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넛지 - 똑똑한 선택을 이끄는 힘
리처드 H. 탈러 & 카스 R. 선스타인 지음, 안진환 옮김, 최정규 감수 / 리더스북 / 2009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제목이 재미있어 이 책을 구입했다.
넛지는 ‘팔꿈치로 슬쩍 찌르다. 주의를 환기시키다. 타인의 선택을 유도하는 부드러운 개입’이라는 뜻이란다.
쉬운 예를 들면, 컴퓨터에 저장된 자료를 삭제하고자 하면 반드시 화면에 “휴지통에 버리시겠습니까?” 라는 문구가 뜬다. 바로 이것이 ‘넛지’라는 것이다. 실수로 삭제되는 것을 막기 위해 슬쩍 주의를 환기시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슬쩍 옆구리를 찌르는 넛지란다.
책을 펴자마자 ‘넛지가 당신의 모든 행동을 결정한다.’는 제목이 호기심을 자극한다.
넛지가 무엇인지 이해를 돕기 위해 다음 사례를 소개한다.
학교구내식당에 대한 관리감독책임을 맡고 있는 영양사가 급식 메뉴에 변화를 주지 않고 단지 음식의 진열이나 배열만 바꾸는 것만으로 학생들의 음식 선택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 여부를 실험하는 내용이다.
학교마다 음식의 진열 및 배열 방식이 제각각이었는데, 음식진열대의 배열 방식에 지침을 내려 보냈더니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 단지 음식의 배열 순서를 바꾸는 것만으로도 특정 음식의 소비량이 무려 25%나 올라가거나 내려갔다는 것이다. 그건 슈퍼마켓 진열대에 진열방식에 따라 상품별 매출액이 달라지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상대방에게 드러내놓고 무엇을 하라거나 하지 말라 하지 않더라도 내가 의도하는 대로 상대방이 행동하게 하는 것이 넛지라는 것이다.
흔히 소비자가 왕이라 하지만 사실은 소비자는 생산자나 판매자의 의도에 따라 상품을 구입하고 소비한다는 것이다. 여러 가지를 비교해보고 자기가 필요해서 구입한다고 하지만 사실은 상대방이 만들어놓은 덧(?)에 따라 자기도 모르게 충동구매를 하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옆구리를 슬쩍 찌르는 식의 부드러운 방법으로 상대방을 내 뜻대로 할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의 핵심 내용으로 그런 사례를 무수히 나열하고 있으며, 각각의 구체적인 방법도 제시한다.
한 가지 예를 더 든다면 의사가 수술을 권유할 때 “이 수술을 받은 사람 100명 중 90명이 5년 후에도 살았습니다.” 라고 하는 것과 “이 수술을 받은 사람 100명 중 10명이 5년 내에 죽었습니다.”라고 하는 경우가 다르다는 것이다.
그래서 국가에서 중요 정책을 시행하기 전에 여론을 유리하게 유도하기 위해서 이용하기도 한단다. 또 요즘은 각종 선거를 앞두고 후보를 선정하기 위한 방법으로 여론조사를 이용하는데 이때에 질문방식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후보들의 지지도에 상당한 차이가 난다고 하니 여론조사의 정확도가 새삼 이슈로 떠오를 만하다.
그렇다고 이런 원리가 상대방을 나의 의도대로 행동하게끔 하는 데에만 사용되는 것은 아니라 한다. 실수를 방지하기 위한 방법에도 이러 원리가 적용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컴퓨터에서 문서를 작성하다가 수정이나 삭제를 할 경우 곧바로 수정하거나 삭제하는 것이 아니라 다시 한번 수정하겠느냐 또는 삭제하겠느냐고 묻는 것도 같은 원리라는 것이다. 그러면 혹시나 있을 실수를 방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그렇겠지만 누군가의 강압이나 지시를 받아 행동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그래서‘인류의 역사는 자유를 찾아서 투쟁하는 과정’이라고 하는 가보다. 예전엔 신체의 자유, 정치적 자유를 얻기 위해 투쟁하였다면 현대는 경제적 자유, 빈곤으로부터의 자유를 쟁취하고자 하는 것이 다르다고 할까?
무심코 지나쳤을 나의 생각과 행동이 사실은 누군가의 보이지 않는 힘에 의하여 결정된다는 생각을 하니 한편으로는 무섭기도 하고 앞으로 정신을 바짝 차려야겠구나 하게 한다.
또 이 책은 지칫하면 유혹에 빠져들 수 있는 잘못된 넛지가 무엇인지 그런 넛지에서 빠져들지 않는 방법도 소개하고 있어 한번쯤은 읽어볼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