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의 방문객
마에카와 유타카 지음, 이선희 옮김 / 창해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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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허름한 빌라에서 28세 여성과 5살짜리 딸이 시신으로 발견되었다. 두 사람이 살았던 집은 요금 체납으로 전기와 수돗물까지 끊긴 상태였기 때문에 사람들은 쉬이 그들의 죽음을 가난과 고독에 의한 것이라 말했다. 그렇게 '에구구-'하고 지나쳤던 사건을 누군가 다시 취재한다. 56세의 저널리스트이자 대학 시간강사인 다지마. 오랫동안 혼자 살던 형은 고독사했고, 6년 전 이혼한 그도 언제 고독사를 맞이할지 모른다 생각했던지 그는 모녀의 죽음에 큰 분노를 느꼈다. 다지마는 이 사건의 성격을 사회가 만들어낸 일종의 고독사로 판단하고 지식인을 위한 월간지 '시야'에 실릴 원고를 쓰기 시작한다.

그러던 어느 날, 오가며 인사 정도 나누던 옆집 자매가 도움을 청해온다. 방문판매업자에게 고가의 정수기를 구입하도록 협박당하고 있다며. 그 일을 통해 인연을 맺게 된 경시청 형사의 요청으로 과거에 벌어진 방문판매 연쇄살인사건을 조사하게 된다. 과연, 모녀는 정말로 굶어죽은 것일까?

 

"사시겠어요? 아니면 살해당하시겠어요?"

 

새빨간 현관문에 쓰인 한 문장은 볼 때마다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예상하다시피 이 소설 <한낮의 방문객>은 방문판매라는 형태로 평범하고 소박한 일상을 파괴하는 범죄를 다루고 있는 추리소설이다. 모녀의 아사사건, 악질 방문판매업자의 등장, 네 건의 강도 살인사건. 굵직한 사건들이 툭툭 튀어나와 주인공 다지마뿐만 아니라 독자인 우리까지도 헷갈리게 되지만- 관계자의 입으로 언급되는 감금 살인사건의 실체가 밝혀질수록 그 끈적한 속도감은 빛을 발한다.

소설이 그리고 있는 범죄는 사실 그 자체로 끔찍하다기보다는 그것이 지닌 일상성에 소름이 돋곤 한다. 그러니까 그 일이 소설 속 그녀들에게뿐만 아니라 오늘, 여기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도 일어날지 모른다는 공포감이다. (지난주, 새 아파트로 입주했더니) 하루에도 몇 번씩 낯선 이들이 집으로 방문한다. 하자 보수를 하러 오는 이도 있고, 아파트 상가에 오픈한 가게와 학원을 홍보하러 오는 이도 있다. 모르는 사이 쓱 내 가까이로 와 있는 전단지를 더 밀어낼 길이 없어 받아든다. 사실, 그들이 건네주는 사탕, 물티슈, 음료 등에 무엇이 어떻게 섞였을지 알 길이 없다. 소설을 읽으며, 그런 것들을 한치의 의심 없이 받아먹었던 내가 바보 같다 생각되었다. 동시에 그런 작은 것까지 의심해가며 살아야 하는 오늘 우리의 사회가 너무 팍팍하다 생각됐다.

선한 얼굴을 하고 나타난 그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알 길이 없다. 작가가 만들어낸 가상의 사건들이지만, 결코 가상의 상황이라 여겨지지 않아 섬뜩했던 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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