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정신과 의사 유세풍 - 대한민국 스토리 공모대전 우수상 수상작
이은소 지음 / 새움 / 2018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어느 기사에 의하면 현대인 4명 중 1명은 정신질환을 갖고 있다고 한다. 말이 거창해 정신질환이지, 사실 '마음이 아픈 것'이다. 나를 보는 타인의 시선이 따갑고, 타인의 시선에 신경 쓰는 스스로가 답답해 숨이 잘 쉬어지지 않는다. 몸이 묶인 것도 아닌데, 우리의 마음은 밧줄보다 더 단단한 무엇인가로 어딘가에 묶여있다. 그것이 어디인지, 무엇으로 묶어놓은 것인지 도무지 보이지 않아 더욱더 답답할 뿐이다.

 

소설 <조선 정신과 의사 유세풍>은 촉망받던 의관 유세풍이 시골 자그마한 의원에서 심의로 거듭나는 과정을 보여주는 성장소설이다. 심의가 되어가는(유세풍이 되어가는) 초반 몇몇 에피소드를 제외하면, 병자의 에피소드에 집중된다. 기구한 사연의 병자들은 그 어느 하나 안타깝지 않은 자가 없다. 오줌싸개 서자, 치매 걸린 화냥년, 우울증 수절 과부, 알코올 중독 광대, 히스테리 비구니까지. 시골 자그마한 의원이라지만 그곳을 운영하는 계지한의 실력도 꽤나 출중해 보이고, 또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진료비를 강요하지 않는 곳이라 의원은 늘 사람들로 붐빈다.

 

침술이나 진맥, 약 처방은 기술이야. 배우면 누구나 할 수 있지. 하나 심의가 되는 길은 배울 수도 없을뿐더러 배운다고 되는 게 아니야. 병자의 마음에 관심을 두고 돌보려는 마음이 있어야 해. 하여 어떤 면에서는 내의원에 입격하는 것보다, 이름난 침의가 되는 일보다 더 어려울 게야. 병자를 대면하는 일도 쉽지 않을 게야. 병자가 손목은 내밀어도 마음은 잘 보여 주지 않으니까. (본문 중에서, 116쪽)

 

모든 일에 늘 완벽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살았을 세엽은 '세풍'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얻어 비로소 진짜 자신의 삶을, 진짜 의원의 삶을 살기 시작한다. 그저 아낙들의 이야기나 듣고 공감해주면 된다는 주문은 그로 하여금 '듣는 법'을 알려주었고, 그는 곧 심의의 출발점이 되었다. 세풍이 만난 병자들의 증상은 제각각이었지만, 그가 병자를 만나 그들의 삶을 치유해주는 과정은 그 본질이 모두 같았다. 그들의 마음을 읽고, 따뜻하게 보듬어주는 것.

 

세풍을 찾은 병자들은 모두 사회적 약자들이었다. 신분이 천하거나, 돈이 없거나, 힘이 없었다(조선 시대에 여성이라는 점은 그 자체만으로도 약자였다). 세풍은 그들의 마음을 다정하게 맞잡으며 "불행을 겪어야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라는 말을 건넨다. 엄연한 계급사회였던 조선 사회에서 그런 말은 너무 이상적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의 말들이 그저 따뜻한 위로로 전해져 왔던 것은, 표면적으로는 모두가 평등한 오늘에도 여전히 누군가는 돈이 없고, 힘이 없다는 이유로 시대를 서러워해야 하기 때문이다.

 

누구나 쉽게 내뱉을 수 있는 위로와 격려의 메시지가 뻔하지 않게 읽혔던 것은 아무래도 조선시대의 심의라는 설정 때문이었을 것이다. 특유의 긍정적인 문체는 물론이고(조선의 해학이 묻어나는 느낌이었달까) 역사적 사실과 실존 인물들을 배치해 이야기에 개연성을 높인 것, 심리학의 개념들을 한의학에 접목시키려 했던 노력들이 인상적이었다. (실로 작가는 <동의보감>, <황제내경>, <한의학 대사전> 등 한의학 서적과 논문을 약 1년간 탐독하고 조사했었다고 한다.)

 

 

 


+ 무엇보다 때때로 마음에 사이다를 들이붓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화나는 장면에서 그가 대신 화내주어 정말 고마웠다. (특히 은우를 구해내는 에피소드에서)
+ 모르긴 몰라도, 곧 드라마로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이야기 전개도 탄탄하고, 캐릭터도 매력적이라 소설로만 남게 가만두지 않을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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