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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억관 옮김 / 민음사 / 2013년 7월
평점 :
36살의 다자키 쓰쿠루. 관심이 가는 여자인 사라와의 만남으로 지난 날을 회상하게 된다. 그에게는 고등학교 시절 네 명의 친구들이 있었다. 그 네 명은 쓰쿠루와 달리 이름에 색깔이 들어 있고 개성이 강한 색깔있는 친구들이다. 그와 달리 쓰쿠루는 이렇다 할 특징도 없는 색채가 희박한 사람이다. 아카처럼 특출나게 머리가 좋은 것도 아니고, 아오처럼 운동에 빠져드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시로나 구로처럼 외모가 뛰어나거나 예술에 관심있는 것도 아니다.
쓰쿠루는 자신이 이런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에 대해 한없이 소외감을 느꼈다. 그 소외감은 네 명은 나고야에 남고 쓰쿠루만이 도쿄로 나와 대학교를 다니면서 깊어졌다. 물론 계속 잘지냈지만 어느날 쓰쿠루는 이유 모를 '외면'을 당했고 '죽음'을 생각하게 된다.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나또한 '외면'당한 이유를 물어보지 못했을거다. 나에게도 개성 강한 친구들이 있다. 만약 그 친구들에게서 '외면'을 받게 되면 이런 생각이 든다. 특징도 없고 개성도 없는 내 모습에 실망해서.
'죽음'에 문턱까지 갔던 쓰쿠루. 그 일이 있고부터 1년 가까이 되었을 때 '하이다'라는 친구가 생겼다. 그도 눈에 띄지는 않지만 '그레이' 색깔을 가진 친구다. 사색과 클래식을 즐길 줄 알고 철학이나 고전을 좋아한다. 쓰쿠루는 어떤 일이든 자신의 의견을 내세울 줄 알고 논리적으로 말하는 하이다에게 존경심을 느낀다. 그렇게 친하게 지내던 중 하이다에게서 기묘한 피아니스트와의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듣는다. 그리고 기묘한 일들이 일어나고 하이다는 말없이 쓰쿠루에게서 떠난다. 두 번째 이유 없는 '외면'이다. 어째서일까? 이쯤되면 사람들에게 선을 긋게 된다. 버림받는 자신이 싫어서.
지금의 쓰쿠루. 사라의 도움을 받아 네 명의 친구들을 만나기로 결심한다. 16년 전 자신을 외면한 '이유'를 듣기 위해서 찾아가게 되고 충격적인 이야기와 만난다. 그 중 자신을 외면당하게 만든 장본인은 이미 이 세상에 없다는 사실도. 무엇보다도 친구들이 생각하고 있던 '쓰쿠루'의 모습은 자신이 생각하는 자신의 모습과 달랐다. 그들은 쓰쿠루를 '핸섬 보이'이며 정신력이 강한 다채로운 색깔의 사람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러면서 자신들이 매력을 가졌다는 것을 모른다.
이름과 색채. 글 전체적으로 사람은 '이름'대로 살게 되고 '색채'의 유무에 따라 살게 된다. 쓰쿠루도 마찬가지였다. 자신에 이름에 맞게 '역'이라는 한정된 일을 하고 있으며 자신을 색채 없는 사람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왜 친구들이 본 쓰쿠루의 모습은 달랐을까? 쓰쿠루가 다채로운 색깔의 사람이라는 것에 대해선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내가 본 쓰쿠루는 자신의 꿈을 위해서 더 넓은 세상으로 벗어날 줄 알고, 다른 친구들과 달리 한결같이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 어쩌면 가장 화려했던 시로의 '죽음'과 그에 책임을 쓰쿠루에게 넘긴 이유도 알듯하다. 어쨌든 결말은 '미완결'이다. 쓰쿠루와 사라의 사이가 어떻게 되는지, 하이다가 떠난 이유, 시로의 이야기. 궁금증이 해결되지 않은 채 책은 끝나버렸다. 어쩌면 이또한 일부로 그렇게 끝냈을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