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덮으며 이런 생각을 했다. 학교에서 가장 햇살이 잘 드는, 따뜻하고 밝은 공간, 오며가며 쉬이 들를 만한 접근성 좋은 위치에 카페를 하나 차리고 싶다. 카페의 이름은 “쓰담쓰담 마음 카페”다. 카페 앞에는 이런 안내문이 있다. <쓰담쓰담 마음 카페 이용법> 1. 가장 마음에 드는 옷을 입고 가벼운 마음으로 들어오세요. 2. 마음 카페 메뉴판을 들여다보세요. 3. 현재 나의 마음 상태와 고민에 들어맞는 메뉴를 선택하세요. 4. 비슷한 고민에 공감했다면 코칭대로 따라해 보세요. 5. 고민을 해결해 주는 추천 메뉴를 먹어 보고 힐링 레시피를 기억해 두세요. 6. 내 고민이 해결되었다면 친구의 고민도 골라주세요.
푹 숙인 고개, 축 처진 어깨, 어두운 표정… ‘사는 게 아니라 버티는 거라’고 말하는, 가장 초록초록해야할 나이에 온갖 고민으로 시들시들해진 아이들이, 카페문을 열고 들어간다. 자신의 마음 상태에 맞는 메뉴를 선택해 읽고, 카페지기가 정성껏 준비한 추천 메뉴를 먹고 마신다. 모든 메뉴에는 카페지기의 정성과 이해, 공감이 담겨 있다. 카페 문을 나설 때 아이들은 마음의 짐을 모두 내려놓은 것은 아니지만, 들어오기 전보다는 가벼워진 몸짓과 말개진 얼굴로 카페를 나선다. 손에는 힐링 레시피도 들고 있다. 마음이 다시 요동치고 무거워질 때, 언제든 다시 펼쳐 읽고, 다시 시도해 보도록 예쁘게, 정성껏 쓰인 처방전이다. 이런 상상을 하다 보니, 마음이 두근두근하다. 설렌다. 도서관의 한 공간을, 상담실을 정말 이렇게 만들어 보고 싶어진다. 학교 공간 구성을 하게 되면, 꼭 이런 공간을 만들어야지, 마음이 먼저 설레발을 친다. 『십 대를 위한 쓰담쓰담 마음 카페』는 이런 상상을 하게 만들 만큼 좋은 상담책이다. 현직 교사가 학교 안팎에서 만난 아이들과 실제로 상담한 사례들을 정리하고, 처방전을 만들고, 맞춤한 간식과 음료까지 곁들여 놓았다. 김은재라는 카페지기는 아이들을 정말 아끼고 사랑하는구나, 아이들이 고민을 해결하고, 그것을 딛고 잘 성장하기를 진심으로 바라는구나,가 사례 하나 하나에서 고스란히 묻어난다. 솔직히, 수업, 업무, 수많은 아이들의 생활지도를 하다 보면 화장실 갈 짬도 내지 못할 때도 있다. 코 앞에 닥친 일을 해결하느라, 아이들의 표정을 살피고, 마음을 읽고, 시간을 들여 상담하는 것은 언감생심이다. 그렇게 지내다 잠시 여유가 생기면 아, 내가 일에 치여 정말 소중한 아이들을 놓치고 있구나, 자각하고 반성한다. 시간을 내서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줘야지, 아이들의 표정을 살피고 먼저 “요즘 마음이 어떠니?” 물어봐야지. 하지만, 자각과 자성의 시간이 지나면 여전히 나는 수업과 업무의 쳇바퀴를 돌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여러 권 준비하려고 한다. 교실에, 도서실에, 상담실에 이 책과 함께 추천 메뉴도 챙겨 놓으려고 한다. 스무 가지가 넘는 메뉴를 준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지만, 차나 음료 정도는 가능할 것 같다. 시간이 있을 때는 아이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이야기를 나누고, 시간이 없을 때는, ‘너를 정말 소중하고 귀하게 여기지만, 지금 당장은 시간을 낼 수 없음’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한 뒤, 이 책을 건넬 것이다. 여기 선생님을 대신해, 너희들의 마음을 쓰다듬어 줄 카페지기가 있다고. 다른 사례들이 담긴 2권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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