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푸른 날들을 위한 시
천양희 외 지음 / 북카라반 / 2020년 3월
평점 :
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겨울이 지나고 봄이 왔다. 봄을 맞이하고 겨울 내 꾹꾹 담아 놨던 마음들을 해소해야 하는데, 나라안팎으로 뒤숭숭하고 외출이 점점 쉽지 않다. 꽃놀이도 가야하고 친구들도 만나고... 묵혀 있던 겨우내 마음들 을훌훌 털털 털어내고 싶다. 일상이 그리워지고 소중해지는 것은 비단 나뿐만일까? 이럴 때 가슴 따뜻해지고 한층 나아진 나를 만들기 위해 더 주위를 둘러본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여류시인 천양희, 신달자, 문정희, 강은교, 나희덕 5명"그녀의 푸른 날들을 위한 시" 시집을 발간했다. 따스하고 향기로운 봄의 향연들 맞이할 내 마음을 대변하는 듯한 푸른 바다와 큰 하얀 구름. 그것을 바라보는 여성의 뒷모습이 어우러지는 표지를 보는 것 만으로도 마음이 벌써 평안해지고 가벼워지는 느낌이 든다. 5명의 깊이있는 시를 빨리 읽어 보고 싶다.

신달자 <너의 이름을 부르면>

"이름을 부르면

이름을 부를수록

너는 멀리 있고

내 울음은 깊어만 간다"

이렇게 네가 필요할 때 너를 차지만.. 네가 없을 때.. 사무치는 마음에 사무치는 그리움과 슬픔을 담아 내기도 하지만, "같이 울기 위해 너를 사랑한 건 아니지만."으로 마음을 다독이기도하고 여운을 주며 바라보기도 한다.

문정희 시인의 <스무살> 스무살을 나이가 아니라 눈부심이며 커피에 적시어 먹는 마들렌처럼 부드럽고 달콤하다가 그만 사라진다고 말한다. 그리고... 자유보다 더 많은 상처를 증거처럼 남기고 얼떨결에 떠나버린다고 표현한다. 어느 누가 스무살 언저리에 있으면서 이런 말들을 알고 느낄 수 있을까? 이런 고귀한 보석을 거기 두고 온 것을 알고 남은 생애 동안두눈이 빠지도록 그리워하는 풀밭이라는 작가의 말처럼 불혹의 언저리에 있는 내가 스무살 언저리에 있는 나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다. 이래서 시를 읽는 것이다. 짧지만 과거의 나의 마음을 대변해주고, 현재의 마음을 대신해주고, 미래의 마음까지 대변해준다. 단지 그것을.. 몰랐을 뿐.. 시를 통해 알아가고 깨닫는 것이다.

나희덕 시인의 <이골방은> 추억의 흔적이 남기고간 방이며 끊어진 길이 하늘의 별자리로 만나 빛나고 있는 방이기도하다.

어릴 때 엄마가 읽으시던 시인들의 시를 내가 엄마되어 이 시인들의 시를 읽노라니...

엄마가 되어, 세상을 조금 더 살아온 여성이 되어, 누군가의 그녀가 되어 시를 바라보고 느끼고 마음을 담아낸다. 받아 들여지는 깊이도 달라진다. 행복하고 좋은시절도 있고 힘든 시절도 있다. 행복한 일들만 있으면 얼마나 기분 좋은 삶이겠지마는, 이런 역경을 성숙하게 바라보는 시각 또한 나를 발전하게 하는 일부분이기에 마음을 담아 읽어 본다.

                             

                

가슴 속에 꼭꼭 숨겨두고 꺼내지 못할 깊은 방을 만들어 놓고, 뜻밖의 일이 생길 때 폭탄터질듯 꺼내지지만 실제론.. 너무 묵혀둔 폭탄이기에 터지지 않고 폭탄의 의미를 상실하고 아무것도 아닌게 된다. 그게 인생이다.

삶의 총체를 짧은 시로 함축하여 표현한다는 것. 인생을 한 껏 성숙하고 승화시키는 것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이 5명 천양희, 신달자, 문정희, 강은교, 나희덕 시인들의 시가 아닐까 생각된다. 다양한 글씨체와 시와 함께 하는 삽화로 시를 읽으며 마음의 여유가 더 생기는 듯하다..

 

 

 

 

 

 

 

 

 

 

 

 

 

 

 

 

 

 

 

 

 

 

 

 

 

 

 

불펌금지, 상업적사용금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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