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고백한다 3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71
자우메 카브레 지음, 권가람 옮김 / 민음사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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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권은 5,642-59장으로 구성된다.

 

2권은 비알에 관한 기원부터 어떤 소유자들을 통해 결국 주인공 아드리아에게까지 전달되었는가가 주된 내용이었다. 극악무도한 행위를 저질렀던 자들은 결국 대가를 치렀다. 천국을 가기 위해 혹은 진실로 참회를 위해 고백했더라도 말이다. 하지만 여전히 악이란 시작 단계부터 제거하기 어렵다는 것이 밝혀진다.

 

3권에서 아드리아는 더없이 행복해 보인다. 자신이 평생 사랑했던 사라와 재회하여 결혼했고, 자신의 학문 연구는 영국의 저명한 철학자에 의해 인정을 받는다. 실제로 그에게 격려 메시지도 받고 심지어 런던에서 만나기도 한다. 이 어찌 기쁘지 않으리오. 하지만 작가는 아드리아가 좀 편하게 살도록 놔두질 않는다. 그의 시련과 고통이 아직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이런 그의 생각은 예술이란 불만족에서 탄생한다, 모든 것은 인간 영혼의 깊은 불만족으로부터 비롯된다.” 문장에서 드러난다. 그는 자신의 작품을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리기 위해 의도된 불만족을 선택했던 것일까. 아무튼, 아드리아는 일생일대의 시련을 겪는다.

 

시련의 불씨는 여전히 비알이란 바이올린이었다. 사라와 첫 만남의 매개체이기도 했지만 다시 한번 비알로 인해 사라는 떠나버렸다. 두 번째 헤어짐. 사라가 다시 돌아오기 위해서는 비알의 원래 주인을 찾아 돌려줘야만 한다. 하지만, 아버지부터 그토록 소중히 여기던 물건을 쉽게 그것도 누구인지도 알 수 없는 주인에게 돌려줄 수 있을까.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다시 불러들이기 위해 아드리아는 바이올린의 전 주인을 찾아 나서야만 한다.

 

과거 자신의 가게에서 일했던 베렝게라는 인물을 찾아가 원래 주인에 관한 이야기를 듣는다. 그러는 와중 직장 동료와 만나 사랑을 나누기도 한다. 그녀를 통해 잠시나마 사라를 잊을 수 있었다. 이것은 아드리아 평생의 한이 되는데 다른 여자와 열렬한 사랑을 나누고 있을 때 사라가 돌이킬 수 없는 사고를 당했기 때문이다. 이제 아드리아의 인생은 최저점을 향해 달려간다.

 

바이올린 주인이란 자가 나타나 소유권을 주장해 가보를 넘겨줘야 하는 위급한 상황이 되어버렸고, 사라도 이제 더는 세상에 없다. 제발 여기서 아드리아의 고난과 시련을 끝냈으면 좋으련만 그의 머리에 유통기한까지 설정해 버린다. 바로 알츠하이머. 이제 주인공은 시간이 지날수록 나이가 어려지면서 결국 아무것도 생각하지 못하는 단계까지 이르게 될 것이다. 아드리아는 충격을 받고 자신의 인생을 돌아본다. 이때 소설의 첫 문장인 어젯밤 발카르카의 비 내리는 거리를 걸으며 비로소 나는 내 가족 중 한 사람으로 태어난 것이 결코 용서할 수 없는 실수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라고 생각한다. 또한, 지긋지긋한 우연이 이 모든 비극의 시초였다고 시인한다. “인류의 문화사에 대해 고찰하고 연주되기를 거부하는 악기를 잘 연주해 보려 노력하며 인생을 살아온 뒤 내린 결론은 우리, 우리 모두는, 우리 전부는, 우리 모두의 감정운 여어엇 같은 우연일 뿐이라는 거야. 행동과 사건을 엮는 사실들, 우리가 만나는 사람, 우연히 마주치는 사람, 서로 지나치는 사람, 무시하는 사람이 모두 우연의 결과일 뿐이야. 우연은 모든 것을 지배해, 아니면 그 무엇도 우연이 아니라 이미 계획된 것일 수도 있지

 

이제 아드리아는 대체 자신을 그토록 힘들게 했던 악에 대한 고찰을 시작하고 기록으로 남긴다. 그리고 원고 뒷면에는 자신은 죽더라도 사라는 영원히 기록에서라도 살아가게 하려고 또 다른 기록을 적어간다. 그 기록은 아드리아의 절친인 베르나트를 통해 독자가 지금 보는 작품이 될 것이다.

 

이제는 제발 아드리아가 남은 인생이라도 편히 살아가길.. 이렇게 바라보지만 작가는 이 정도도 부족했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의 절친인 베르나트와 관련된 사건이 바로 그것인데 그것은 직접 읽어보시라.

 

지금껏 3권에 걸쳐 아드리아가 남긴 기록을 살펴봤다. 아드리아가 기록을 남긴 이유는 분명하다. “지금 나는 아주 급하게 이 야기를 쓰고 있지. 내가 더 이상 이곳에 있지 않더라도 당신의 기억이 영원하길 바라면서 말이야. 모든 것이 허구야. 당신도 알다시피. 하지만 모든 것이 아무도 부정할 수 없는 대단하고 심오한 진실이기도 하지. 그것이 바로 당신과 나야. 이것이 바로 내 삶의 빛인 당신과 함께한 나의 모습이기도 해바로 이야기 속에서라도 연인을 살아가게 하려는 눈물겨운 분투다. 현재 그가 남긴 기록은 진실할까. 잘 모르겠다. “현재는 이미 다르다. 현재는 이미 내일과 같다.” 라는 문장을 잘 생각해볼 일이다.

 

마지막으로 그가 작품 전체에 발견하는 악을 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 악의 근본을 제거할 수는 없고 항상 벌어진 후에나 대응하는 사후약방문 같은 사태를 말이다. 작품에는 종교재판장, 프랑코, 히틀러, 포로수용소장, 생체실험 의사 등 악의 화신이 등장하지만, 그중에서 보덴 박사만큼은 자신의 죄를 참회하고자 노력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가 남긴 말이 해답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타인을 해한 어떤 한 사람에게 내재하는 악은 언제나 바로잡을 수 있습니다. 다만 바로잡기 위해 나서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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