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딘가로 끊임없이 전진하고 싶다. 그러나 그럴 수 없는 상황이 있다. 도전하는 사람들은 항상 아름다워 보인다. 미지로의 여행에 대한 대리만족으로 이 책을 선택했다. 처음에는 소설인 줄 알았으나 1996년 에베레스트 원정에서 일어난 실제 사건을 기록한 기록물이었다. 읽으면서 알았는데 최근에 개봉한 에베레스트라는 영화가 이 책을 원작으로 한 내용이다.

작가 자신의 직접 경험을 최대한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기록하려는 노력이 느껴졌다. 또한, 에베레스트의 등반 역사 및 기타 원정등반에 대한 세부 상황을 매우 자세히 묘사했다. 전에 읽었던라인홀트 매스너의 글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존은 당시의 상황 재구성을 위해 당시 등반에 참여했던 주요 사람들을 최대한 많이 인터뷰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자신이 사실이라 믿었던 진실들이 왜곡된 부분도 있다는 것을 알았다. 자신의 기억이란 100% 믿을만한 것이 못 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항상 자신의 의도대로 왜곡될 수 있음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예전부터 고산에서는 저산소증으로 인한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는 사실을 익히 알고 있었다. 1996년 당시 상황을 보며 역시 인간은 불안전한 존재이며 완벽한 계획이란 있을 수 없다는 것을, 그리고 자만심은 언제나 화를 부른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다. 산소가 지상의 1/3밖에 없는 곳에서는 오죽하겠는가.

정상 등정을 위한 설명서가 있다. 정해진 시간에 꼭 하산해야 한다는 것. 아무리 정상이 눈앞에 있더라도 시간이 되면 무조건 안전을 위하여 하산을 해야 한다. 그러나 인간의 밑 빠진 독 같은 욕망은 바로 눈앞의 목표를 두고 그들을 쉽게 돌아서게 하지 못한다. 그들을 돕는 가이드 또한 각자의 이해관계 때문에 고객들의 안전을 망각해 버렸다. 등반에 관련된 모든 사람의 이해관계가 얽히고설켜 문제는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커져 버려 더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달았다

이러한 대형 참사 후 일본 원정대가 정상등정을 시도하던 중 조난상황에 빠진 인도 원정대원을 만난다. 하지만 그들이 그냥 그들을 외면하고 지나치는 장면이 있다. 너무도 섬뜩한 장면이면서 한편으로는 이해가 간다. 부와 명예를 거머쥘 수 있는 목표를 눈앞에 두고, 자신들의 위험을 감수하면서 목표를 포기하고 조난자를 돕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 상황에 있어 보지 않고는 누구도 자신은 어떻게 하리라 단언할 수 없으리라.

조난자를 구조하려는 정의에 넘치는 눈물겨운 장면도 볼 수 있다. 그러한 상황이 닥친다면 나는 과연 어떠한 선택을 할까. 결국은 사람이 우선이 아닌가.

고산에서 벌어지는 인간들의 다양한 욕망의 내면을 보면서 과연 이러한 상황이 꼭 고산에서만 벌어지는가 싶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현실 또한 또 하나의 에베레스트인 것이다.

돈이면 뭐든지 할 수 있다는 물질만능주의, 무분별한 등반으로 인한 환경파괴, 셰르파족 사회의 급격한 변화로 인한 문제점들 등 앞으로 생각하고 해결해야 할 많은 질문을 이 책은 던져준다.

 

“사건이 일어난 뒤에는 지혜가 쉽게 우러나오는 법이다

 

 

외로우므로 사람이며 완벽하지 않기에 인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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