11분'을 쓰면서 껄끄럽고 충격적인 주제 탓에 잠시 불안했다고 한다.
그런데 코엘료! 섹스는 더 이상 충격적인 소재가 아냐. 내겐 오히려 베로니카가 더 충격적이었는걸^^ 평균 성교시간이 11분이라는 건 좋은 정보였어.
마리아의 일기를 보다보면 그가 진정 남자일까 하는 의문이 절로 든다. 여자심리를, 여자가 원하는 여자를 정말 너무 잘 안다. (아내에게 그는 어떤 사람일까?)
마리아의 선택.. 진정 멋지다!!
나로서는 결코 못할 선택.

 
나는 최초의 여자이자 마지막 여자이니
나는 경배받는 여자이자 멸시받는 여자이니
나는 창녀이자 성녀이니
나는 아내이자 동정녀이니
나는 어머니이자 딸이니
나는 내 어머니의 팔이니
나는 불임이자 다산이니
나는 유부녀이자 독신녀이니
나는 빛 가운데 분만하는 여자이자 결코 출산해본 적이 없는 여자이니
나는 출산의 고통을 위로하는 여자이니
나는 아내이자 남편이니
그리고 나를 창조한 것은 내 남자라
나는 내 아버지의 어머니이니
나는 내 남편의 누이이니
그리고 그는 버려진 내 자식이나
언제나 날 존중하라
나는 추문을 일으키는 여자이고 더없이 멋진 여자이니
/ 이시스 찬가


 
<악마와 미스 프랭>
'코엘료 소설 중에서' 제일 재미없었던.. ^^;
첫장부터 흥미진진했던 다른 소설에 비해
첫장부터 다소 지루했다.
아마도 내가 좋아하는 코드가 덜 나와서이리라.
아마도 코엘료는 성선설주의이지 싶다.
어마어마한 돈을 앞두고 결국 선을 택하는 마을 사람들.
그 결정에 이르기까지 그들 나름의 탐욕과 욕망, 무엇보다 비겁함들..
역시나 재미있었지만, 내가 겪은 세상의 비겁함이 훨씬 강도가 셌던 것 같다.
아마도 그래서 재미가 덜했으리라.
거액을 제시하며 살인을 요구하는, 그래서 악마로 간주되는 중년남성이 악마가 된 계기 -대규모 무기회사 사장이었던 그가 테러리스트에게 가족을 잃는데 그때 쓰인 무기가 자신이 만든 무기였다는- 하고, 미스 프랭이 금괴를 훔치러 갔을때 나타났던 미친 늑대가 가장 흥미진진했다.

<피에트라 강가에서 나는 울었네>
이 책을 읽고 한동안 어찌나 벅찼던지..
다시 사랑을 믿어보기로 했던 것 같다.


* 세상의 모든 사랑이야기는 닮아있다.
절대 그렇지 않으리라고 생각했다. 내 것은 고유하다고, 다만 몇가지 편린들이 비슷해 공감할 뿐이라고...  인!정!
그 대상이 무엇이든 결국 지나고 나서 남는 이야기는 같다는 걸. 이성이든 친구이든 가족이든 신이든 관계없는 타인이든...

* 내 안의 타인
때론 여성같고 때론 남성같은 내 안의 타인은 종종 나를 당혹스럽게 한다. 평범한 대신 굴곡이 적은 삶, 모두가 안심할 수 있는 길, 정해진 수순 밟아 차근차근 살아가는 것을 못마땅해 한다. 아무리 맘을 다잡아도 분주히 오가며 나를 부추긴다. 마음 기울어지는대로 몸도 따라가라고... 결국 '내 안의 타인'의 뜻을 따르는 필라, 그녀의 모습이 통쾌했다. 나도 '내 안의 타인'의 의견을 적극 수렴해야겠다^^

* 일치 혹은 합일
언제나 나의 딜레마는 '내가 원하는 나(의 삶)'과 '나를 사랑하는 이들이 원하는 내(삶)'가 상충한다는 것이었다.
가장 많이 걱정했던 것은 가족과 종교. 친구와 회사 역시 내가 원하는 삶과는 반대편으로 뻗은 가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를 사랑하는 모든 이들이 진정 바라는 나는 결국 내가 진심으로 바라는 나와 같았다.
모든 사랑은 닮아있으므로, 궁극에 가서는 하나이므로.
각자의 바램대로 걷다보면 결국 제3의 길이 나타나 타협할 수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난 나를 사랑하니까, 그들을 사랑하니까, 그리고 그들은 나를 무척 사랑하니까.
짐 하나를 벗은 듯 무척 홀가분하다.

나보다 먼저 '일치'를 깨달은 윤하가 무척 장하다. 보고싶다.

* 신의 여성적 면모
내 종교가 보여준 신의 모습은 늘 무서웠다.
언제나 자비로우시며 사랑으로 가득찬 하느님이지만,
그런 그를 대하려면 먼저 나의 죄를 반성하고 고백해야 했다.
일주일에 한번씩 고백소 앞에 서서 내 죄를 꼽으면서 나는 신이 참 치사하다고 생각했다.
고백성사를 너무 자주 보지 말라고, 사소한 건 고백할 필요없다며 귀찮아하는 신부님을 보며 신은 참 변덕스럽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힘들때 가장 의지가 되었던 건 신이었다.
왜냐하면 그는 신이니까, 나를 만들었으므로 나를 사랑할 의무가 있는 존재이므로.
그러면서도 늘 꺼림칙했다.
교리에 비추어보자면 내 생각은 늘 불경스러웠으므로.
헌데 코엘료는 내가 늘 생각하던 신의 모습을 말한다.
반갑다. 반갑다. 아주 아주 반갑다.
/ 2003. 8

<연금술사>
자아의 신화를 이루는 것이야말로 이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부과된 유일한 의무지. 자네가 무언가를 간잘히 원할때 온 우주는 자네의 소망이 실현되도록 도와준다네

더 이상 뭐가 필요하겠어.
온 우주가 내 편이라는데!
우림과 툼밈이 길을 안내하고
초심자의 행운이 걸음을 가볍게 해주고
성공 직전의 시련이 한 숨 쉬어갈 수 있게 제동을 걸텐데,
내가 걱정할 게 무어야!

 
그저 시작하면 돼!!
팝콘 수레에 길들여지지 않을 용기만 있으면 돼!!

연금술사 읽은 직후에는 그랬는데...
그렇게 힘이 번쩍 나고 정말로 온 세상이 아니 온 우주가 내편인 것 같았는데...
지금은 잘 모르겠다.
팝콘수레에 길들여지지 않을 용기!!!
물론 용기충천했으나, 요즘은 가끔 팝콘수레가 궁금하기도 하다 --;
 
/ 2003. 8.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그리고 일곱번째 날..."이라는 시리즈로 다시 출간되기 전에 나온 내가 갖고 있는 책의 표지. 

어디서나 20대를 사는 사람들은 막막하고 무력하고, 자기를 파괴하고픈 충동이 드나보다.
별 이유도 없이 자살을 선택한 베로니카.
정말로 죽기로 결심했는데 안타깝게도 죽지 않고 살아났다. 얼마나 황망했을까. 욱이 자살을 시도했다는 이유로 정신병원에 갇히다니..

살아났지만 약물과다복용으로 일주일밖에 살 수 없다는 베로니카. 어서 빨리 죽기를 고대한 그녀지만 뜻밖에 시간이 지날수록 살고 싶은 욕망이 불쑥불쑥 치솟는다.

어떤 행동도 '정신병자니까'라는 한 마디로 무마되는 곳이 바로 빌레트, 베로니카는 욕망을 본능을 쫓는다. 한밤중 달빛 아래서 신나게 피아노를 치는가하면(청중은 정신분열증 청년 한명뿐) 어느덧 사랑하게된 자신의 유일한 청중 앞에서 자위를 하기도 한다. 급기야 죽을때 죽더라도 자신이 원하는 곳에서 죽겠다며 탈출을 감행한다.

치료가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사회로 돌아가길 원치 않던 환자들도 베로니카를 보면서 삶을 다시 욕망한다. 어이없게 끝난 자살시도, 그러나 치명적인 손상을 입은 심장, 불쑥 찾아오는 심장발작.. 그렇게 일주일을 살다 죽어야 할 베로니카가 삶을 꿈꾸는 것을 보면서. 무언가를 원하고 욕망하는 것은 전염성이 강한가보다.

같은 여성화자임에도, 같은 정신병동의 이야기를 다루는데도 [천국에는 새가 없다]와는 아주 다른 느낌. 물론 픽션과 논픽션, 열다섯의 독서와 스물다섯의 독서 등등 많은 차이가 있겠지만 달라도 달라도 너무 느낌이 다르다. 리키를 읽는 동안에는 정신병원이라는 곳이 폭력성에 너무 화가 나고 그녀가 불쌍하고 대단타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는데, 베로니카는 의외로 훈훈하고 솔직하다.
따지고 보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이 더 광기에 휩싸인거 아닌가?
베로니카와 정신병동에 함께 머물던 사람들이 모두 밖으로 나온다면 세상이 지금보다 훨씬훨씬 솔직해지지 않을까?
/ 2003.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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