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델라스 웨이 - 넬슨 만델라의 삶, 사랑, 용기에 대한 15개의 길
리처드 스텐절 지음, 박영록 옮김, 넬슨 만델라 서문 / 문학동네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나는 이 시대에 진정한 영웅이 있을 수 있을까? 있다면 그건 추종자들이 만드는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을 평소에 가지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답답한 현실을 보면 이런 세상을 변화시킬 영웅이 나타나길 바라는 것이 또한 나의 솔직한 마음이기도하다.

남아공에서는 불과 20년 전까지도 세계에서 가장 악명 높은 유색인종 차별정책을 쓰고 있었다. 도대체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그런 정책을 쓰고 있으며 국민의 90%가 흑인임에도 어떻게 그런 정책의 유지가 가능한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었다.

그런 남아공에도 세계의 여론과 시대의 흐름을 거스를 수 없어 1990년 대 중반 민주적인 선거를 통해 만델라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인종차별정책은 종말을 고하였다. 이로서 백인과 유색인종간 차별은 외형상 없어졌지만, 그렇다고 그동안 쌓인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었다.

만델라의 집권으로 오랜 동안 유색인종차별정책으로 인하여 생긴 문제를 차근차근 풀어가야 할 커다란 과제가 생긴 것이다. 나는 그 과정에서 억압받던 흑인들 분노가 표출되고 반면에 백인들은 기득권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과정에서 유혈충돌이 일어나지 않을까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남아공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평온을 유지했다.

또 유색인종차별정책을 폐지하는데 절대적 공로자인 만델라가 대통령이 되었으니 최소한 두 번 아니 종신 대통령을 하려고 하지 않을까 주의 깊게 지켜보았다. 그 당시 남아공의 분위기는 만델라가 마음만 먹으면 종신 대통령도 가능하였으며, 독립운동을 한 아프리카의 초대 대통령들은 대부분 종신대통령의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뜻밖에 만델라는 한번의 임기를 마치고 대통령의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때부터 나는 유혈충돌을 막아내고 흑백화합을 이루었으며, 더구나 장기집권의 유혹을 뿌리친 만델라를 존경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차에 이 책이 발간되어 만델라의 리더십에 대해 알고 싶어 읽게 되었다.

대부분 이런 類의 책은 주인공을 영웅으로 만든다. 심지어 우상화시키기도 한다. 결점은 하나도 없고 무조건 주인공 찬양일변도이다. 그런데 이 책은 만델라의 장점 뿐 아니라 결점도 이야기한다. 흑백통합을 이룬 영웅 만델라가 아니라 인간 만델라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목차를 통하여 만델라의 교훈이라는 15가지를 보고는 그건 누구나 이야기할 수 있는 평범한 것이라 생각했다. 신중하게 판단하고 행동하라. 핵심 원칙을 세워라. 다른 사람의 장점에 주목하라. 적을 파악하라. 라이벌을 가까이 하라 등등...

그러나 읽을수록 만델라를 미화시키기 보다는 인간 만델라로서 고뇌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때로는 실수한 것, 단점, 인간적인 불행한 과거, 그는 용감한 것이 아니라 용감한 척 했으며, 누구보다도 두려워했다고 한다. 읽을수록 만델라는 영웅이 아니라 친근한 이웃 할아버지로 느껴진다.

만델라가 흑백화합을 이룬 것은 흑인을 백인의 속박으로부터 해방시켜야겠다는 생각만 한 것이 아니라, 이제는 돌아갈 곳이 없는 백인들이 만델라의 집권 후에 자기들에게 닥칠 변화에 대하여 두려워하는 것을 흑인해방과 같은 차원에서 해결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백인들의 그런 공포심을 해소하기 위하여 그들이 좋아하는, 그러나 흑인들은 아주 싫어하는 럭비 월드컵대회를 유치한다. 그러면서 인종차별정책을 쓰는 남아공의 백인정부를 규제하는 국제사회에 더 이상 남아공을 고립시키지 말라고 호소한다.

흑백간의 전면적인 내전이 일어날 위기 때마다 이런 만델라의 리더십은 빛을 발했다.

특히 정치가로서, 인종차별정책에 저항한 인권운동가요, 혁명가로서 인생의 황금기인 44살에서 71살까지 27년간 감옥살이한 것은 만델라로서는 분통터질 일이지만 바로 27년 감옥살이가 성숙한 만델라를 만들었다고 한다.

만델라 역시 젊은 시절엔 누구보다도 성급하고 쉽게 화를 냈었고 인종차별정책을 폐지하고 정치범을 석방하기 전까지는 어떤 협상도 갖지 않겠다고 했었다. 만델라는 창설 때부터 비무장투쟁을 원칙으로 하는 아프리카민족회의(ANC)의 노선에 반대하여 ANC의 군대인 ‘민족의 창’창설을 주도하고 초대사령관이 되어 무장투쟁을 주도하기도 하였다. 결국 그는 이것 때문에 체포되어 종신형을 선고받는다.

그러던 그가 27년이란 긴 수감생활을 마치고 석방되었을 땐 화내는 법을 모르는 사람같이 되었고 모든 상황을 완벽하게 파악한 후에 결정을 하는 정반대의 사람이 되었다. 거기에 그가 그토록 증오하고 타협하기를 거부했던 백인정부와 비밀협상을 벌이기까지 한다.


이 책을 다 읽고 우리에겐 왜 이런 지도자가 없을까 한탄하다가 “역사가 인물을 만든다. 사람이 할 수 있는 건 기껏해야 그 순간에 대응하는 정도이다.”라는  만델라의 말이 떠올랐다.
나는 이 말을 남아공에서 만델라같은 위대한 지도자가 나온 것은 남아공 사회가 만델라같은 지도자가 나올 풍토가 조성되어 있기 때문이지 만델라 자기가 위대해서만이 아니라는 말로 해석한다. 결국 우리나라에서 만델라같은 위대한 지도자가 나오지 못하는 것은 우리나라엔 아직도 만델라 같은 지도자를 받아드릴 풍토가 조성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라는 생각이다.

위대한 지도자가 나오려면 먼저 위대한 지도자로서의 자질을 갖춘 사람이 있어야하겠지만, 그에 못지않게 그런 지도자를 받아들일 수 있는 국가적 사회적 풍토 조성이 있어야 하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마지막 페이지를 덮었다.

만델라의 교훈 15가지 모두 소중하지만 현재 우리나라 정치를 보면서 나의 가슴을 울리는 것은 9번째 “라이벌을 가까이 하라.”는 것이라고 마지막으로 말하고 싶다. 그는 정적들을 각료로 입각시킨다. 凡人들이 실천하기에는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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