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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기묘한 날씨 ㅣ 푸른지식 그래픽로직 7
로런 레드니스 지음, 김소정 옮김 / 푸른지식 / 2017년 5월
평점 :
이 책 <아주, 기묘한 날씨>는 날씨에 관한 이야기로 가득 채워진 일러스트북이다. 두툼하고 커다란 책을 열었을 때 '아, 예쁘다'하고 짧은 감탄을 내뱉었다. 하지만 진짜 감탄은 책을 읽으면서 나왔다. 책은 상상했던 것과 같이 '날씨'하면 딱 떠올리기 좋은 주제들을 다룬다. 예컨대 하늘과 바람, 비, 안개 같은. 그에 얽힌 신화나 설화도 좋고, 우리의 호기심을 자극할만한 과학적인 사실도 좋았다. (사실 그 정도면 이 책의 역할을 충실히 다 하고 있는 거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만이 아니었다. 통치, 전쟁, 수익, 즐거움 같은 날씨와 조금은 거리가 있을 것 같은 주제도 함께 다룬다. 그래서 이 책은 흥미롭다. 저자에게, 아니 우리에게 '날씨'란 어떤 의미를 지니는 것일까.
아주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그들의 삶을 상상해보자면, 날씨란 아무래도 알 수 없는 신비로운 영역이었을 것이다. 삶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치는 데다 감히 예측할 수도 없었으므로, 그들은 그것을 신의 영역이라 생각했을지 모르겠다. 왜 안 그렇겠는가. 어느 해에는 우박을 동반한 폭풍이 몰아치다가, 어느 해에는 비가 오지 않아 땅이 쩍쩍 갈라지니... 도무지 예측할 수 없는 날씨 때문에 농작물이 익지 않고 가축은 병들어 식량이 부족해지자 세상은 기아와 질병으로 어지러워졌을 것이다. (그때 마녀사냥이 이루어졌다고 한다) 여기까지 상상하고 나니, 이 책이 다루는 조금은 새로운 주제들-통치, 전쟁, 수익, 즐거움-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내일의 날씨는 물론이고, 한 달 뒤의 날씨까지 예측 가능한 현대사회에서도 날씨는 우리의 삶을 곧잘 무력하게 만들곤 하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재미있게 읽었던 장은 '4장, 안개'였다. 해안경비대 항로표지 감독관으로 근무했던 어떤 이의 인터뷰가 실렸는데, 그게 마음을 후벼팠다. 그에 의하면 항구에 묶여 있을 때면 수면 위로 작고 호리호리한 아지랑이가 올라오는 모습을 볼 수 있단다. 이 작은 아지랑이들이 육지로 이동해 모든 것을 감싸 덮어버리는데- 그러면 장님은 아니지만 장님과 비슷한 상태에 이르게 된단다. 이른바 '장님 조종 blind pilot'모드에 돌입하게 되는 것.
그것의 정체가 무엇인지 알면서도, 그 안개가 왜 생겼고 언제쯤 걷히게 될 것인지까지도 예측하고 있으면서도- 당장 눈앞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막막함은 그를 극도의 불안함 속으로 밀어 넣는다. 자기 자신을 의심하게 되고야 마는 아득하고 아찔한 상황을 견디고서야, 다시 시야가 조금씩 회복된다. 그 짧은 안도의 한숨에서 지구라는 거대한 생명체의 움직임을 감지한다.
그리고 어쩌면, 성경에 나온 것과 같이 '신의 분이 복받쳐 불이 번쩍, 번개가 치고, 소나기가 억수로 쏟아지고, 주먹 같은 우박이 후려 때리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날씨란, 지구라는 거대한 생명체의 표정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고. 아이를 키우는 엄마가 아이의 행동을 예측할 수는 있지만, 그것이 다 들어맞지는 않듯이- (또 예측한 것이 맞았다고 해서 놀랄 일에 놀라지 않게 되는 것도 아니듯이) 날씨는 아주 오래 전이나 지금이나, 우리 삶을 크게 쥐고 뒤흔든다. 그러니까, 진짜 기묘하고 놀라운 것.
안갯속에 들어가면 정말 긴장합니다. 감각이 예민해지죠. 기다려야 하고 찾아봐야 합니다. 조금만 지나면 온몸이 근질근질해집니다. 그러면 곧 자기 자신을 의심하게 됩니다. (‘4장 안개‘중에서)
빛이 존재하는 이곳의 밤은 기이하다. 모든 존재가 기묘하고도 성스럽게 느껴진다. 파도는 훨씬 더 부드럽게 치고 새는 훨씬 느리게 난다. 밤은 마치 낮이 꾸는 꿈과 같다." (3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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