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푸드의 제국
에릭 슐로서 지음, 김은령 옮김 / 에코리브르 / 2001년 8월
평점 :
절판


오늘날 누구나 한 번 쯤은 다 먹어 본적이 있는 패스트 푸드. 이러한 패스트 푸드의 어두운 측면을 극명하게 파헤친 책이 있으니 이 책의 제목은 바로 '패스트 푸드의 제국(원제 : Fast Food Nation: The Dark Side of the All-American Meal)'이다.
이 책의 저자 에릭 슐로서는 『월간 아틀란틱 Atlantic Monthly』기자이다. 그는 『월간 아틀란틱』에 쓴 마리화나에 관한 기사로 '내셔널 매거진 어워드(National Magazine Award)'를 수상하는 등 다수의 수상 경력을 갖고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패스트 푸드의 어두운 면들을 날카롭게 지적하고 비판하는데 어디 한번 저자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패스트 푸드의 대명사 맥도널드. 처음에 맥도날드는 남부 캘리포니아의 핫도그와 햄버거 판매대 몇 개에서 시작되었다. 그 후 2차 세계대전을 전후해 자동차 산업의 발전과 관련을 갖고 발전하게 되었고 드라이브 인 레스토랑의 주방에 공장 조립라인의 원리를 적용함으로써 레스토랑 산업에 혁명을 가져왔다. 리처드와 모리스 맥도널드 형제, 그들의 가게를 프랜차이즈 사업으로 확대한 맥도널드사의 실질적 창업주 레이 크록, 그밖에 고아,중퇴생 등 사회 저층민 출신 패스트푸드 창업자들의 성공으로 발전하게 된 맥도널드는 이제 전 세계적으로 2만 8000여개의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고 미국 노동자 여덟 명 중 한 명은 어떤 형태로든 맥도날드에서 일한 경험이 있을 만큼 없는 곳이 없다.
그렇다면 여기에서 타히티에 맥도널드가 등장하는 모습을 보자.
"미안합니다. 맥도날드는 들어올 수 없습니다."
1986년 타히티 관광청은 태고의 모습을 간직한 자국의 해변을 세계에 광고하면서 슬로건을 이렇게 내세웠다. 때묻지 않은 자연과 미국식 패스트푸드 문화를 대비시킨 것이었다. 하지만 그로부터 정확히 10년 후 맥도날드는 타히티 수도 파피테에 보란 듯이 체인점을 낸다. 패스트푸드는 자본주의 세계화의 극명한 상징이기도 한 것이다.
패스트 푸드는 우리의 입맛을 길들였고 이제 우리의 건강을 위협한다. 패스트푸드에 포함된 지방질과 고칼로리, 그리고 이들과 불가분의 소비관계를 가진 청량음료에 포함된 과다한 칼로리가 비만 등 상당한 문제점을 야기한다. 미국 성인의 절반 이상과 어린이의 4분의 1정도가 비만이나 과다 체중 상태에 있다. 1984년과 1993년 사이에 영국의 패스트푸드점은 거의 2배가 증가하였고, 성인의 비만율 역시 2배가 증가하였다. 반대로 패스트푸드에 비교적 적은 돈을 쓰는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비만은 별로 심각하지 않았다.
그는 이 책에서 건강상의 문제뿐만 아니라 패스트푸드 산업 이면에 가려진 사회·경제적 어두운 면들, 즉 비숙련의 외국인 노동자를 저임금으로 고용하고, 건강에 특히 주의해야 할 어린이들에게 장난감으로 현혹시키는 마케팅을 펼치며, 패스트푸드 산업이 거대화되면서 정치인들과 연줄을 확보하려는 등의 행위를 폭로한다.
맥도날드는 비록 완전독점은 아니지만 햄버거, 너겟, 프렌치프라이라는 최종생산품 시장에서 엄청난 시장점유율을 보유하였기 때문에 쇠고기시장, 닭고기시장, 감자시장 등 원료시장과 노동시장까지 포함한 투입요소 시장에 커다란 영향을 주고 있다. 특히 거대한 구매자의 존재로 인해 원료시장에서 전통적인 시장구조가 해체되고 과점구조가 심화되는 등 각종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다.
또한 아동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도 문제인데 이것의 문제점은 아동들의 분별력이 다소 떨어지는데도 불구하고 장난감을 이용해 현혹한다는 데에 있다. 1997년 미국 어린이들 사이에서는 티니 비니 베이비란 캐릭터가 유행이었다. 맥도널드사는 세 살에서 아홉 살 사이의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해피밀' 세트에 이 인형을 끼워줬다. 그 결과 주당 평균 판매량이 1천만 개였던 해피밀은 열흘 동안 1억 개가 팔렸다. 패스트푸드사와 장난감 회사가 연계해 '누이 좋고 매부 좋았던' 아동 마케팅의 대표적 사례다.
패스트 푸드 회사들의 정치공작도 문제인데 이를테면 70년대 패스트푸드사들은 닉슨 대통령에게 거액을 기부해가며 노동자의 안전과 식품 안전, 최저 임금 보장 등을 반대하는 로비에 열중했다. 또 패스트푸드사들 덕에 성장한 식품산업복합체들은 소규모 목축업자들의 자립기반을 잃게 했다.
패스트 푸드와 맥도널드, 그리고 또 다른 패스트 푸드 회사들은 이렇듯 우리에게 하나의 거대한 세력이 되어 압박을 가하고 있다. 그러나 그러한 압력을 우리는 느끼고 있는지.
주말이면 이 시대의 바쁜 아버지들은 그 동안의 미안함을 무마해 보려는 듯이 아이들을 데리고 패스트푸드점에 가서 보란 듯이 아이들에게 햄버거 세트를 사주고 아이들이 버거 세트와 함께 받은 장난감을 들고 좋아하는 모습은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우리가 이 책을 읽고 그 안에 들어있는 패티(햄버거 안에 들어가는 햄)가 무엇으로 만들어져 있는지 알게 된 후에도 과연 우리의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그것을 사 주고 좋아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저자는 말한다.
"여러분은 유리문을 열고, 에어컨에서 나오는 시원한 바람을 느끼며 안으로 걸어들어가 줄을 서서 주위를 둘러볼 것이다… 그 음식들이 어디서부터 왔고,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졌으며, 패스트푸드 음식을 하나 살 때마다 그 이면에는 어떤 일이 발생하는지, 또 이 음식이 만들어내는 길고 짧은 파급 효과는 무엇인지 생각해 보라. 그런 다음 주문을 하라. 아니면 돌아서서 매장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라."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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