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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 게바라 평전 ㅣ 역사 인물 찾기 10
장 코르미에 지음, 김미선 옮김 / 실천문학사 / 2005년 5월
평점 :

체 게바라 때문에 [모터사이클 다이어리]가 보고 싶었던 것은 아니다. 게바라의 여행기보다는 윌터 살레스 감독, 로버트 레드포드 제작이라는 점이 오히려 더 매력적이었다. [중앙역]과 [흐르는 강물처럼]이 오버랩되면서 예고에서 보았던 것보다 더 멋진 풍경이 스크린에 펼쳐질 것을 기대했다. 물론 기대만큼 영화는 멋졌다.
체 게바라를 다소 탐탁잖게 생각했음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보기 전 게바라 평전을 굳이 읽은 것은 프리다의 경험 때문이었다. 프리다를 읽지 않았다면 영화 [프리다]가 정말 재미없었을 터, 아마 이 영화도 비슷하지 않을까 싶었다. 지루한 평전을 읽느라 영화를 계획보다 좀 늦게 봐야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참 잘한 일.
체 게바라를 잘 모르면서도 늘 탐탁잖았다. 책꽂이에서 먼지가 먹고있는 게바라 평전을 볼 때마다 그 책을 사도록 만든 방선생님이 살짝 밉기도 했다. 좀 읽어볼까 하고 책을 꺼냈다가도 표지에 적힌 사르트르의 칭찬(체를 가장 완벽한 인간이라고 했던가, 가장 이상적인 인간이라고 했던가)에 다시금 반감이 생기곤 했다. '에르네스토 게바라 데 라 세르나'가 어떻게 '체 게바라'로 불리게 되었는지 알지 못하면서 막연한 거부감이 앞섰다. 내가 공산주의자가 아니라서 그를 이해할 수 없는 것일까. 심각한 미화 탓이라고 생각했다. 아마도 티셔츠에 박힌 파이프 문 그 얼굴을 먼저 접하고, 체를 모르면 지성인이 아니라는 듯 야유했던 몇몇을 통해 그를 알게 된 탓일게다.
우리 모두 리얼리스트가 되자.
그러나 가슴속에 불가능한 꿈을 가지자.
그는 콩고나 볼리비아로 가지 말아야 했다. 그냥 쿠바에 남아있거나 연로한 부모님이 애타게 기다리는 아르헨티나로 돌아가는 편이 차라리 나을 뻔 했다. 그의 청소년기, 여행기, 쿠바 혁명기, 정치인으로서의 행보까지 체는 멋지다. 인정. 하지만 콩고나 볼리비아에서의 그의 모습은 결코 멋지지 않다. 혁명에 성공하지 못해서가 아니다. 판단력은 흐려졌고, 쿠바 혁명에 모든 것을 쏟아부은 듯 그의 일은 잘 풀리지 않았다. 어떤 순간에는 그가 좀 미치지 않았나 하는 느낌도 든다. 요절할 팔자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불나방처럼 사지로 뛰어든겐가? 어쨌거나 멋지긴 하다, 체. 불가능한 꿈을 실현시키려 살다 갔으니.
꽃은 피라고 있는 것.
알베르토가 그랬다. 꽃은 피라고 있는 것이라고. 천식으로 죽을 고생을 하면서도 에르네스토는 꿈을 꾸었고 혁명을 했다. 마침내 '체(친구)'라 불리기까지.. 그야말로 꽃이 아닐런지, 그래서 체가 위대한 것이겠지,
나는 요즘 피어나고 있다^^ 엄마는 늙기 전에 빨리 남자친구도 만들고 결혼도 해야한다며 한걱정이시지만 나는 사는것도 숨쉬기도 생각도 마음도 지금이 훨씬 더 자유롭다. 가볍다. 스무살 언저리부터 애정을 갖고 나를 지켜본 이라면 누구나 느낄 수 있는 변화. 이십대 초반에 그리도 우울하고 아팠던 건 지금 피기 위해서였나보다. 아직은 작은 꽃, 점점 더 활짝 피울테다. 힘들이지 않고도 피울 수 있을 거 같다.
이건 영웅담이 아닌, 단지 일치된 꿈과 열망으로 가득차 있던 두 사람의 이야기다.
가끔 사람들과의 소통불능을 느낄 때 몹시 답답하다. 억울하다. 왜 저이는 나를 이해하지 못하나, 왜 나를 받아주지 못하나 가슴은 무겁고 한숨만 나온다. 씨튼이 수녀원에 들어간 후, 일이 일순위였던 내가 회사를 그만둔 후 그 막막함은 더 했다. 나는 아마 지나친 완벽을 추구했던 듯. 싸워도 된다. 소리질러도 된다. 토라져도 되고 틀어져도 된다. 공통분모가 있으니까, 이해의 바탕을 두고 있으니까.
난, 더 이상 내가 아니다. 적어도 이전의 내 모습은 아니다.
변한 나를 인정한다는 것은 꽤나 힘든 일이다. 변했기에 앞으로 펼쳐질 시간이 지금까지보다 고단하고 안정되지 않는다면 그 결정을 내린 나를 원망하기 십상이다. 적어도 나는 그렇다. 체도 그랬을까? 그는 참 단호하다. 그 단호함을 나도 배워야겠다. 막막함에 날숨만 거듭하던 반년이 지나고, 분주했던 두어달이 지나자 어느 정도 갈피가 잡히는 느낌. 단호히 포기했던 책상, 연봉을 되돌아보는 일은 이제 그만! 나는 더 이상 과거의 내가 아니다.
남미, 남미
그곳은 도대체 어떤 땅이길래... 보이는 것마다 그리도 매혹적인가.
만드는 영화마다 ost가 이리도 훌륭한가.
갖고 싶은 ost 목록이 하나 더 늘었다.
가봐야 할 곳이 또 늘었다.
2004. 초겨울
코엘료, 프리다, 체, 마르께스 그리고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
이런... 부에나비스타를 제외하고는 모두 코카시안인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