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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려라, 아비
김애란 지음 / 창비 / 2005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침대에 등 붙이고 뒹굴뒹굴 책장 넘기기, 얼마만인지..
그것도 하루종일 말이야. ^^
눈 떠서 다시 잠들기까지 정말 꿈같은 일요일이었지.
요가심사가 끝나기를 손꼽아 기다린 건
어쩌면 이 책 때문인지도 몰라.
아침에 번쩍 눈을 뜬 것도 머리맡에 둔 책 때문이었을거야.
뜻밖의 선물에, 생각보다 일찍 도착하여
장장 닷새간 나를 달뜨게 했던.
오정희같은 가슴 뻐근하게 벅참도 아니고
천운영같은 묘한 불편함을 동반한 동경도 아니고
그 사소한 것들의 추구와
그 사소한 것들을 향한 탐구가
참으로 익숙하다.
편의점 말야, 설명할 수 없어 스카이 콩콩을 타는 것 말야, 불면의 이유 말야,
쉼없이 떠들어도 끝내 닿지 못하는 말 말야, 엉뚱한 출생의 비밀 말야,
공존하지 않는 공생관계의 애매함 말야,
무엇보다 부성결핍이 말야
너무나 익숙했다는 거지.
손꼽힐만큼 희박한 내 소설은 언제나 모성결핍인데,
내 성장과 경험과는 관계없이 모성결핍인데
당신에게는 아버지가 부재중이네. 아버지가 유랑중이네.
그래서 당신 속이 궁금해졌다는 거지.
익숙한 만큼 또 약오르는 건
비슷하게 느낀 감수성을 당신은 써냈다는 거지. 표현했다는 거지.
당신보다 더 많은 밥그릇을 비워낸 나는 그동안 무얼했을까.
2006. 9
책 속으로
그때부터 나는 무언가를 '안다'고 말하는 것은 음란한 일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어머니가 내게 물려준 가장 큰 유산은 자신을 연민하지 않는 법이었다. 어머니는 내게 미안해하지도, 나를 가여워하지도 않았다.
16p, <달려라, 아비>
인간이 애초에 바다에서 기어나온 존재라는 것을 떠나, 그냥 그것들이 오래전부터 거기 '있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거기 있는 그들과 여기 있는 내가 그 시간 만다고 있다는 것. 바다에서 나온 인간이 자신들의 기술을 이용해 다시 바다로 기어들어가, 마치 꿈을 꾸듯 - 자기 옆을 헤엄쳐 가는 수많은 아버지들을 본다는 것. 몇백억년 전에 비해 하나도 늙지 않은, 자기보다 젊은 아버지를 본다는 것. 그것은 정말 경이로운 일이었다.
150p, <사랑의 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