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말하다 - 김영하에게 듣는 삶, 문학, 글쓰기 ㅣ 김영하 산문 삼부작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3월
평점 :
절판
이 책 속에는
김영하의 그의 작품을 보는 데 참고가 될 만한 작가의 말이 들어있다.
그리고 글쓰기를 지도해야 하는 나에게 참고가 될 만한 작가의 말도 들어있다.
내가 글을 어떻게 써야 할지 참고할 수 있는 말도 담겨있다.
그리고 소설의 매력에 대해 가장 많이 설명하고 있는 듯하다.
김영하 작가는 "한 사람의 인생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고 한다. 이런 일들은 주변에서 언제나 일어나고 있고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나에게 그 일이 닥치기 전에는 생각하고 싶지 않은 일이다.
작가도 이러한 독자의 경험을 잘 설명하고 있다.
Q. 엉뚱한 곳에 도착한 이야기는 어떤 의미를 갖습니까? 독자에게 무엇을 주나요?
A. 주는 건 없어요. 마치 우리가 인생을 겪듯이 소설이라는 것도 '겪는' 것입니다. 그것이 무슨의미였는지는 겪어나가면서 알게 되죠. 한 여자가 한 남자와 연애를 한다면, 연애하는 동안 이 연애의 의미는 뭘까, 저 오빠는 나에게 무슨 의미일까, 생각해보지만 사실은 별 의미가 없어요. 인생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너무나 많은 조건에 좌우되죠. 저는 연애라는 것은 두 남녀가 동시에 겪는 여러 개의 현실 혹은 환상이라고 생각하는데, 소설도 마찬가지예요. 제가 인물들에게 시달리면서 어떤 작품을 완성해놓으면, 독자는 각자의 가상현실인 소설을 겪는 거죠. 그것이 무슨 의미였는지 나중에 그것을 알게 될 수도 있고 모를 수도 있어요. 메시지는 없어요. 일종의 '인셉션'이죠.
비슷한 이야기를 다르게도 풀어내고 있다.
인생의 여러 사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연습 삼아 겪기에는 너무 중요하고 심각한 것들입니다. 연애나 결혼은 이야기마다 등장하는 단골 사건이지만 한 인간의 일생에서는 흔하지도 않을뿐더러 때로는 위험하기까지 한 일입니다. 이토록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 사건을 인간들은 어떻게 미리 준비할까요? 바로 시뮬레이터를 통한 가상 연습입니다. 비슷한 감정을 느껴 보면서 이런 상황에서 나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를 생각해보는 것입니다.
세상의 이야기들 대부분은 간단한 핵심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평온했던 삶의 균형을 무너뜨리는 사건이 발생하면 그 사건과 맞서 싸워 결국에는 삶의 균형을 회복한다는 것입니다. 많은 문학적 실험이 있었지만 지난 수천 년간 이런 기본적인 구조가 유지돼왔습니다. 인간에게는 상상력이라는 강력한 정신적 무기가 있습니다. 이 상상력은 주로 앞으로 일어날 커다란 사건, 자기 삶의 균형을 깨뜨릴지도 모를 사건을 미리 그려보는 데 사용됩니다. 하지만 개개인의 상상력은 한계가 있을수밖에 없습니다. 겪어보지 않은 일, 주변에서 보고 듣지 않은 사건까지 상상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들은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읽거나 듣습니다. 그것을 통해 마음의 준비를 하고 그 삭너에 대한 윤리적, 실천적 태도를 결정하는 것입니다.
아...우리가 배운 소설의 일반적인 구성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 을 설명하는 구나?
작가는 책은 살아남을까 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한다.
책은 살아남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책이 주는 독특한 경험들 때문이에요. 그걸 다른 것들이 대체하지 않는 한, 비록 소수일지라도 계속 이어질 거예요.
소설이라는 이상한 세계라는 제목의 강연에서는
사건만 놓고 본다면, 소설은 분명 시뮬레이터일 겁니다. 그러나 그런 기능은 영화나 연극, TV드라마에도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빠른 시간에 전개되고 지루할 틈이 없이 진행되는 탓에 사건을 마음속 깊이 받아들이고 그 의미를 숙고하는 데 한계가 있기는 합니다.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이제는 소설이 아닌 다른 서사 장르를 통해 백 년 전 사람들이 소설에서 기대했던 것들을 충족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여전히 소설을 읽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소설에는 영상으로 제작된 이야기들은 가족 있지 못한 것이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나의 아이들, 내가 앞으로 만날 아이들 모두 이런 경험들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 거기에서 즐거움을 얻고, 살아갈 힘을 얻고, 넓게 생각할 수 있는 어른으로 크길 바란다.
예술학교에서 한 강의에서의 이 말은 나에게도 큰 의미가 있다.
여기 있는 4년 동안 여러분의 임무는 여러분 내면에 있는 어린 예술가들이 상처받지 않도록 잘 보호해서 무사히 데리고 나가는 것이라고요. 글쓰기의 즐거움을 간직한 채로 학교를 졸업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얘기했죠.
나도 내가 만날 많은 어린 예술가들이 상처받지 않도록 잘 도와주고 싶다.
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