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
그렉 버렌트 외 지음, 공경희 옮김 / 해냄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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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웃음의 가치도 없다고 생각했던 실용서,

그중에서도 자기계발서,

그중에서도 연애학개론 내지 연애심리학.

굳이 저 책을 들었던 건, 저 도발적인 제목이 심히 맘에 안 들어서였는지

꽤 괜찮아 꽤 공감해서 꽤 부러웠던 <섹스 앤 더 시티> 주변인들이 만들었다는 것 떄문이었는지

이젠 기억도 나지 않지만,

암튼 괜히 혼자 입 댓발 내밀며 시덥잖게 책갈피를 넘기다가

"마음이 정말 날카로우는 칼에 꿰찔리는 듯" 아팠다. 젠장.

나도 알고 있었다. 잘못된 연애는 시작하지 않는 것이 상책이며

잘못된 걸 알았다면 ASAP로 쫑내야 한다는 것. 근데 맘이, 몸이 글케 되냐구?

결론은... 당신들이 옳았다.

나보다 내 책꽂이에 더 관심이 많았던 어떤 남자에게 이 책 얘기를 했을 때

예상했던 대로 불편해하며 콧잔등으로 흘리더니,

나름 재치있고 쿨했다고 생각했던 나의 빠이빠이에 발걸음을 더듬거리던 그는

한 달 뒤, "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었나봐"라며 문자를 보내와

결국은 내가 채인 것이었음을 아주 명백히 해주었다. 그러면서도 고맙다며...

무엇이? 좋은 책을 알려줘서? 그는 내게 반하지 않았었음을 알려줘서?

어쨌거나, 난 이 영화를 상당히 기다렸고 기대했다.

(그나저나 그는 이 영화를 혼자 봤을까? 둘이 봤을까? 분명 봤을텐데...)

 

그러나 '흥!'이었던 책이 예상밖의 '끄덕끄덕'이었던 것과는 달리

'기대만발'이었던 영화는 '니뿡!'이었다.

구성이야 뭐... 워낙 로맨틱코메디로 단련된 할리우드니, 깔끔하고 적절했으며 제법 흠잡을 데 없었지만

다른 로맨틱코메디보다도 훨씬 내 맘을 두드리지 못했단 말이다.

어쨌거나 발렌타인데이,

원하는 날, 원하는 사람과 원하는 영화를 보며 생각보다 함께 이 영화를 보러 온 커플이 많다는 데 놀란 나는

역시나 대체로 커플의 전유물이어서, 영화를 혼자 보는 걸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하등 이상할 것이 없다는 것이 대체로 진실이라는 것을 살짝 인정할 수 있었고...

 

책과 영화가 누누히 알려주는 뻔하디 뻔한 거짓말,

"널 너무 사랑하지만 너와 헤어져야겠어."가

어떤 사람의 상황에서는 지극히 진심으로 들릴 수 있다는...

놀라움인지 아픔인지... 어쨌거나,

 

뒤통수로 시작해 공감으로 끝난 책이나,

공감으로 시작해 뒤통수로 끝난 영화나,

책과 영화와 현실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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