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어의 마지막 한숨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22
살만 루슈디 지음, 김진준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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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의 베넹헬리. 그라나다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 그곳 성에서 빠져나온 주인공 무어는 쫓기고 있다. 그는 그동안 자신이 살아왔던 집안 이야기를 상세히 기록했고 이제 그 내용이 세상에 밝혀지길 바란다. 그 때문에 지나는 길의 대문마다 원고를 하나하나 못질한다. 그 원고를 따라가다 보면 이제 이 남자가 왜 쫓기고 있으며 그의 운명이 어떻게 결정 날 것인지 알게 될 것이다.

 

이야기는 그의 어머니 아우로라 다 가마를 소개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되는데 서사를 따라가다 보면 그녀의 아버지 카몽시, 어머니 이사벨라, 그리고 조부 프란체스코, 조모 이피파니아가 활동하던 20세기 초까지 올라간다. 이렇게 무어까지 장장 4대의 이야기가 씨줄과 날줄이 되어 파란만장한 인도의 역사와 맞물려 하나의 큰 태피스트리로 직조된다.

 

무어의 조상은 외종조부부터 서로 전혀 성격과 배경이 다른 가문이 결합한다. 15세기 유럽의 대항해 시대 최초로 인도항로를 개척했던 포르투갈의 바스쿠 다가마의 방계 후손이 인도에 정착했고 그의 후손 프란시스코는 인도의 몰락한 유서 깊은 메네제스 가문의 이피파니아를 아내로 맞으면서 피를 섞는다.

 

이후 그들의 아들 카몽시는 고아 이사벨라를 만나 결혼한다. 그들 부부의 외동딸인 무어의 어머니가 되는 아우로라는 유대인 출신 가문인 조고이비와 결혼하면서 다시 한번 피가 섞인다. 조고이비 가문은 과거 15세기 말 스페인 기독교 세력의 국토회복운동 당시 마지막까지 저항했던 이슬람 나스르 왕조의 보압딜 왕의 후손으로 밝혀진다. 이렇게 다양한 피가 섞이면서 저마다의 종교, 정치성향도 함께 갈등과 충돌을 일으키며 수많은 이야기가 만들어진다. 결론적으로 이 가문의 마지막 생존자이자 이 소설의 화자인 무어의 핏속에는 유럽, 인도, 이슬람, 유대인의 피가 혼합되어 흐르고 있다. 그렇게 특이한 배경을 가졌기 때문인지 그는 특이한 운명을 타고 태어났는데 남들보다 시간이 두 배로 빨리 간다. 그만큼 빠르게 죽음의 문턱에 가까워졌고 남들보다 두 배는 빠르게 인생의 희로애락을 통해 진실을 깨닫는다.

 

무어의 집안은 자신의 아버지 아브라함 때부터 인도 제일가는 부자로 성장하게 되는데 그럴수록 집안의 갈등은 커지고 분위기는 더욱 암울해진다. 그의 집안은 대대로 여성들의 힘이 강했는데 이제 아우로라의 힘도 약해져 가며 집안이 기울기 시작한다. 아브라함은 겉모습과는 달리 온갖 비위를 통해 부를 축적하고 불륜을 저지르고 있었고, 아우로라 또한 집안일은 내팽개치고 오직 예술과 그와 관련된 일을 하면서 현실을 외면한다. 그 과정에서 그녀 또한 수많은 불륜을 저지른다. 무어는 이런 내용을 알고 있었고 이것이 진실이라 생각하며 철저하게 그리고 착실하게 내용을 기록한다..

 

하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이 과연 진실일까. 우리는 잘은 모르면서 막연히 들었던 것들을 검증도 없이 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런지…무어는 소설 속에 나오는 다양한 인물을 만나면서 이야기를 듣지만 결국 어느 것도 진실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결국 진실은 그것을 본인이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달려있다. 그것을 믿는 믿지 않던 본인의 선택인 것이다. 무어는 자신의 뿌리가 시작되었던 이베리아반도에서 그런 깨달음을 가지고 운명을 맞이할 것이다.

 

이 소설은 작가 살만 루슈디가 시아파 이슬람으로부터 파트와라는 실질적인 사형 선고를 받아 이들을 피해 도피하는 기간 썼다. 이슬람의 신성을 모독했다는 죄였다. 그는 무신교로 과연 눈에는 보이지 않는 신, 그리고 이름뿐인 종교가 인간의 삶을 좌지우지하는 부분에 대해 많은 의문점을 갖고 있었다. 나와는 다른 것들에 대해 소신 있는 발언을 했다고 해서 억압받는 사회에 대한 뼈아픈 일갈을 가하는 것이다.

 

인상 깊었던 부분은 평생 진실로 알아 왔던 것이 결국 거짓으로 판명 날 수도 있듯 진실이란 늘 숨겨져 있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는 것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루슈디는 도피 기간에 지금 종교에 경도되어 타인에게 행하는 억압이 과연 정당한가에 대한 성찰을 가장 파급력이 높은 이야기라는 매체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그는 진실을 찾기 위해 고난의 길을 선택했고 그곳에서 진실을 봤다. 인간은 절망 끝에 깨달음이 온다고 했던가. 그는 그동안 펼쳐진 암울했던 사건의 전말을 파했쳤고 진실을 발견했다. 거기서 끝나지 않고 모든 종교의 선지자들처럼 그 내용을 혼자만 알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세상에 이것을 다시 알려주고자 한다. 그리고 그가 선택한 곳은 그의 뿌리가 시작되었던 이베리아반도.

 

그리고 마지막 한숨을 쉬면서 500년 전 회한의 한숨과 눈물을 흘리며 쫓겨났던 그 역사적 장소인 알람브라 궁전이 보이는 곳에서 이야기는 끝난다. 하지만 스티븐 킹이 말했듯 중요한 것은 이야기다. 남보다 두 배 빠른 속도로 살아야 했기에 빨리 깨닫지만 그만큼 빨리 죽음에 이를 운명이던 그는 먼지로 화하겠지만 그의 이야기는 계속될 것이다.

 

이 책의 주제는 무엇일까. 결국 진실이란 불변하지 않으며 가변적이고 우리의 기억은 왜곡될 수 있으니 늘 매사에 신중해야 한다가 아닐는지.

또한, 그러한 인간의 불완전성에서 벗어나기 위해 우리는 자주 섞여야 하며 그럴때야 비로서 스스로 성찰할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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