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 않기 위해 쓴다 - 분노는 유쾌하게 글은 치밀하게
바버라 에런라이크 지음, 김희정 옮김 / 부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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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150만부 밀리언셀러 <노동의 배신>저자 신간"

"가디언 선정 '21세기 가장 뛰어난 책 100권 저자"

"2021펜 아메리카 펜 다이아몬스타인 스필보겔 수상작"

바버라 에런라이크라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책 <노동의 배신>. 부끄럽게도 아직 노동의 배신을 읽어 보진 못했지만 얼마나 유명한 책인지는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이런 사회 부조리에 관련한 책들을 읽으면 불편한 현실에 마주해야하기 때문에 마음이 좋지 않지만 현실을 직시하고 모두가 함께, 지금보다 더 좋은 환경과 세상으로 변화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기에 그 중요성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바버라 에런 라이크는요? ( 책날개 중에서 )

2001년 미국에서는 논라의 책 한권이 출간된다. 중견 여성 저널리스트가 3년간 식당 웨이트리스, 호텔 객실 청소부, 가정집 청소부, 요양원 보조원, 월마트 매장 직원 등으로 일하면서 직접 생계를 꾸려 나간 경험을 담은 책이었다. <노동의 배신>은 1996년에 제정된 미국의 복지개혁법이 현실성이 있는지, 즉 '최저 임금을 받아서 과연 먹고살 수 있는가?'라는 의문에 대한 실험이었다. 에런라이크는 비숙련 저 임금 노동자들은 '열심히 일할수록 가난해진다'는 사실을 몸으로 증명했고, 책은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이에 더해 현실에도 큰 영향을 주었다. 예일대학교를 비롯한 600여개 대학의 필독서가 되면서 '최저 임금 인상 운동'의 동력이 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2007년 7월 미국 연방 정부는 최저 임금을 인상하기에 이른다.

'지지 않기 위해 쓴다'는?

1장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

2장 몸과 마음을 통제할 수 있다는 착각

3장 지금 여기, 남성에 대하여

4장 여성들이 계속 써야 하는 이유

5장 신, 과학, 그리고 기쁨

6장 중산층 몰락 사회의 탄생

총 6장으로 이루어진 35년간 "행동하는 저널리스트"로서 활동하며 써온 37편의 칼럼을 모은 것이다.

"복지 개혁이 효력을 발휘하면서 생활 보조금에 의존해 온 한부모 가정 여성들이 매달 5만 명씩 발을 들여놓는 세상, 그곳을 탐험하는 중산층 저널리스트로서의 내 정체 말이다. 그러나 다행히도 내 두려움은 전혀 근거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빈곤과 고된 노동을 견뎌 내며 생활한 한 달 동안 내 이름을 알아보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을뿐더러 내 이름을 불러 주는 사람조차 거의 없었다. 우리 아버지가 광산을 떠나지 않고, 내가 대학 진학을 하지 않은 평행 우주에서 나는 ‘야’ ‘아가씨’ ‘거기 금발 머리’ 등으로 불렸고, 그중에서도 ‘야’라고 불리는 경우가 제일 많았다."p25

"직원들에게 휴식을 허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섯 시간에서 여덟시간 내내 소변을 볼 때를 제외하고는 계속 서 있어야 했다"p53

"리비 로스 재단Libby Ross Foundation에서 (컬럼비아 장로교 메디컬 센터 등을 통해) 유방암 환자들에게 나눠 준 선물 가방에는 에스티로더 보디 크림, 핫핑크 새틴 베개 커버, ‘화학요법 치료를 할 때 도움이 되는 명상 프로그램’이 담긴 오디오테이프, 박하사탕이 든 작은 통, 유리가 박힌 싸구려 팔찌 세 개, 분홍 줄무늬가 쳐진 ‘그림 일기장’ 그리고 (조금 충격적이게도) 크레용 한 상자가 들어 있었다. 리비 로스 재단의 창립자 중 한 명인 말라 윌너(Marla Willner)는 크레용을 “다양한 기분과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그림 일기장에 사용하라고 넣은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도 자기는 한 번도 크레용으로 일기를 써 보는 시도를 해 본 적이 없다고 인정했다. 어쩌면 아이처럼 의존적이 되는 상태로 퇴행하면 길고도 괴로운 치료를 견뎌 내는 데 더 적합한 마음 상태가 될 것이라는 논리일지도 모르겠다. 혹은 사회 일각에 팽배한 특정 젠더 이데올로기의 버전에 따라 여성성이 본질적으로 다 자란 성인의 개념과 배치된다는 개념, 성장이 멈춘 상태라는 개념에 기초한 것일 수도 있다. 전립선암 진단을 받은 남성이 미니카를 선물로 받는 일은 없지 않은가"p138

"미시간에 사는 전직 웨이트리스는 트위터에 이런 글을 썼다. "웨이트리스로 일할 때 날마다 성희롱을 견뎌야 했다. 고발할 인사과 같은 건 물론 없었다. 매니저와 소유주가 그런 짓을 제일 심하게 하는 당사자들이었으니까. 입 닥치고 조용히 당하거나 아니면 해고되는 것 둘 중 하나였다. 나는 일자리가 필요했다""p277

< '분노를 유쾌하게 글은 치밀하게' 지지 않기 위해 쓴다 >

빈곤과 불평등, 건강 열풍의 숨은 진실들, 페미니스트로서의 남성과 여성의 시대적 문제들, 과학자 출신답게 종교와 과학에 대해 면밀하게 문제를 제기하고 계층 양극화의 심화를 고찰하며 통찰을 이끌어낸다. "분노를 유쾌하게 글은 치밀하게 지지 않기 위해 쓴다"라는 제목이 딱 맞는 책이다.

사회 끝자락에서 쉽게 꺼내지 못할 이야기들은 단순 겉핥기의 취재로 썼던 글들이 아니다. 그 안에서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는 당사자가 되어 마주하는 현실들과 그 절박함까지 느낄 수 있는 것들도 볼 수 있다. 미국 내의 이야기이지만 충분히 우리도 겪었고 공감할 수 있는 글들이며, 저자의 이 노력이 오랜 시간 글을 통해.. 세상 밖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큰 영향력으로... 더 나은 우리의 삶이 되어 가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뼛속까지 진정한 행동하는 저널리스트 "비버라 에런라이크"의 지지 않기 위해 쓴다!!

*이혜미 한국일보 기자

"이 책은 오일을 반지레하게 먹인 원목 책상에 앉아 모니터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면서, 마치 모든 것을 다 안다는 듯 디지털 활자로 담론을 쥐락펴락하는 책상머리 엘리트를 향한 어퍼컷이다"

"우리가 바라보는 세상은 몇 퍼센트 정도의 현실인가. 소거된 목소리를 이대로 두어도 괜찮은가. 인식의 사각지대를 밝히기 위해 삶의 가장자리에서 누군가는 치열하게 쓰고 있다"

불펌금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제공 받아 쓴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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