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 A - Boy A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여러모로 놀랍기도 하고 마음도 아프고 그랬던 영화.

 
고작 열 살에 살인자가 된 소년을,

son이라고 부르며, 너는 내 인생 최고의 역작이라며,

그 착한 본성을 알아본만큼 사랑해주는 보호관찰사 테리.

사회적인 아버지인 그가 세상이 모두 증오하는 소년은 깊이 사랑하고 소통하지만

정작 자신의 아들과는 화해하지 못하는 것. 그 불화 때문에 두번째 아들을 결국 잃게 된 것...

이건 어쩜 평범한 얘기인지도 모르지.


전과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다고,

사생활도 있고 행복해질 권리도 있다며 받아들이는 직장 상사와 친구들.

위험한 아이들이기도 하지만, 저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격리해야 한다는 검사의 구형 이유.

천인공노할 짓을 했어도 사회적으로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가 아니라 달라질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것.

결국 죄와 죄인을 동일시하고 사람은 바뀌지 않는다는 고정관념을 깰 생각이 없는 사람들이 살아간다는 건 같지만,

적어도 영국이 사회적 또는 규범적으로 두번째 인생이 보장되는 사회라는 점에서 한 번 더 후한 점수를.

 
누군가는 답답해했던 느린 전개와 무거운 이야기인데

숨막히지 않고 아름답다 느낄 수 있었던 화면, 유독 나무가 많았던 그 화면은 역시

촬영상을 탈만하다는 것.


이런 것만으로도 충분히 회자될만하고 추천할만하고 다시볼만한데,


근데 그 속깊은 이야기.

과거를 모르고서도 친해지고 사랑하고 진심이었으면서,

막상 밝혀진 과거 앞에서 모든 것을 의심하게 되는 게 사람이라는 것.

그 뻔하디 뻔하고 지루하디 지루하고 어처구니없는 게 우리들의 행동이라는 것.

영화 속 어떤 인물도 차마 비난하지 못하겠다는 것.

도대체 진실이라는 것, 진심이라는 것,

한 사람을 형성하는 시간이라는 것.

추억 혹은 역사, 바로 지금 여기 중 어디에 방점을 찍고 살아가냐는 거지.

그의 역사만큼이나 그 부모의 역사도 중요한 내게,

지금 모습보다 지난 행적 혹은 트라우마, 까놓고 말하자면 배경에서 미래를 찾는 나로서는,

그런 속물 근성 가득한 게 나라는 걸 알아버린 지금으로서는

그들 하나하나의 마음이 너무 무겁다는 거지. 잘잘못 따윈 개나 줘버리라고 하고.

 
친구들과 밥과 수다와 산책과 광합성과 무지개가 아니었더라면

그 무거움에서 헤어나지 못할 뻔했는지도.

그 수다와 광합성과 산책과 무지개 덕분에

너무 오래 홀로 방 안에만 있어 내가 참 많이 왜곡되고 둔해졌구나라는 걸

알게 되지 않았다면 결코 기분은 나아질 수 없었다는 것.


그러니까 아이러니하게도

영화 속 마지막, 출렁이는 검은 바닷물과 매달린 팔에 힘도 안 주고 있는 잭 또는 보이 A와

오래도록 선명하고 또렷했던 (진짜) 일곱빛깔 무지개가 동시에 떠오른다는 거지.

그래서 참 다행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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