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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캣의 어느 날 ㅣ 팡 그래픽노블
엔히키 코제르 모레이라 지음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25년 4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아이와 함께 '미스터 캣의 어느 날'을 함께 읽었다. 2025 볼로냐 라가치상의 코믹스 부문 스페셜 맨션 수상작이라고 해서 더욱 기대가 되었다. 볼로냐 라가치는 볼로냐아동도서전으로 대략 알고 있었는데, 검색해보니 우리나라 도서들이 꾸준히 상을 수상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되어 뿌듯하고, 또 기회가 되면 수상작을 찾아가며 아이와 함께 읽어볼까 생각해본다.
<미스터 캣의 어느 날>은 글자 없이 온전히 그림만이 있는 그림책이다. 나는 원래 글자가 없는 그림책에 대해서는 그다지 선호하는 편은 아니었다. 책은 글자를 읽고 생각하는 활동이 가장 핵심적이라고 생각해서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몇년 전 대여 도서 중 <달 체험학습 가는날>이라는 책을 아이와 함께 읽게 되었는데, 그림만 있는 책을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함께 그림을 보면서 내용을 추측하고, 자신만의 해석으로 읽어나가는 과정을 함께 할 수 있어서 그림만 있는 책의 매력을 느끼게 됐다. 그 경험 덕분인지, '미스터 캣의 어느날'은 조금더 망설이지 않고 집어들게 된 것 같다.

함께 읽자고 했는데, 그림을 자세히 보겠다며 우선 혼자 보겠다고 가져가서 그림을 차근차근 보는 아이. "이 책도 글자가 없는 그림만 있는 책이야. 한 번 볼래?" 하고 건네주었는데, 책을 몇장 넘기자마자 아이가 하는 말. "엄마! 글씨가 아얘 없는 건 아닌데?" 하기에 자세히 들여다 봤더니, '팔락', '툭'과 같은 의성어가 적혀있는것이 아닌가. 그림책을 넘기다보면 이렇게 귀여운 의성어를 만나는 재미도 있다.
한동안 혼자 책을 다 읽은 아이에게, "이 책은 무슨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아?" 라고 물었다. 아이는 "미스터 캣이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이야기."라고 나름의 감상을 한문장으로 정의해주었다.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물어보았더니, 아이는 가장 앞과 뒤의 속지를 보여주며 설명했다. 아이가 예전에 알려준 대로, 겉표지를 넘기자마자 나오는 속지는 아주 작은 집 한채가 그려져 있었고, 마지막 겉표지 바로 앞 속지에는 완벽한 반전 처럼 온갖 그림으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처음에는 미스터 캣이 있는 공간이 아주 단순하고 단조로운 느낌이었다면, 시간이 지날 수록 다채롭게 채워진다. 아이는 미스터 캣이 지내는 공간(집과 집 외의 공간)을 세상으로 이해하고, 미스터 캣의 행동에 의해서 다양한 사물로 채워지는 것이 '아름답다.'고 느꼈던 것 같다.

왠지 그냥 인정해주기 싫어서, "엄마는 작가가 너와 같은 생각으로 동화책을 만들었을 것 같지 않은데, 만약에 작가는 그런 생각으로 그린게 아니면 어쩌지. 그러면 작가의 생각이 제대로 전달된게 아니잖아." 라고 딴지를 걸어보았다. 아이는 나의 딴지에는 끄떡없다는 듯, "작가는 자기 생각대로만 동화책을 읽어야만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을거야." 라고 대답했다.
여기서 왠지 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아직도 나는 언어영역 문제를 풀 듯 작가의 의도를 찾고, 작가의 의도를 정확히 알지못하면 안된다는 고정관념에 빠져있었던 것일까. 아마도 나는 그림만으로는 아이에게 동화책을 해석해 주기가 어렵다고 느꼈기 때문에 이런 질문을 하게 되었던 것 같다. 그렇게 다시한번 느꼈다. 그림만 있는 동화책은 읽는 사람마다 다른 해석을 할 수 있고, 무한한 상상력을 이끌어 낼 수 있다.
읽는데는 정말 짧은 시간이 걸렸지만, 이렇게 이 책에 대한 감상을 쓰는데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아이는 쉽게 동화책에 빠져들 수 있었 던 것 같은데, 나는 그러지 못했다. 아이와 함께 읽는 이 책이 가진 매력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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