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보완심 緩步緩心 - 느리지만 꾸준한 걸음으로 느리지만 따뜻한 마음으로
김경집 지음 / 나무수 / 2010년 7월
평점 :
품절


인생은 전반전이 있고 후반전이 있다고 한다. 전반전과 후반전을 구분하는 기준이 나이일 수도 있지만, 성공과 출세, 부의 축적에 관심을 가지는 때를 전반전이라 한다면, 삶의 궁극적인 의미가 무엇인지에 관심을 가지는 때를 후반전이라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이 책은 인생의 후반전에 들어선 사람들이 읽을 만한 책이라 할 수 있다.

대개 젊었을 때는 성공과 출세, 부의 축적에 관심이 있고, 노년에 들어서면 삶의 의미가 무엇인지에 관심을 가진다. 그건 삶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겠고, 또 살아본 결과 성공, 출세, 부가 인생이 추구할 근본적인 의미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나이는 젊지만 삶의 의미가 무엇인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그런데 엄격히 이야기하면 사실 삶의 의미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젊은 시절 추구했던 성공을 했거나 부의 축적을 얼마나 했느냐 하고는 관계가 없다 할 것이다.)

‘빨리빨리’가 미덕인 사회에서‘천천히’라고 이야기하기란 쉬운 게 아니다. 나 역시 인생이란 길을 가는데‘빨리빨리’가 결코 빠른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 것이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 좀 더 일찍 깨달았다면 피곤한 삶을 살지는 않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지금부터라도 그리 살려고 노력 중이다.

나는 이 책의 제목부터 마음에 들었다.『緩步 緩心』이라.

이 책은“느리지만 꾸준한 걸음으로(緩步), 느리지만 따뜻한 마음으로(緩心)”살라고 강하게 권유한다. 단순히 四字成語를 해설한 것이 아니라, 지은이가 삶에서 겪은 체험과 역사상 있었던 유명인들의 古事를 곁들인 것이 이 책을 한층 돋보이게 한다.

옛 사자성어에는 선조들의 번득이는 삶의 지혜가 담겨있다. 이 책에서 인용한 42개의 사자성어 중에서 특히 나의 마음을 끄는 것이 몇 개 있다. 본래의 뜻에 나의 느낌을 한줄 적어보았다. 


和而不同(남과 화목하게 지내지만 자기의 중심과 원칙을 잃지 않는다.)
남과 하나를 이루되 나의 특색, 즉 줏대는 유지하라는 뜻이려니...

柔能制剛(부드러운 것이 오히려 능히 굳센 것을 이긴다.)
정말 강하고 심으면 자신에게 강하라는 內剛外柔의 다른 면이려니...

無用之用(언뜻 보아 별 쓸모없는 것으로 생각되는 것이 도리어 크게 쓰인다.)
세상에 모든 것은 존재가치가 있으니 쓸데없는 자기비하는 하지 말라는 뜻이려니...

思始觀終(처음을 생각하며 끝을 바라본다.)
늘 초심은 잊지 않으면서 목표를 향해 가라는 뜻이려니...+  

 

인생은 먼 길을 가는 것과 같다고 한다.  

먼 길을 가야할 사람이 가져야할 것은 노자 돈도 건강도 아니요,
다음과 같은 마음가짐이리라. 그건....

멀리 가는 사람은 달리는 사람이 아니라 걷는 사람이다.
(멀리 가려면 뛰지 마라, 쉬엄쉬엄 걸어가거라. 그래야 멀리 목적지까지 갈 수 있단다. 빨리 가려는 조급한 마음을 버리라는... )

길을 아는 사람에게 묻지 말고 당신처럼 길을 찾는 사람에게 물어라.
(아는 사람에게 물어 쉽게 가려하지 말고, 친구와 고민하며 찾아가라는....)

소유하면 소유 당한다.
(무엇이든 소유하여야만 직성이 풀리던 시절을 떠올리며 내가 소유했다 했던 것이 사실은 그것에 내가 매이는 것이라는 것을...)

비록 타의에 의하긴 했지만 모든 것을 툴툴 털고 산골로 들어온 지 벌써 6년 째, 이젠 세상살이에서 슬쩍 비켜나서 지난 삶을 觀照할 나이가 되었다. 도시에 살면서 가끔 찾아오는 반가운 자식들에게 무언가 삶의 지혜를 들려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중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숨 가쁘게 달려온 세월이었다. 그런 지난 삶의 흔적이 내 맘과 몸 어딘가에 차곡차곡 쌓여 있을 것이다. 때로는 기쁨과 환희로, 때로는 좌절과 회한의 아픔으로...

무언가에 쫓기듯 사느냐고 돌아보지 못했던 나의 삶을 이 책을 통하여 정리할 수 있음이 첫째 소득이요, 뒤따라오는 자식들에게 이야기할 수 있음이 두 번째 소득이라 할 것이다.

大器免成(진정 큰 그릇은 완성됨이 없다.)
흔히 대기만성이라 하는데 지은이는 대기면성이라고 한다.  어느 정도 이루었다 게으름피지 말고 삶을 마치는 날까지  정진하라는 뜻이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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