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열한 번째 생일 파티 낮은산 키큰나무 5
라헐 판 코에이 지음, 김영진 옮김 / 낮은산 / 2007년 8월
평점 :
절판


냉장고에 있는 두부 또 사오기, 핸드폰을 냉장고에서 찾기 등 건망증이 심한 나는 '치매'라는 것이 걱정된다. 그래서 치매이야기를 다룬 이 책에 쉽게 손이 갔나보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없는게 불만이었던 노라는 어느 날 엄마에게서 지금은 치매를 앓고계셔 양로원에 계시는 증조할머니에 대해 이야기를 듣는다. 그리고 찾아간 양로원. '할머니, 할머니'하고 부르면서 친하게 지내고 싶었던 노라의 바램과는 달리 아무런 반응이 없으시다.

하지만 노라의 입맞춤에 잠자는 숲속의 공주처럼 할머니는 열살 트라우디가 되어 깨어나셨다.  그래서 엄마가 첼로 교습을 다니는 목요일 네시간은 노라와 할머니가 친구가 되는 비밀시간이 되었다. 그 시간속에는 또다른 치매환자, 주사위 던지의 명수 콘라트 할아버지가 열두살이 되어 자기만의 기억으로 돌아와 함께 한다.

얼굴만 씻겨주고, 옷만 입혀 주면 간병이 다 끝나는 줄 아는 간호사들과는 달리 진심으로 그분들이 어떤 분들인지에 관심을 가진 노라와 다니엘의 정성이 기적을 이루어냈을까? 그 기적으로 준비하는 할머니의 열번째 생일파티.

규칙을 강조하는 카린 간호사는 이 기적에 동참하려는 안겔라 간호사에게 "과실에... 고의적인 환자 유기에... 징계 절차를 거쳐... 마땅히 해고를 당해야 해"라고 말하며 모두의 파티를 망쳐놓으려 한다. 그런 카린 간호사를 향해 노라는 이렇게 말한다. "카린 간호사님은 한마디로 구역질 나는 사람이에요. 장님이기도 하고요. 혼자 외롭게 있지 않고 모두 모여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이 이분들한테 얼마나 중요한지 카린 간호시님은 관심도 없으시죠!"

결국 자신의 잘못을 깨달은 카린 간호사. 기꺼이 할아버지의 옛친구 오토가 되어준 다니엘, 시간을 50년 전으로 되돌릴 수 있는 많은 물건을 가진 고물장수 할아버지, 자신의 병을 인정하지 않았던 세바스티안의 할아버지가 마음을 열어 내놓은 철도 모형, 피아노를 쳐주는 노라의 아빠, 오래된 요리책을 보고 노라의 엄마가 구워 온 케이크들 속에 양로원안 모든 사람들은 행복을 느낀다.

그 행복속에 증조할머니는 "어쩌면 나는 네 할머니일 수도 있겠다고, 나중에 내가 진짜 늙었을때 너 같은 손녀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잔잔한 감동을 주는 장면이다.

두뇌가 날마다 조금씩 나빠지는 알츠하이머병. 치료가 불가능해 자신에게 닥쳐올 두려움을 피할 수도, 막아낼 수도 없어 언젠가는 갇히게 되는 어둠 속.  그때의 우리는 기본적인 간병을 받아 규칙속에 사는 것보다는 과거의 추억을 가지고 현재를 살아갈 수 있다면 삶은 여전히 행복하다고 작가는 말하고 있다.

책을 덮으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떠올릴 수 있는 한 순간의 기억이라도 존재한다면 우리는 어떤 상황속에서도 행복할 수 있다. 그 행복은 먼 곳에 있지 않다"

정말 내게도 이런 손녀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램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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