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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쉬고 싶다 - 지금 이 순간, 나를 위한 카르페 디엠
니콜레 슈테른 지음, 박지희 옮김 / 책세상 / 2018년 7월
평점 :
절판
휴식의 의미는 시대와 사회적 가치에 따라 변화해왔으며, 선호하는 프레임에 맞게 받아들여졌다. 고대 이집트의 귀족은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것을 그들만이 누릴 수 있는 삶의 태도로 생각했다.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철학자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야말로 인성과 창의성을 개발할 이상적인 시간이라고 생각했다. 소크라테스는 심심함을 '자유의 동생'이라 평하기도 했다. 네로 황제의 선생이었으며 정치가이자 철학자였던 세네카는 휴식을 삶의 필수 요소로 여겼으며,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답을 찾기 위해 <한가함에 대하여>라는 책을 쓰기도 했다. 책에서 세네카는 휴식이 있는 삶을 높이 평가했다. 여유는 생활에 균형을 가져다주며, 인간의 존재 이유가 흔들리는 위험을 막아줄 수 있다고 말이다. (본문 중에서, 9-10쪽)
그렇다면 오늘날 우리에게 휴식이란 무엇일까. 휴식의 중요성이 날로 강조되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아무것도 하지 않고 한가함을 즐기는 사람은 게으르고 나태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대 사회의 문화는 너무 효율만을 강조한다. 그 결과 우리는 아무것도 하지 않을 자유를 잃었고, 사색하고 긴장을 풀고 창의력을 높이기 위한 시간과 공간도 잃어버렸다. 무작정 하루에 한 시간은 아무것도 하지 말자! 외치는 것이 아니다. (실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에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은 엄청나다. 그러니까 우리 내면의 변화 같은 것 말이다) 휴식의 시간이야말로 개인 스스로를 발견하고 그의 필요를 위해 사용되는 시간이니 소중히 하자는 것이다.
이 책 <혼자 쉬고 싶다>는 '휴식'이라는 주제를 둘러싼 다양한 이론과 방법들을 소개한다. 저자 스스로가 휴식의 중요성을 깨닫고 그 자신을 쉬게 하는 방법을 찾아가는 이 이야기로 말미암아, 우리는 우리 스스로에게 휴식이 무엇이었던가를 되묻게 된다. 우리는 모두 '다르니', 휴식의 형태도 제각각일 수밖에 없다. 어떤 이에게 휴식은 독서일 테고, 어떤 이에게는 맥주 한 잔, 또 다른 이에게는 목욕이나 산책이 될지도 모른다. 중요한 것은 인생의 본질에 집중하는 시간을 마련하고 있는가, 그로 말미암아 삶의 질이 높아지고 있는가, 인생의 의미를 경험하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나란히 앉은 두 사람이 같은 책을 읽고 있다 하더라도, 한 사람에게는 그 시간이 휴식일 수 있고, 또 다른 이에게는 아닐 수 있다)
그럼, 전문가가 말하는 '휴식'의 정의에 대해 들어볼까.
프라이부르크대학의 연구팀은 휴식을 "목적과 관계없이 집중하고 있는 창조적인 상태"라고 설명하는데, 이런 상태는 대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어떤 일에 몰두할 때 경험할 수 있다. 연구팀은 또한 휴식을 두 가지로 정의하고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데, 첫 번째는 우리가 휴식을 통해 '시간의 지배에서 자유로워진다'는 것이다. 휴식을 경험할 때 시간 감각을 잃어버리는 것이 휴식의 특징이라는 뜻이다. 또 다른 정의로는 철학자 귄터 피갈 교수가 제안한 것인데, '휴식은 자유와 편안함 속에서 행하는 만족스러운 행위'라는 것이다. 그리고 나는 이를 실제 경험으로 확인한 바 있다. 즉, 휴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주도적인 동기이자 의식적인 행위를 통해 긍정적인 감정을 경험하는 것이다. (본문 중에서, 114쪽)
(책이 중간중간에 그렇게 하듯) 나에게 질문한다. 나는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있는가. 언제 어디에서 만족스러운 순간을 경험하는가. 나는 시간에 쫓기듯 살고 있는가, 혹은 여유롭게 시간을 통제하고 있는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장기간의 휴가를 보내고 싶은 열망이 내게 있는가. 내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무엇을 얻고 싶은가. 그리고 대답한다. 대부분의 순간에 만족을 느끼고 있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도 들지 않는다고. 많은 일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지만 그것이 그렇게 부담스럽게 느껴지지 않고, 그저 그것들을 재미있게 잘 하는 것이 즐거움이라고. 그런 대답을 하면서, 아, 정말 즐겁게 살고 있구나- 하고 스스로 느꼈다.
<혼자 쉬고 싶다>는 제목을 읽었을 때, 바다 한가운데 몸을 누인 그녀를 보았을 때- 나에게도 휴식이 필요하다 생각했다. 나는 요즘 너무 바쁘니까,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으니까 조금은 내려놓음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책을 읽으면서, 그러니까 '휴식'의 정의에 대해 고민해보면서 나는 지금 충분히 충만한 시간들을 보내고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그 깨달음이, 큰 안식이 되었다. 그냥 이렇게 읽고 쓸 수 있는 일요일 오후면, 시원한 아이스라떼 한 잔이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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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욕심쟁이처럼 노트에는 이렇게 썼다.
내 인생에서 가장 본질적인 목표를 못 본 척하지 않고,
지금 이 순간 무엇이 중요하며, 어느 길이 내게 가장 옳은지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묻기로 하자,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