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필로소퍼 2019 6호 - Vol.6 : 당신의 시간은 안녕하십니까? 뉴필로소퍼 NewPhilosopher 6
뉴필로소퍼 편집부 엮음 / 바다출판사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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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벤져스엔드 게임>을 보고 난 후 시간에 대해 잠시라도 생각에 잠겼다면난 감히 뉴필로소퍼 6호도 꼭 읽어봐야만 한다고 호들갑을 떨면서 글을 시작하려 한다! (그래서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도 포함되어 있다)

 

'당신의 시간은 안녕하십니까'라고 묻는다면지금 나는 그렇지 않다라고 대답해야겠다이 리뷰를 온전히 마칠 때까지마지막 해시태그 '#일상을철학하다' 입력 후 업로드하기까지나는 시간에 계속해서 쫓기는 기분을 떨칠 수가 없을 것이다지금의 나는 그나마 여유로웠던 며칠 전의 시간으로 되돌아가 조금 더 편안한 마음으로 리뷰를 쓸 걸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는데그 이유는 아마 과거로 돌아가서 글을 이미 다 완성한 후에 지금의 나로 돌아와 이 쫓기는 마음 없이 침대에 대자로 뻗고 싶은 마음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과거로 돌아간다고 한들과연 내가 글을 완성시킨다는 보장은또는 글을 완성시켰다고 해도지금 이 글을 쓰며 시간에 쫓기는 내가 대신 편히 쉬고 있을 거라는 결과를 필연적으로 도출할 수 있을까그렇다고는 할 수 없다(사실 이 우주에 필연적인 것이 있긴 한걸지 의문이 든다. 영화에서 자신을 '필연적'이라고 말하던 타노스도 결국엔 죽지 않았던가) 나는 일종의 할아버지 가설’(Grandfather Hypothesis)에 해당하는 질문을 던지고 있는 셈인데(뉴필로소퍼 6호 74면 참조그리고 그 외의 시간 여행 논의는 75), 사실 이에 대한 해답은 <어벤져스>가 잘 알려주고 있듯 과거에 한 일은 그 미래인 현재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시간에 대한 뉴필로소퍼 6호와 <어벤져스>를 교차해 생각해보는 일은 퍽 흥미로웠다어벤져스의 시간 여행은 과거의 스톤을 빌려와 현재를 바로 잡으려는 의무에서 시작된다(시간과 의무에 관해서는,134-35면 참조)그 출발점은 과거 스톤이 있었던 곳들에 대한 복기다그들은 그 당시의 시간을 기억한다여기서 카를로 로벨리와의 대담이 떠오른다. “우리가 시간에 대해 생각할 때실제로 생각하는 대상은 우리에게 기억이 있다는 사실이다기억은 우리를 과거로 데려간다”(82). 그러니까 어벤져스는 기억을 시간한다.’ 그 과정은 두말할 것 없이 흥미롭다.

 

게다가 어벤져스 멤버들 중 몇몇은 삶과 감정에 요동을 일으킬 만한 기억들도 새롭게 시간하고 돌아온다토르는 어머니를 만나고스타크는 아버지를 만나고캡틴 아메리카는 사랑하는 여인을 본다영화는 보통 시간이 방향이 과거에서 출발하여 미래로 향하는 객관적 개념”(휴 프라이스, 48)이라는 통념을 부숴준다미래의 아들이 과거의 아버지를 격려하고과거의 내가 현재로 복귀하며현재에 살아있는 그녀가 과거로 돌아가 죽는다더 나아가서영화는 다른 의미로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구분 같은 것들에 아무런 의미가 없다”(41)를 보여준다멤버들은 현재를 위해 과거로 돌아간 시간에서의 현재에 충실하고 있다.

 

안타깝게도나의 세계에는 어벤져스와 같은 영웅들이 없다그래서 시간 여행도 할 수 없다하지만 뉴필로소퍼 6호와 <어벤져스>를 함께 보기는 작지만 확실한 위로는 안겨준다시간이 각각 지금들의 총합이라면나는 미래의 지금에서 되돌아오고 싶지 않기 위해서그러니까 이 리뷰를 쓰며 며칠 전의 나로 시간 여행을 꿈꾸는 상황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시간을 현명하게 사용할 것그것은 현재에 충실하는 데 있지 않을까?

 

어쩌면 시간이라는 것 자체도 환상적인 것일지 모른다그러나 낯설고 이해하기 어려운 우주의 미스터리 속에서 우리는 탄생했고 살아가고 있으므로미스터리의 실체를 파악하려고 노력 중이다(66). 나는 이 노력에 과학적인 탐구를 보태긴 어려울 것 같다대신 나의 방식으로 시간에 대한 사유에 보탬이 되고자 한다그것은 일상을 철학하는 데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내가 영위하는 시간이 유한하든 사실”(20)에 깨어있는 채 살아갈 것현재를 현재로부터 바꾸는 데 늘 애를 쓸 것시간을 현명하게 철학하는 데 마음을 둘 때무수히 많은 미래 중 가장 값어치 있는 미래가 현재로 현재화될 것이다.

 

덧붙이자면내게 가장 와 닿았던 글은 마리아나 알레산드리의 '시간이 없다고 말하기 전에'(90-94)였다그녀는 프루스트가 준 교훈을 육아에서 발견한다그것은 짧은 순간들을 신성하게”(94바꾸는 일이었다난 출산과 육아라는 내 일상을 완전히 뒤흔드는 경험을 했다아주 어린 아이와 보내는 매일은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아이와는 달리사실 굉장히 반복적인 일로 켜켜이 쌓인 시간의 무수한 늘어짐 같다고나 할까그런데 그녀가 시간 관리 전문가인 로라 밴더캠을 경유해 전달하고 있는 단조로운 일상으로 가장하고 있는 귀중한 시간을 찾아보라는 말은 큰 위로가 되었다결국 시각의 문제다이 경험은 훗날 내가 후회하거나 자책하지 않은 채 기억을 시간할 자산이 될 테다.

 

이제 나의 시간은 안녕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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