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여자가 바뀌면 좋겠어! - 인정하고 존중하는 성평등 이야기 처음부터 제대로 17
김선영 지음, 이은지 그림 / 키위북스(어린이)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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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달라졌다지만, 어떤 의미에서 세상은 하나도 변하지 않았습니다. 아이는 여전히 '여자색', '남자색'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놀이를 여자와 남자로 구분하기도 하니까요. '성인지 감수성'은 아이를 낳고 기르는 사이 가장 많이 신경 썼던 부분인데, 엄마가 아무리 신경 쓴다 할지라도 아이가 색깔을 여자와 남자로 구분하려 드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어요. 그게 본능이 아니라, 사회적 환경 때문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더더욱 슬펐습니다. (미디어와 어린이집에서 배운 거겠죠ㅠ) ... 여전히 자연스러운 '가부장제' 이데올로기 속에서 저는 자꾸만 불편함을 느낍니다. 저는 아이도 그랬으면 좋겠어요. 아이를 당장 가부장제 속에서 꺼내 오겠다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당연하지 않다'는걸 알았으면 좋겠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이 책 <남자 여자가 바뀌면 좋겠어!>는 여러 가지 이야깃거리가 많았던 책이었습니다.


이 책의 주인공 장군이와 공주는 쌍둥이 남매예요. 아이들 이름을 장군이와 공주로 지었다니- 책을 열자마자 '뜨악'했지만, 이야기를 극대화해 전하기 위한 장치였다고 생각해 봅니다. 어쨌든 이 친구들은 부모님의 기대와 달리 인형을 좋아하는 장군으로, 로봇을 좋아하는 공주로 자랍니다. '그게 뭐 어때서'싶은데, 장군이와 공주는 꽤나 따가운 시선을 많이 받아요. 그러던 어느 날, 세상이 바뀝니다. 아이들의 소원대로 남자-여자의 성역할이 완전히 뒤바뀌는 거예요. 그게 심지어 '법'으로 정해졌다나요. 명절에 외가에 먼저 가는 건 물론이고, 할아버지와 아빠가 제사 음식을 준비해요. 엄마는 소파에 누워서 텔레비전을 종일 봤고요. (심지어 아빠가 임신까지 하더라고요=_=...)


물론 책의 마지막 장면에는 모두가 기대하는 그 문장, "여자, 남자 따지기 전에 나는 나, 우린 우리라고!"가 나오지만- 어쩐지 거기까지 가는 과정에 물음표가 생기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남자-여자의 생물학적 차이와 사회학적 차별은 다르기 때문이지요. 차이를 인정하고, 차별을 없애는 과정 안에서 이런 극단적인 이벤트는 과연 얼마나 도움이 될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위에서 얘기한 명절 장면이 그랬어요. 페미니즘이 지향하는 바는 '우리가 이제까지 당해온 것을 너도 한번 당해봐라'가 아닙니다. '함께' '잘' 살아보자가 핵심이에요. 나도 살리고, 너도 살리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페미니즘입니다. 누가 누구를 더 힘들게 하고, 복수하고, 혐오하는 방식이 아니라요.


동시에- 이렇게 극단적인 방식으로 이야기되지 않으면 안 될 만큼 우리 사회의 가부장제가 뿌리 깊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 책을 일종의 충격요법이라고 생각하면 그렇죠. 일곱 살 채니는 이 책을 읽으며 내내 심드렁했습니다. 본인은 핑크가 좋고, 인형이 좋으니까 공주가 로봇과 태권도를 좋아하는 게 이상하게 보였던가 봐요. 그걸 보면서 저도 한 번 더 생각합니다. 핑크와 치마, 인형을 좋아하는 아이의 취향도 존중해 주자고요. 그걸 꼭 사회화된 여성성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아이 개인의 취향으로 받아들이자고요. 그러면 언젠가 아이가 로봇과 태권도를 좋아하게 되었을 때, 이상하다거나 아이가 변했다고 생각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인정할 수 있을 거예요. 그렇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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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가 묻고 화학이 답하다 - 시간과 경계를 넘나드는 종횡무진 화학 잡담 묻고 답하다 4
장홍제 지음 / 지상의책(갈매나무)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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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책날개에서 ‘과학과 실험 속에 낭만이 살아 숨쉬고 있다고 믿는 화학자이자 잡지식 수집가’라고 스스로를 소개했다. 좋아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이야기하고, 계속해서 탐구하지만 여전히 그 끝이 보이지 않아 아름답다고 이야기하는 그의 소갯말에 매료되었다.



게다가 세상 모든 것은 물질과 화학으로 이루어졌나니- 화학에 곱해진 역사 이야기에서 어떤 흥미로운 지점들을 길어 올릴 수 있을거라는 기대감이 보글보글 올라왔다. 실로 이 책의 목차는 상당히 흥미롭다. 정확한 레시피가 전해져오지 않는 #사약 안에 어떤 재료가 들어갔던지 상상해보는 일, 음악을 화학으로 다시 해석해볼 수 있는지 그 가능성을 타진해보는 일, #연금술 과 물감에 얽힌 이야기들까지🔬



하지만 읽기는 쉽지 않았다. 계속해서 등장하는 원소기호는 마지막 페이지에 이르러서도 여전히 낯설었고, 읽고 이해한 내용에 대해 스스로 ‘그런가? 아닌가? 제대로 이해한건가?’하는 물음표를 붙여야했다. 기회가 닿는다면 저자의 강연을 들어보고 싶다(아무래도 말로 들으면 훨씬 이해가 쉽겠지!). 수많은 물음표들 사이에 뭔가 하나 느낌표가 남았다면, 그것은 화학이 세상의 근원에 대한 철학적 질문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것.



과학도에게 이 책을 읽히고 감상을 들어보고 싶다. 뼛속까지 인문계인 나는 '거울 나라의 앨리스'를 읽어야겠다, 는 생각밖에 안들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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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루야 내 동생이 되어 줄래? - 처음 키우는 반려동물 처음부터 제대로 16
김경희 지음, 김선진 그림 / 키위북스(어린이)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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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우리도 강아지 키우자, 응?"


아이는 자주 강아지나 고양이를 키우자고 말합니다. 지나가다 귀여운 강아지를 만났을 때, 강아지를 키우는 할머니 댁에 다녀왔을 때, 엄마 아빠가 조금 바빠 혼자 놀아야 했던 휴일- 강아지가 있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하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하지만 강아지나 고양이를 키울 여건이 못됩니다. 반려동물이 집에 있다면, 아마 그 아이가 하루 종일 혼자 집에서 지내야 할 거예요. 산책을 자주 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요. 그래서 아이를 앉혀두고 한참을 설명합니다. 강아지나 고양이가 예쁜 네 마음은 알겠지만, 동물 친구들이 우리 집에 와서 행복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요. 그랬더니 자기가 잘 돌볼 수 있다며 이 책을 불쑥 내미네요.


이 책 <루루야 내 동생이 되어 줄래?>는 반려동물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주인공 빈이도 우리 아이처럼 외동딸이에요. 친구들이 동생과 놀아야 한다고 할 때, 혼자 집에서 부모님을 기다릴 때- 반려동물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가 봐요. 빈이의 부모님은 (저랑 다르게) 강아지를 데리고 오기로 결정합니다. 빈이는 당연히 무척 신났겠지요 :)


하지만 강아지 루루를 키우는 일이 만만치만은 않습니다. 강아지를 산책시키고, 씻기고, 먹이고, 놀아주는 일이 만만치 않아요. "루루 키우니까 좋겠다!" 하는 친구들의 탄성 섞인 부러움도 금세 시들해졌어요. "강아지 목욕 좀 시켜라! 더러운 냄새나!" 하는 남자아이의 말은 빈이를 향한 질타처럼 느껴지기도 했고요. 급기야 빈이는 강아지가 귀찮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루루를 잃어버리는 경험을 하고서야 빈이는 루루가 자기에게 어떤 존재였던지를 깨달아요. 아마 그렇게 빈이는 한 뼘쯤 더 성장한 거겠죠?



반려동물은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동물이에요. 애완동물이라는 말을 쓰지 않고, 반려동물이라는 말을 쓰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우리에게 강아지와 고양이는 애완동물에 다름 아닌 경우들이 많은 것 같아요. 함께 사는 존재가 아닌, 즐거움과 기쁨을 주기 위한 존재로 말이죠. 그렇게 귀엽기만 하던 애완동물은 그 귀여움이 다하면 버려지기 일쑤였어요. 동물은 우리와 다르다는 인식 때문이었겠죠. 하지만 (당연하게도) 그렇지 않습니다. 동물 역시 소중한 생명이고, 반려동물을 입양한다는 건 한 생명을 끝까지 책임져야 함을 의미해요. 강아지나 고양이뿐만 아니라 햄스터나 열대어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사이 우리 집엔 어항이 생겼어요. 고양이나 강아지 대신 열대어를 키워보기로 했습니다. 아이는 매일 열대어 밥을 챙겨주고, 다섯 마리의 열대어에게 이름을 붙여 차근차근 이름을 불러줘요. 강아지나 고양이처럼 아이와 뛰어놀지는 못하지만 언제나 아이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소중한 반려동물입니다. 말을 하지 못한다고, 같이 놀아줄 수 없다고 아이가 투덜댈 즘에 다시 이 책을 같이 읽어보려고요. 늘 같은 자리에서 네 이야기를 들어주는 반려동물에게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다시 이야기해 보기 좋을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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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와 나는 일촌이래요 - 처음 배우는 촌수와 호칭 이야기 처음부터 제대로 1
한별이 지음, 김창희 그림 / 키위북스(어린이)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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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5월, 어린이날+어버이날 행사가 있기도 했지만- 양가 사촌동생들의 결혼식이 있던 달이기도 했어요. 아이에게는 낯선 얼굴들인데, 엄마 아빠가 너무 반갑게 인사하고, 처음 보는 어른들이 '니가 채니구나, 많이 컸네'하고 예뻐해 주시니 아이는 쑥스러워하다가도 으쓱해합니다. "엄마, 왜 이렇게 다들 나를 좋아해? 내 인기가 이렇게까지는 아니었는데" 하는 아이의 말에 다들 한바탕 웃기도 했답니다. ... 결혼식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아이에게 낮에 만났던 이모 삼촌들이 누구였는지 차근히 설명해 주었습니다. 엄마와 아빠에게도 이모와 고모가 있고, 그들의 아들 딸들이 결혼하게 된 거라고요. 아이는 잠시 갸우뚱,했지만 본인의 사촌 언니, 오빠를 떠올리며 '아~'합니다. (어릴 때는 6촌이라고 하면 굉장히 멀게 느껴졌는데, 아이를 낳고 나서 6촌을 생각해 보니 그다지 멀지 않더라고요. 하핫)


집으로 돌아와 함께 읽은 이 책은 가족관계에 대해 설명해 주고 있어 좋았습니다. 부제가 '처음 배우는 촌수와 호칭 이야기'인데요. 할아버지의 회갑연을 맞아 보스턴에서 한국으로 잠시 다니러 온 안토니가 사촌, 오촌, 육촌들을 만나게 되는 이야기예요. 그렇지 않아도 핵가족 중심인 현대사회에서 가족의 확장은 아이에게 낯선 개념일 수 있는데, 외국에서 태어난 안토니의 경우라면 더욱 그럴 테죠. 놀이 중에 사촌 형이 '우리 토니'라고 이야기하는 것을 듣고 약간 이상한 기분을 느꼈다는 안토니가 충분히 이해됩니다. 그 안에는 이상한 기분 좋음과 따뜻함도 녹아있을 거예요.



아이들은 그렇게 엄마, 아빠보다 더 큰 개념의 가족을 경험하게 됩니다. 그 가운데 당숙, 당고모라는 호칭이나 촌수, 항렬의 개념도 등장해요. 이 책의 제목 역시 <할아버지와 나는 일촌이래요>로 촌수 개념을 설명하고 있는데요. 할아버지와 나는 2촌일 거라고 생각했던 저는 책에 수록된 촌수 이야기를 읽으며 나와 부모와의 관계가 1촌이듯, 할아버지와의 관계도 1촌이라는 것을 배웠습니다. 많이 흐릿해지기는 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촌수에 따라 지켜야 할 예절이 있으므로 촌수를 아는 것은 중요하죠. 항렬이나 족보도 그렇고요.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가장 중요한 건-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묶인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따뜻한 어떤 마음일 거예요. 코끝이 찡해지고, 괜히 마음이 뭉클해지는 건 가족이기 때문일 테니까요. (이렇게 또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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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레는 오브제 - 사물의 이면에는 저마다의 사연과 궁리가 있다
이재경 지음 / 갈매나무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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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랜 친구들과의 모임에서 생일을 맞아 용돈을 보내왔다. 덧붙여 따라붙은 말은 "평소에 살까 말까 했던 거, 아니 그러니까 사치품 사, 사치품!"이었다. 사치품을 사기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라, 이걸로 뭘 어떻게? 했더니 아니, 거기에 니 돈 보태서ㅎㅎㅎ라는 농담이 돌아왔다. (특히, '책'은 사지 말라고 강조하면서!)(ㅎㅎㅎㅎ) 뭘 사지, 뭘 사면 좋을까!하고 한참을 고민했다. (아직 아무것도 못 샀다. 아마도 책을 사게 될 것 같다. 평소에는 덥석 집어 들지 않았던 화집을, 아마도)

2. 이 책 <설레는 오브제>를 읽으면서 그날 아침의 고민이 떠올랐던 것은, 이 책이 전하는 '설레는 오브제'가 랑그와 빠롤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소쉬르의 개념인 랑그와 빠롤은 언어의 두 가지 특징을 설명한다. 랑그langue는 언어의 보편적이고 고정적인 구조이고, 빠롤parole은 언어의 개별적, 구체적 발화다. 언어는 랑그와 빠롤을 모두 품은 채 언어권과 문화권을 넘으며 모양과 뜻을 변주한다. 설령 모양과 뜻이 유지된다 해도 거기 따르는 심상은 어느 정도 달라지기 마련이다. 응접실을 상징하던 팔러 체어가 우리에게 빈티지나 앤티크와 동의어인 것처럼. 그렇게 사물은 문화적 맥락과 만나 새로운 빠롤을 생성해낸다. 사물에 붙은 이름과 그것이 일으키는 심상은 역시 맥락들과 무관하지 않다. 그러니 우리가 읽는 텍스트는 거기 등장하는 사물들 뒤의 사연들까지 모두 합쳐서 완성되는 것일지 모른다. (하지만 그게 어떻게 가능한가, 도리도리, 불가능의 세계다)

3. 번역 노동의 많은 부분이 '검색'이라는 저자의 말은 흥미로웠다. 저자는 랑그와 빠롤의 세계 사이에서, 보다 정확한 언어를 구사하기 위해 숱한 검색을 했더랬다. 이 책 <설레는 오브제>는 그 과정에서 길어올린 일종의 부산물이다. 해서 책에 소개된 설레는 오브제들이란 해외 문학에 자주 등장할 법한 것들이 많다. 팔러 체어가 그랬고, 뱅커스 램프, 목수연필, 페이퍼백, 갈색 봉지, 꿀뜨개, 트래블러 태그, 텀블러, 깅엄체크, 나팔 축음기, 사주 침대, 차 통, 컴퍼스로 드 등등이 모두 그렇다. 이런 책들의 특징은 꼭 처음부터 끝까지 순서대로 읽지 않아도 좋다는 점. 목차를 훑어보고 끌리는 것부터 읽기 시작했는데, 짧은 글 안에 담긴 지식이 흥미롭고 저자의 시선도 재미있어 결국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읽게 되었다.

4. 책을 덮고 나자, 주위를 두리번거리게 된다. 오늘, 나의 오브제들 가운데 특별하다 할 문화적 맥락을 지닌 것들은 무엇이 있을까. 2022년 한국이라서, 혹은 서른일곱의 나라서 특별한 맥락을 떠안게 된 것들. 잘 찾아내서 그것들을 추앙하는 에세이를 써봐도 재미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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