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영혼이 아프거든 알래스카로 가라
박준기 글.사진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1월
평점 :
품절


솔직히 이 책은 ‘영혼이 아프거든..’이라는 제목에 이끌려서 읽었다. 허지만 알래스카는 영혼아 아파야만 가고픈 곳이 아니다. 삶에 지쳐서 모든 것을 내려놓고 어딘가 훌쩍 떠나고 싶을 때, 그럴 때 누구든 가고 싶은 곳 중 하나가 눈 덮인 雪原일 것이다.

거기에다 알래스카라는 곳이 가고 싶다고 아무나 아무 때나 쉽게 갈 수 있는 곳이 아니기에 알래스카에 가면 무언가 신비한 것이 있을 것 같은 호기심이 나로 하여금 이 책을 읽게 했다.

원래 알래스카는 러시아 땅이었다. 그런데 1867년 당시 재정난에 빠진 帝政 러시아가 쓸모없는 凍土의 땅인 알래스카를 720만 달러에 미국에 팔아 미국령이 된 것이다. 당시 러시아는 잘 팔았다고 파티를 열었고, 미국의 국무장관 스워드는 아이스박스를 돈을 주고 사는 ‘바보짓거리’를 했다는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자리에서 물러났다고 한다.

그런 알래스카가 지금은 석유, 석탄 등 천연자원의 보고요, 군사적 요충지로 미국에 철저한 효자노릇을 하고 있다. 그래서 알래스카 남단의 항구도시는 ‘비보짓거리(?)’를 한 수워드 국무장관의 공적을 기리기 위해 그의 이름을 따서 스워드라 이름을 지었다니 세상일은 정말 모를 일이라고 할까?

알래스카 원주민은 우리가 익히 아는 에스키모이다. 그러나 에스키모는 날고기를 먹는 사람이라는 경멸의 뜻이 담겨있다고 한다. 그래서 요즘은 원주민들은 자신을 이누이트(Innuit)라고 한다.

하지만 북극권 원주민은 유틱(Yupik)인과 이누이트(Innuit)인으로 나뉜다. 따라서 알래스카 원주민을 이누이트로 지칭하는 것은 일부만 가리키는 것이므로 저자는 에스키모로 표기하겠다고 한다.

알래스카에는 북미대륙의 최고봉인 높이 6,194m의 매킨리 산이 있다. 저자는 이 산을 오리기 위해 일래스카로 향한다. 그런데 저자는 작가라기보다는 영화감독이요, 사진작가요, 산악인이라는 다채로운 경력의 소유자이다. 그래서 이 책에는 아름답고 신비한 알래스카의 모습을 담은 사진이 상당 분량 게재되어있어 눈길을 끈다.

아름다운 매킨리 산을 액자에 담아보았다. 매킨리 산은 우리나라와도 인연이 있는 산이다. 우리나라 최초로 에베레스트에 오른 고상돈 산악인이 묻힌 곳이기 때문이다.

매킨리 산은 히말라야의 8,000m급 高峯에 비하면 2,000여m나 낮지만 위험요소는 더 많아 희생되는 산악인 많다고 한다.

매킨리 산은 히말라야와 달리 베이스캠프까지 짐을 날라주는 포터가 없고, 등반대의 길을 안내하는 셰르파도 없다고 한다. 모든 짐은 등반대가 직접 날라야 한다고 한다. 그건 ‘카힐트나’라는 빙하를 건너야하는데 경비행기를 이용하여야 하기 때문이란다. 그런데 경비행기는 기상여건이 악화되면 뜰 수 없기에 출발점에서 그저 경비행기가 뜨기만 기다릴 수밖에 없단다.

산악인들은 원정을 떠나기 전 본능적으로 책상을 정리한다고 한다. 그건 어쩌면 이번 등정이 마지막일 수 있다는 생각에, 다시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그렇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원정에 나서는 건 그들은 죽고 싶어 발버둥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살아있음을 확인할 방법은 그것밖에 없다는 유전자를 타고난 사람들이기 때문이란다. 그렇다고 그들이 특별해서가 아니라 남들보다 조금 더 고독한 사람이라서 그렇단다.

그래서 최고의 리더는 정상 등정을 하고 오는 원정팀의 리더가 아니라, 동행한 대원의 머릿수를 그대로 유지하고 돌아오는 리더라고 한다.

세속에서는 산과 바다, 그리고 대자연을 상대로 ‘정복’운운 하지만 대자연을 많이 접해본 사람은 산에 대하여는 ‘등정’을, 바다에 대하여는 ‘횡단’이라고 한단다. 그건 산과 바다라는 대자연이 허락할 때만 오르고 건널 수 있다는 알고 있기 때문이란다.‘정복’이란 단어를 한낱 나약한 인간이 감히 대자연을 상대로 쓸 수 있는 말이 아니란 걸 알기 때문이란다.

매킨리 산 등정 외에 알래스카를 찾게 하는 건 위대한 레이스 아이디타로드(Iditarod)이다. 1925년 1월, 알래스카에서도 북서쪽 끝에 있는 놈(Nome)이라는 인구 1,500명가량의 작은 마을에 디프테리아가 창궐하여 어린이들이 죽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이들을 구할 혈청이 알래스카의 중심 도시인 앵커리지에 도착했지만 문제는 놈이 앵커리지에서 무려 1,800km나 떨어져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알래스카의 1월은 밤만 지속되는 기간으로 기온은 영하 47도, 체감온도 57도로 목숨을 담보로 하지 않는 한 운송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런 여건 하에서 스무 명의 개썰매꾼이 영하 47도의 혹독한 날씨 속에서 눈보라를 뚫고 알래스카의 설원을 이어달기 식으로 달려 혈청을 무사히 전달하였다고 한다. 평상시에 25일을 걸릴 것을 불과 5일 8시간 만에 주파하는 놀라운 기록으로 주파하여 어린이들의 목숨을 구한 사건이 있었다.

그래서 목숨을 아끼지 않은 스무 명 개썰매꾼들의 위대한 정신을 기리기 위하여 1967년부터 매년 앵커리지에서 놈까지 개썰매대회가 열리는데 이를 아이디타로드(Iditarod)라고 한다.

영하 47도 혹한을 1,800km를 달리는 선수와 개들을 보호하기 위하여 전 구간 중 하루를 휴식해야 하며 특히 총 27개 체크포인트에서는 비치된 먹이를 개들이 먹어야 계속할 수 있으며, 수의사가 무작위로 개들의 건강상태를 점검하여 상태가 나쁜 개들은 빼야한다고 한다. 거기에 출전한 개가 레이스 도중에 죽으면 책임을 선수에게 물어 탈락시킨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안타까운 점은 알래스카의 원주민인 에스키모에 대한 이야기이다. 원주민보호정책에 의하여 우대한다고는 하나 변화하는 사회에 적응시키는 대신 돈을 주므로 이들은 마약과 알코올로 병들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원래 북극대륙의 지배자였던 그들인데, 개썰매를 타고 알래스카 대륙을 휘젓던 그들인데, 이제는 백인들의 축제장이 된 아이디타로드(Iditarod)의 들러리 신세가 되어, 원래 이방인인 백인들로부터 거꾸로 이방인 취급을 받으며 어두운 미래를 안고 살아가는 모습에서 깊은 연민이 느껴진다는 것이다.

그런 어두운 면이 있기는 하나, 저자는 알래스카하면 짙푸른 순백색의 눈 위에서 펼쳐지는 생동감 넘치는 개썰매대회, 그리고 가슴을 설레게 하는 끝없는 설원은 영혼이 아프면, 영혼이 잠시 쉼을 하고 싶으면 찾고픈 곳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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