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자는 다음 번에는 꼭 고치길 바래요.
뒷표지에 이 책의 성격이 딱 나타나 있어서 찍었어요.
윌리엄 J. 베넷, 데이비드 와일졸
이순영 옮김
문예출판사
전반적으로 읽어볼 만한 책이다.
이 책의 저자인 윌리엄 J. 베넷은 미국 내 10위 안에 드는 라디오 프로그램 <빌 베넷의 모닝 인 아메리카>의 진행자이고, 국립인문학기금위원회 회장과 교육부장관, 국가마약통제정책국 최고 책임자를 지내기도 했다.
데이비드 와일졸은 <빌 베넷의 모닝 인 아메리카>의 협력 제작자이다.
인상깊은 구절:
144쪽: 이를 사도 바울은 빌립보서에서 이렇게 말했다. “무엇에든지 참되며, 무엇에든지 경건하며, 무엇에든지 옳으며, 무엇에든지 정결하며, 무엇에든지 사랑할 만하며, 무엇에든지 칭찬할 만하며, 무슨 덕이 있든지 무슨 기림이 있든지 이것들을 생각하라.” 고대에서 최근에 이르기까지 대학들은 바울의 말을 교육 철학의 토대로 삼았다.
146쪽: 그런가 하면 오늘날 학생들은 대학의 목표가 취업 준비라는 심각한 오해를 하고 있다.
146쪽: 대학의 목표는 뛰어난 법률가나 기술자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유능하고 교양 있는 인간을 만드는 것입니다.
147쪽: 핵심은, 취업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확신이 들지 않는다 해도 자신이 좋아하는 전공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당신이 무엇에 열정을 느끼는지 설명할 수 있다면, 고용주는 그 열정을 볼 것이다.
148쪽: 경제적 수익 측면에서 교육의 가치를 고려하는 것이 제임스, 사도 바울, 밀의 교육 정설에 위배될 수도 있지만, 이런 측면을 무시한 논쟁은 이 시대에는 무책임한 것이다.
148쪽: 우선, 대학생들은 제대로 된 학습 능력을 보여주지 못한다. 그들은 대학에서 교양과 취업 능력 둘 다 얻지 못한다. ... 그렇게 된 데는 대학에 다니는 학생들 대부분이 애초에 그곳에 있지 말았어야 했다는 이유도 있다.
152쪽: 1966년 하버드 학생들 중 22퍼센트가 A학점으로 졸업했다는 사실을 밝혔다. 1996년에 그 숫자는 46퍼센트가 되었고 2002년에는 50퍼센트가 되었으며, 열 명 중 여덟 명이 다양한 종류의 우등생으로 졸업했다.
152쪽: 요즘 학생들은 제대로 된 목표가 없고 예전에 비해 훨씬 적은 시간을 공부에 투자한다. ... 오늘날 대학생들은 강의실 안과 밖에서 공부하는 시간이 다 합해 일주일에 스물일곱 시간에 불과하다고 한다.
153쪽: 진지한 태도로 학문에 임하는 모습은 점점 사라지고, 요즘의 학생들은 사교 활동이든, 학생 자치회 활동이든, 스포츠든, 술이든, 비디오 게임이든, 아무튼 자유 시간에 더 많은 시간을 쓰고 있다.
166쪽: 중요한 것은 지원자가 무엇을 알고 있고, 무엇을 할 수 있으며, 무엇을 하려는 의지가 있는가다.
174쪽: 대학이 합당한 지적 탐구가 아닌 정치 활동을 앞세울 때 수많은 주주는 실패를 맛보게 된다. 국립대학이라면 엉뚱한 목표에 세금을 허비하는 것이다.
178쪽: 폭음을 하는 학생들은 성적이 낮고, 잠을 덜 자며, 다른 학생들에게 지장을 더 준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또한 남녀 공용 기숙사 학생들은 섹스 파트너가 더 많으며 포르노물도 더 자주 접한다고 한다. ... “남녀 공용 기숙사에 사는 것에는 다른 곳에는 없는 위험부담이 존재한다.”
180쪽: 오늘날 대학생들 다수가 역사와 문학, 수학, 과학보다 섹스, 음주, 파티를 더 잘 안다. 우리 대학생들은 낭비되고 있다. ... 대학의 임무를 학생들의 취업 준비로 보든 지성의 개발로 보든, 대부분의 대학은 맡은 바 임무를 제대로 완수하지 못하고 있다.
274쪽: ‘등록금이 없으면 빚내서 다녀라’식의 정부 정책은 부모와 학생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 이러한 와중에도 등록금은 꾸준히 오르고 있다. ... 2000년에 국공립대와 사립대의 최고 등록금이 각각 496만원, 655만원이었던 것에 비하면 사립대는 두 배 이상, 국공립대는 네 배 가까이 치솟은 것이다. ... 우리한테 선택은 두 개다. 무직이냐 아니면 직장인이냐.
함께 보면 좋은 책: 교육사유(함영기 지음, 바로세움)
우리나라 교육의 문제점이야 뭐 누구나 공감하면서도 개혁하지 못하는 현실이지만, 미국에서도 역시 그렇다는 사실에 공감했다. 그리고 대학의 본래 목적은 취업이 아니라는 점을 다시금 마음에 새겼으며, 지금 취업이냐 학문의 전당이냐 갈림길에서 취업 쪽으로 길을 정하고 대학이란 간판이 폭풍에 시달려 떨어지려 하는 대학의 위기를 본다.
그리고 대학도 이제는 손익을 따지고 입학해야 하는 시대구나 하는 생각에 씁쓸하다.
[비즈니스]라는 소설에 보면 아이 사교육 시키려고 엄마가 몸을 파는데, 이젠 대학 마치려고 대출받고, 대출금도 모자라 학생들이 매춘을 하고 엄마도 자녀들 사교육 시키느라 노래방 도우미, 매춘 등 못하는 일이 없는 것 같다. 서울에는 키스방도 있고, 각종 술집에는 다양한 대학의 대학생 아가씨들이 웃음을 팔고 몸을 팔고 있다.
정말 우리나라의 이 썩은 교육이 언제까지 이렇게 될까 싶어 마음이 무겁다.
프랑스처럼 대학은 국립으로 하고 정말 공부가 좋은 사람만 가고 입학보다 졸업이 어려우며 고등학교에서 직업 교육을 하고 바로 취직하는 사람들도 존중받고 살 수 있는 나라가 되면 좋겠다. 아직도 뼛속 깊이 박혀 있는 사, 농, 공, 상의 굴레를 벗어나 모두가 다양성을 인정받으며 행복하게 일하고 살 수 있는 나라가 되면 좋겠다.
사실, 고소득의 ‘사’자 들어가는 직업을 다들 선호하지만 그들이 살기 위해서는 그들이 타는 차를 만드는 사람, 나르는 사람, 고치는 사람, 그들이 마시는 차를 생각해 봐도 차를 만드는 사람, 나르는 사람, 파는 사람 등 수많은 종류의 직업인들이 필요한데 왜 다들 그렇게 몇 가지 직업에만 몰두해 있는지 안타깝다. 우리가 살아가기 위해서는 학교에서 청소하는 사람도 필요하고 가르치는 사람도 필요하고, 거리를 청소하는 사람도 필요하고 교통정리를 하는 사람도 필요하다. 모든 직업이 필요에 의해서 생겨났고 범죄 행위 말고는 모두 다 필요한 직업이다.
우리의 인식이 먼저 바뀌어야 세상이 변한다고 생각한다. 모든 직업이 다 필요하다. 그래야 모두가 살 수 있다. 모든 사람이 다 대통령이거나, 대학교수이거나, 변호사이거나 의사이거나 그런 세상에서는 살 수 없다. 다양한 직업의 사람들이 공존해야만 모두가 살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모든 사람들을 존중하며 살 때 세상이 행복해질 것이다. 그래야 교육도 변할 것이다. 그래야 대학도 제대로 자리를 잡을 것이다.
아,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 된다는데... 언제쯤 그런 세상이 될까.
지금 기득권을 쥐고 있는 사람들이 그것을 놓지 않기 때문에 그런 세상은 오지 않을 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우리가 모두 현명해진다면 그런 평등하고 행복한 세상이 올 것이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우리의 생각을 먼저 혁신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