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들어오지 마시오 사계절 1318 문고 118
최나미 지음 / 사계절 / 2019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엄마가 교통사고를 당하셨다. 크게 다쳐서 수술을 하고 장기간 입원 치료를 받아야 한다. 그래도 생명엔 지장이 없어 치료를 받으면 회복될 수 있단다. 우리 엄마, 전처럼 큰 목소리로 주변 사람들 일에 사사건건 끼어 들어 감 놔라 배추 놔라 할 거고, 온갖 잔소리로 나를 성가시게 할 거다. 다행이다. 그렇게 엄마가 내 곁에 존재할 수 있어서. 한 마디 인사조차 못하고 떠난 것이 아니라서, 정말 다행이다. 감사하다.

엄마 병실을 지키며, 최나미의아무도 들어오지 마시오를 읽었다. 갑작스런 사고로 엄마를 잃고, 자기만의 방에 스스로를 가둬버린 소년, 석균이를 만났다. 오십을 코앞에 둔 나도 엄마의 완전한 부재를 상상하는 것이 힘든데, 어린 친구는 오죽 할까? 바다 한가운데 던져진 작은 배처럼 외롭고 막막하고 무력할 거다. 그런 석균이의 집에 전직 간호사 할머니 한 분이 느닷없이 쳐들어(?) 온다. 세입자로. ~~ 앞으로 이 할머니의 배려와 보살핌으로 석균이가 치유받아 일상의 삶으로 돌아오는 걸로 이야기가 진행되겠구나, 약간은 뻔한 결말일 거라 짐작 했다. 그런데.... 사고 당시에 사라졌던 엄마의 핸드폰이 사고 1년이 다 되어가는 시점에 배달되어 온다. 그 핸드폰에 남겨진 문자 하나! “이번에도 너는, 아무 관계가 없다고 생각하겠지?” 이런 문자를 보고 누군들 섬뜩하지 않겠는가? 스스로를 가뒀던 소년은 이 메시지의 의미를 추리해나간다. 밉살스러운 세입자 할머니와 우정이 아니라서 편한 거래 관계인 가람이의 도움을 받아 가면서. 그 추리의 끝에서 석균이는 아픈 진실과 대면한다. 자신은 그럴 의도가 전혀 없었으나, 자신으로 인해 누군가가 크게 상처를 입고 몇 년이나 살아있으나 사는 것이 아닌 상태로 있다는 것을.

외면하고 싶어 기억에서 지워버렸던 일을 기억해 내고,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바로잡으려는 노력을 시작하면서, 석균이는 스스로를 가뒀던 집밖으로 한 걸음 내딛는다. 기만의 방에서 세상으로 나가는 용기 있는 첫걸음이라 주춤거리기도 하고 비틀거리기도 한다. 그래도 사람한테 마음 주는 거 절대로 하지 않기로 했으면서도 어쩔 수 없이 마음을 주는, 참견쟁이 할머니가 옆에 있으니. 다행이다. 하늘에 있는 석균이 엄마도 안심할 거다. 나도 그렇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